레고처럼 조립하는 '모듈러 주택'…시장 선점 경쟁 후끈[뉴시스 창사 22년]

강세훈 기자 2023. 9. 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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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건설이 미래다]④
경제적·친환경 장점 부각…탈현장 추세 가속화
대형 건설사들 모듈러 주택 사업 적극 팔걷어
사우디 네옴시티 건설에도 韓 기업 진출 기회
정부도 모듈러 주택 공공발주 매년 확대 방침
[서울=뉴시스]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한 국내 최고층 13층 모듈러주택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 전경.(사진=현대엔지니어링 제공)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모듈러 주택이 국내 건설산업의 새로운 성장 발판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체상태에 있는 국내 건설시장에 모듈러 주택 사업이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건설사들이 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건설산업은 통상 현장 작업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노동자들이 모여 땅을 파고, 뼈대를 세우고, 살을 붙이는 식으로 건물을 짓는다. 모듈러 주택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다. 현장에서 완성하는 기존 건설 방식과 달리 공장에서 기존 골조를 전기배선, 배관, 욕실, 주방, 온돌 등 집 구조의 70~80% 이상을 규격화된 모듈 유닛으로 미리 제작한 뒤 현장에 옮겨 레고 블록처럼 조립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조립식 주택이다.

이런 조립식(모듈러) 주택이 건설산업에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주목받고 있다.

모듈러 주택은 공사기간 단축, 시공품질 향상, 안전사고 저감,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등 장점이 많다. 숙련된 인력의 필요성이 적어 균일한 품질을 기대할 수 있고, 공시가긴도 30~50%까지 단축할 수 있다.

아직은 적은 물량 등으로 철근콘크리트 공법 대비 공사비가 높은 편이지만 향후 모듈러주택이 보편화되면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제작 단가를 기존 방식보다 10~20% 낮출 수 있다.

기존 공사장 주변의 소음과 분진 피해도 적고, 정확한 예측을 통해 재료 낭비도 줄일 수 있다. 최근 건설현장 붕괴·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뒤 이에 대한 대안으로도 모듈러 주택이 주목받고 있다. 또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모듈러 건축공법이 기존 공법 대비 탄소배출이 30% 이상 저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단열·결로 등의 문제로 보편화에 한계가 있었지만 최근엔 시공 기술이 발전하고 새로운 공법 개발되면서 이런 단점들이 보완됐다.

실제로 미국, 영국, 싱가포르, 캐나다, 일본 등 해외에서는 주택건설산업 혁신의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모듈러 주택 건설시장은 지난해 기준 193조원 규모에 이른다. 2032년까지 약 37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됐다.

우리나라는 2003년 모듈러 학교 시범 건립사업으로 처음 도입됐다. 포스코그룹이 2003년 신기초등학교 부속동을 지은 것이 최초였다. 하지만 원가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한동안 사업이 확장되지 못했다.

그러다 세계 시장에서 모듈러 주택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국내에서는 2020년을 전후로 국내 건설사들도 보폭을 넓히기 시작했다. 국내에선 GS건설, 삼성물산 등 대형 건설사들이 모듈러 공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GS건설은 지난 2020년 폴란드 단우드와 영국 엘리먼트 등 해외 모듈러주택 기업을 인수한 데 이어 모듈러 전문 기업 '자이가이스트'를 설립하며 국내 모듈러 단독주택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현재 충남 당진에 자이가이스트 공장을 운영중이다.

삼성물산은 북유럽 시장에서 모듈러 사업 경쟁력을 보유한 라트비아 포트라프로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일본 세키스이 하임과도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지난 1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모듈러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네옴시티 등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중동지역 초대형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교두보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포스코이앤씨는 국내 최초로 모듈러 공법을 적용한 '청담 뮤토'를 시작으로 '가양동 행복주택', '옹진 백령 공공실버주택', '신내 컴팩트 시티 공공주택' 등을 시공했다. 또 지난해 11월 세종 행정중심복합도시 6-3 생활권에 임대주택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국내 최대 규모(416가구) 모듈러주택사업 시공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6월 국내 최고층(13층) 모듈러 주택(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을 준공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가 발주한 '가리봉 구 시장부지 복합화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모듈러)'도 진행하고 있다.

정부도 모듈러주택 공급에 힘을 싣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모듈러 주택의 사업성을 높일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공법 특성을 고려해 기존 규제를 개선하는 한편, 지속적인 시장 확대를 위해 공공임대주택 발주물량을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지난 7월 2030년까지 연간 3000가구의 모듈러 주택을 공공 발주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매년 공공부문 발주계획을 세워 모듈러주택 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고 민간의 자발적인 투자와 기술 개발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올해는 공공부문의 발주가 658가구 수준이지만 내년에는 1000가구, 2025년에는 1500가구 등으로 늘려 2030년 3000가구까지 확대한다.

앞서 지난 2월에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발표하면서 이주대책을 위해 모듈러주택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angs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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