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사람 잡는 폭염”…기후위기로 2년 사이 ‘폭염 산재’ 2배 늘어

조해람 기자 2023. 9. 19.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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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3건·2022년 23건 승인…올해는 더 늘 듯
고용노동부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라인’ 등 폭염대책
‘가이드라인’ 그쳐 현장선 안 지켜진다는 지적 나와
폭염이 계속된 8월1일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고 있다. 조태형 기자

기후위기로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면서 최근 2년 사이 온열질환 산재 신청·승인건수가 2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으로 인한 산재사망자도 계속 늘었다. 폭염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법·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비례)이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온열질환 산재발생 현황’을 보면, 2018년부터 2023년 8월까지 온열질환 산재 신청 147건이 접수돼 이 중 127건이 승인됐다. 사망자는 20명이다.

온열질환 산재는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된 2018년 가장 많이 발생했다. 2018년 온열질환 산재 신청은 42건으로 이 중 35건이 승인됐다. 산재가 인정된 사망자는 7명에 달했다. 2019년에는 27건이 신청돼 26건이 승인됐다. 사망자는 3명이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가 노동자들의 휴게시간 보장 등 폭염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하루 파업에 나선 8월1일 인천 서구 쿠팡 인천4센터 앞에 마련된 ‘폭염 시기 온도 감시단 인천 출장소’ 천막 농성장에 선전물이 부착돼 있다. 조태형 기자

온열질환 산재는 2020년 잠시 줄었다가 2년만에 다시 증가했다. 2020년 온열질환 산재는 14건이 신청돼 13건이 승인됐다. 사망자는 2명이었다. 2021년에는 23건이 신청돼 19건이 산재로 인정됐다. 사망자는 1명으로 나타났다. 2022년에는 2020년의 2배인 28건이 신청돼 23건이 산재로 승인받았다. 사망자는 5명으로 부쩍 늘었다. 2023년은 8월까지 13건이 신청돼 11건이 승인됐다. 이 중 사망자는 현재까지 2명으로 집계됐다.

이례적인 폭염이 나타난 올해도 예년보다 많은 ‘폭염 산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온열질환 산재신청은 통상 9월 이후 집중된다. 재해자들이 업무 관련성을 입증할 자료를 모으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2021년 산재 신청건수 23건 중 17건(73.9%)이, 2022년에는 28건 중 15건(53.6%)이 9월 이후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소속 노동자들이 8월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노동현장에 폭염 대책을 요구하며 얼음물을 붓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폭염 산재’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폭염으로부터 노동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아 사망에까지 이르는 일도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19일 코스트코 하남점 직원 김동호씨(29)는 기온이 33도로 폭염특보가 내려진 날 주차장에서 일하다 쓰러져 숨졌다. 김씨는 매시간 200대가량의 카트를 밀며 매일 3만6000보를 이동했다. 유족은 실·외 냉풍기와 보냉장구 등 폭염 대책이 거의 마련되지 않았다며 산재를 신청했다.

고용노동부의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라인’ 등 폭염대책이 권고에 그치는 탓에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상 물·휴식 제공을 의무화하고 위반 시 형사처벌·과태료 등을 부과한다고 설명한다. 다만 “노동자가 적절하게 휴식하도록 해야 한다”고만 안내하는 등 구체적 기준은 없다. 노동부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폭염기 기온에 따른 구체적인 휴식시간 규정(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이면 시간당 10분, 35도 이상이면 15분) 등을 두고 있지만 이는 여전히 ‘권고’다.

이 의원은 “정부는 폭염·한파 대비를 위해 관련법 개정이 아닌 ‘온열질환 가이드라인’ 준수만을 고집하면서, 극한의 날씨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며 “오는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동법안 소위에서 재검토될 예정인 폭염·한파 대비 산안법 개정안을 이번엔 반드시 통과시켜야 하며, 기후위기에 따른 이상기후로부터 노동자 생명을 더욱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법개정에 정부 여당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 더 알아보려면

올 여름, 정말 더웠죠. 2680명. 올해 여름 한국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입니다. 최근 5년 내 최다라고 합니다.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전 지구적으로도 2023년은 ‘역사상 가장 더운 해’였습니다.

야외나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폭염에 특히 취약합니다. 이들에게 폭염은 ‘일터의 안전’과 직결됩니다. 노동 안전의 관점에서 정부가 폭염 대책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경향신문이 올해 여름 만난 ‘폭염 속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아래에 붙입니다.

이제 곧 가을입니다. 날이 식어도 잊어버리지 않아야 하는 이야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내년에 똑같은 말들을 더 심각하게 꺼내지 않으려면요.


☞ “사람이 죽어도 달라지는 게 없다”···폭염 속 노동자의 하루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307021720001


☞ “코스트코는 사람 더 죽으면 사과할 건가”···분노에 찬 카트노동자 추모집회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8021455011


☞ “건설노동자 5명 중 1명은 물도 못 마셔”···폭염에 현장이 익어간다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308021615001


☞ 끓는 아스팔트 달리는 배달노동자들 "우리에게 폭염대책은 해열제뿐”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8032056005


☞ “37도 찜통 쿠팡 물류센터…폭염 대책 정부가 직접 나서라”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8171407001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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