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에 5년간 ‘시험감독 알바’ 몰아줬다...1억 챙긴 공기업 부장

김경필 기자 2023. 9. 2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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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각종 자격증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직원 가족에게는 고정적으로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가 있었다. 공단이 시행하는 자격증 시험에 감독관이나 채점관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직원들의 배우자나 자녀 328명이 5년간 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받은 수당은 40억원이 넘었다. 한 부장의 배우자는 시험 감독을 5년간 422차례 하면서 한 번에 24만원씩 총 1억원을 받았다. 다른 간부의 배우자는 1년 중 278일을 시험 위원으로 일했다. 직원의 14세 아들이 시험 관리 보조를 했다며 13만원을 받아간 경우도 있었다.

감사원이 평소 감사를 잘 받지 않는 소규모 공공 기관 등 155개 기관을 들여다봤더니, 이런 기관들에서 성과 부풀려 성과급 나눠 먹기, 퇴직자에게 일감 몰아주기, 근무지 이탈, 노조 부당 지원 등 갖가지 비리와 기강 해이가 나타났다. 특히 155개 기관 중 집중 감사를 했던 18개 기관에서만 비위가 162건 확인돼 30명이 징계 요구를 받았다. 집중 감사 대상을 확대하면 비위가 더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 연구기관 26곳은 성과를 부풀려 임직원들이 매년 50억원가량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매년 예산을 짤 때 예상 수입을 일부러 적게 잡아 놓고, 이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며 성과급을 받는 방식이었다.

신용보증기금(신보)은 ‘퇴직자용 회사’를 차려 놓고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 사우회(社友會)가 지분을 100% 갖고 있는 회사에 중소기업 채권을 담보로 증권을 발행하는 연 매출 200억원짜리 사업을 주고, 이 회사는 매년 신보가 지정하는 고위 퇴직자를 채용했다. 환경공단도 구조조정된 퇴직자들이 세운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이 업체에 유리한 계약을 해주는 방식으로 108억원을 줬다.

원자력안전기술원 직원 9명은 재택근무나 출장, 육아를 하겠다고 자리를 비워 놓은 채 골프장에 갔다가 적발됐다. 도로교통공단에서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으면서 퇴직을 앞두고 있었던 직원 가운데 13명은 주 1회만 출근하는 등 무단 결근을 일삼으면서 월급만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공단 등 18개 기관의 간부 24명은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단속됐는데도 이를 기관에 알리지 않아 인사 조치를 피했다. 일부는 무사히 승진까지 했다.

해양수산개발원·철도기술연구원·원자력안전기술원은 노조에 청사 1층 공간을 무상으로 임대해줘서 노조가 이를 제3자에게 유료로 재임대할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노조를 부당 지원하기도 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아예 정부가 준 출연금 일부를 무단으로 전용해 노조에 6억9000만원을 주기도 했다.

정부 차원에서 노조 관련 단체에 수백억원을 부당하게 준 사실도 확인됐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정부는 공공 기관 113곳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조건으로 인센티브 1740억원을 지급했는데, 이듬해 문재인 정부 들어 성과연봉제가 폐지되자 831억원을 돌려받았다. 그런데 이 돈 대부분을 한국노총·민주노총 제안으로 설립한 비영리법인이나 노조 관련 단체에 줘 버렸다. 정부가 돌려받지 않은 909억원은 공공 기관들이 여전히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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