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간 오페라 '나비부인'…"이렇게 혁신적인 연출은 처음"

최주성 2023. 9. 20.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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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호 연출, 2500년대 우주 배경으로 고전 재해석
성남 시 승격 50주년 기념공연…10월 12∼15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 '나비부인' 제작진 왼쪽부터 서정림 성남문화재단 대표이사, 정구호 연출, 파트릭 랑에 지휘자, 소프라노 임세경, 테너 이범주. [성남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그동안 유럽에서 활동하며 200회 가까이 '나비부인' 무대에 서 봤는데요. 현대적으로 '나비부인'을 연출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이렇게 혁신적인 오페라 연출은 처음이네요."

다음 달 개막하는 오페라 '나비부인'의 주인공을 맡은 소프라노 임세경이 혁신적인 작품을 예고했다.

성남문화재단은 성남시 시 승격 50주년을 기념해 10월 12∼15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나비부인'을 공연한다. 무용, 오페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정구호가 연출을 맡아 자코모 푸치니의 고전을 새롭게 해석한다.

오페라 '나비부인' 정구호 연출 [성남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정 연출은 20일 서울 중구 콘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다양한 버전의 '나비부인'이 무대에 올랐는데 늘 아쉬운 점이 있었다"며 "남녀관계를 묘사하는 방식이나 제국주의적 색채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배경이 달라져도 아름다운 음악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흐름은 그대로 따라갈 수 있다"고 밝혔다.

1904년 초연한 '나비부인'의 원작은 19세기 일본의 나가사키 항구를 배경으로 미군 해군 장교 핑커톤과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는 초초상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다. 여성을 수동적인 인물로 그리는 등 동양인 여성을 왜곡되게 묘사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반면 정 연출은 작품의 배경을 서기 2576년의 우주로 설정했다. 핑커톤은 행성 연합국을 대표하는 엠포리오 행성의 사령관으로, 초초상은 파필리오 행성의 공주로 서로를 만나게 된다.

원작의 줄거리는 미래 지구가 거느리고 있는 행성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으로 변형해 원작에 나타나는 일본과 미국의 관계를 지웠다.

정 연출은 "초초상과 핑커톤은 각자의 행성을 대표하는 인물로 서로를 만나게 된다"며 "서로를 향한 예의를 갖춘 관계로 표현해 남녀 관계를 동등한 위치로 만들고자 했다. 표현하는 방법도 원작과 달라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오페라 '나비부인' 제작진 왼쪽부터 서정림 성남문화재단 대표이사, 정구호 연출, 파트릭 랑에 지휘자, 소프라노 임세경, 테너 이범주. [성남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탈리아어 가사까지 작품에 맞게 바꾸고 싶었다는 정 연출은 그간 두 인물의 관계와 계급을 새로운 방법으로 연출한 작품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인물의 기본적인 관계를 바꾸지 않으면 제대로 된 창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탈리아어 가사는 그대로 두고 한국어 자막만 작품 설정에 맞게 바꿀까도 고민 중이다. 왜 '나비부인'을 공연하냐는 질문에 이만큼 재해석하고 도전할 수 있다는 답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무대는 초초상의 눈동자를 형상화한 흰색의 회전 무대로 꾸몄다. 배우들은 천장에 설치한 눈썹 모양 LED 화면으로 비대면 소통하기도 한다.

정 연출은 "초초상과 핑커톤이 결혼서약에 서명할 때 공상과학 영화처럼 디지털 센서를 활용하는 장면도 있다"며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두 인물의 감정선이지만, 작품 곳곳에서 독특하고 재밌는 요소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프라노 임세경 [성남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핑커톤을 향한 사랑의 감정을 품는 초초상 역은 2004년 데뷔한 이래 유럽을 무대로 활약하는 소프라노 임세경과 함께 박재은이 맡는다. 초초상과 평화 협상을 진행하는 핑커톤 역에는 베르디 국제 콩쿠르를 입상한 테너 이범주와 함께 허영훈이 출연한다.

임세경은 "과거 현대적으로 연출한 오페라에 출연할 때는 연출가와 해석이 달라 싸우는 일도 많았다"며 "경험이 쌓이면서 마음도 점차 열리고 있다. 이번 작품은 백지처럼 열어놓고 연출과 함께 상의해보려 한다. 한국을 넘어 세계에 이름을 남기는 프로덕션으로 만들고 싶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지휘는 파트릭 랑에가 맡는다. 영국 글라인드본,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 극장과 함께 무대에 섰으며 2014년 국립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로 국내 무대도 경험했다.

랑에는 "'나비부인'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이라며 "정 연출과 협업해 우아하고 아름다운 디테일을 갖춘 오페라를 만들게 돼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파트릭 랑에 지휘자 [성남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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