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대비책은 이미 있다…백서 만들고도 피해 되풀이

박상휘 기자 박동해 기자 박혜연 기자 2023. 9. 21.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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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는 화마 폭염] ④ <끝> 백서 2번이나 만든 정부
"사회적 부검부터 해야…기존 대책 실효성 평가 필요"

[편집자주] 2023년 대한민국에는 5년 만에 다시 최악의 폭염이 찾아왔습니다. 현재까지 질병관리청 기준으로만 32명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했고, 이는 올해 최악으로 기록될 경북 예천 폭우에 따른 희생자보다 두 배나 많은 수치입니다. 뉴스1은 폭염으로 누가 희생을 당하고, 이를 예방해야 할 관계당국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또 앞으로 더 심해질 폭염에 대한 대책은 무엇일지 4편의 기획물에 담았습니다.

세계 기상 정보 비주얼 맵인 어스널스쿨로 확인한 8월 말 한반도 주변 기온과 불쾌지수. (어스널스쿨 캡처)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박상휘 박동해 박혜연 기자 = 폭염으로 우리나라의 기온은 빠르게 상승 중이다. 매년 수천명의 온열질환 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폭염으로 인한 피해는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정부가 2020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제3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만 봐도 알 수 있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온열 질환자는 1132명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만 4526명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벌써 3000명에 육박하는 온열질환자가 발생한 상황이다.

기온 상승으로 예측되는 사망률은 더 암울하다. 미래 폭염으로 인한 서울 전체 연령에 대한 하절기 사망률은 2011년 10만명당 100.6명에서 2040년 230.4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문제는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 폭염 백서 만들어놓고도…답안지는 이미 있다

지난 2012년 지금의 질병관리청의 전신인 질병관리본부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14명이나 발생하자 '폭염 피해 백서'를 만들었다.

백서에는 다양한 내용이 담겼다. 폭염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배경과 환경을 상세하게 기술했다. 심지어 폭염으로 사망한 취약계층의 주거지 사진까지 첨부하는 등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이 같은 자료는 이른바 사회적 부검에 도움이 된다. 사망의 원인을 분석하고 향후 폭염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데 기초가 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호주의 연구다. 호주는 2009년 최악의 폭염이 찾아왔고 432명의 초과사망자가 발생했다. 당시 애들레이드대 공중보건대학은 폭염 사망자 및 대조군 정밀 연구를 벌여 보고서를 만들었고 이는 폭염 취약계층 서비스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2014년 호주에 다시 폭염이 닥쳤을 때 2009년 304건이었던 애들레이드 지역 중증 온열환자 이송 건수는 160건으로 줄어 효과를 톡톡히 봤다.

반면 우리 정부는 당시 백서만 만들어놓고 이 같은 사회적 부검은 하지 않았다. 사회적 관심이 줄어들자 2015년 이후 조사도 중단됐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2018년 폭염 겪고 백서 다시 만들었지만…

2018년 최악의 폭염을 겪고 관계당국은 다시 사회적 부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2012년에는 온열질환 피해자의 기본 정보만 분석했지만 최악의 피해를 겪은 만큼 피해자들의 월평균 소득과 학력, 가족관계, 냉방기기 보유 여부 등 세부적 특징을 꼼꼼하게 분석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질본의 의뢰로 폭염 피해 백서 작성은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맡았다. 2019년 발표된 백서에는 폭염 예방 수칙의 실효성부터 가장 중요한 환자-대조군 연구도 실렸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 역시 2012년의 전철을 되풀이하는 형국이다. 2019년 폭염이 다소 시들어지고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에 모든 의료 역량이 투입되면서 폭염 예방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줄어들었다.

결국 무관심은 대가를 불러왔다. 2018년 이후 다시 폭염 피해를 겪은 대한민국은 수십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일 기준으로 온열질환으로만 32명이 사망했고 2808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더욱이 실제 사망자는 32명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질병관리청이 집계하는 온열질환 사망자는 응급실 관리체계에 포함된 응급실을 통해서만 파악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8년 응급실 감시체계에 집계된 사망자 숫자는 48명이었지만 최종적으로 통계청에서 사망원인통계로 추려낸 사망자 숫자는 147명이었다.

원인과 대책 마련을 위한 백서를 활용하지 않고 또다시 무관심으로 올해 폭염을 넘어간다면 수년 후 더 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영은 건국대 지리학과 교수는 "사회기반시설과 각종 사회제도, 하물며 방학과 동·하복 교복 입는 시기까지 다시 세팅돼야 하는 시기가 오고 있다"며 "폭염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 폭염 대책의 실효성과 평가부터 다시 실시해야

"폭염 대책에 대한 성과를 평가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특정 대책을 실시했으면 왜 했는지, 사람이 사망했으면 왜 사망했는지 등을 파악해서 실질적 효과가 있었는지 평가를 해야 할 것 아닌가." 2018년 폭염 백서를 작성한 황승식 교수의 말이다.

황 교수는 폭염 피해에 대해 충분히 막을 수 있고 대응 가능하다고 말한다. 황 교수는 "이것은 예고된 재난이고 예측된 재난인데도 예방하지 못한 다는 것은 창피한 일"이라며 "폭우로 인재가 발생하면 누군가 책임을 지는데, 폭염으로 30명이 넘게 사망했는데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취약계층에 맞는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창삼 인덕대 스마트건설방재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폭염 사망자가 건설현장이나 논밭 등 야외에서 발생하는데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폭염에 대한 내성이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며 "특성에 맞는 법이나 제도, 행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영은 교수는 "예전에는 자연재해 사망자 중 호우로 인한 사망자가 제일 많았는데 지금은 전 세계가 온열질환이 제일 많은 것으로 바뀌었다"며 "우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온도보다 훨씬 높은 온도대에 살아야 한다는 가정하에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기획취재팀(박상휘 팀장, 박동해·박혜연 기자)

sanghw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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