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 전영애×김남희 "'그림 동화' 1857년 7판 정본 완역"

신재우 기자 2023. 9. 19. 12: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책은 안 늙지만 저만 늙어가요."

동화계 고전인 그림 형제의 '그림 동화'를 번역한 전영애 씨는 "들꽃이 가득 핀 벌판 하나를 혼자 숨겨두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며 천진난만한 웃음을 보였다.

18일 '그림 동화' 특별판(전 2권)의 출간을 맞아 진행된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는 번역을 맡은 전영애, 김남희 역자와 자문을 맡은 스위스 민담·동화 연구가 알프레드 메설리 전 취리히대 교수가 참여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민음사, 그림형제 생전 마지막 판본 작업·출간
[서울=뉴시스] 18일 '그림 동화' 특별판 출간을 맞아 번역을 맡은 전영애, 김남희 역자와 자문을 맡은 알프레드 메설리 교수가 온라인 간담회를 진행했다.(사진=민음사 제공) 2023.09.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책은 안 늙지만 저만 늙어가요."

동화계 고전인 그림 형제의 '그림 동화'를 번역한 전영애 씨는 "들꽃이 가득 핀 벌판 하나를 혼자 숨겨두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며 천진난만한 웃음을 보였다.

18일 '그림 동화' 특별판(전 2권)의 출간을 맞아 진행된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는 번역을 맡은 전영애, 김남희 역자와 자문을 맡은 스위스 민담·동화 연구가 알프레드 메설리 전 취리히대 교수가 참여했다.

전영애 번역가는 동양 여성 최초로 괴테 금메달을 받은 원로 번역가고 김남희 번역가는 한국과 독일 문학 번역을 지금까지도 활발히 하는 젊은 번역가다.

이번 번역 작업에 참여한 메설리 교수는 "경험 많고 노력한 선생과 젊은 학자의 조합이라면 훌륭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취리히에서 우연히 만난 전 번역가와 설악의 한 심포지엄에서 만난 김 번역가에게 번역을 제안했고 마치 드림팀처럼 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메설리 교수는 "그간 한국에 출간된 번역본은 출발어가 독일어가 아니라 영어였고 독일어에 지나치게 집중해 어려운 한국어로 쓰이거나 한국어를 지나치게 강조해 실제 독일어가 갖고 있는 낯섦이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며 "이런 어려움을 마치 호두까기처럼 깨내야했다"며 이번 특별판의 차이점을 전했다.

번역은 원어에 충실하면서도 "약간의 낯섦"을 위해 노력했다. 전 번역가는 "특히 의성어가 가장 어려운 문제였다"며 "개구리 이야기를 예로 들면 원작에선 개구리가 '악'하고 운다고 돼 있다. 이를 번역하는데 '개굴개굴'이 아닌 '꽉꽉'을 8번 하는 궁여지책도 마련하는 등 약간의 낯섦을 유지하면서 제대로 번역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원어에 가깝게 번역하기 위해서 가장 고민한 건 본문의 어미였어요. 동화는 다 '~습니다'로 끝나는데 종결 어미가 길어서 이야기의 진행이 처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대화에선 존대어를 사용하고 본문은 평서문으로 번역하기로 했어요."

[서울=뉴시스] 18일 '그림 동화' 특별판 출간을 맞아 번역을 맡은 전영애, 김남희 역자가 온라인 간담회를 진행했다.(사진=민음사 제공) 2023.09.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그림 동화’로 짧게 불리는 '아이들과 가정의 동화'는 그림 형제가 독일의 전래 동화를 모아 1권은 1812년에, 2권은 1815년에 출판을 시작한 이래 꾸준한 재작업과 재구성을 해나갔다.

민음사를 통해 출간된 이번 특별판은 그림 형제 생전 마지막 판본인 1857년 7판 정본을 완역한 것으로 1권 동화 86편과 2권 동화 114편과 함께 그림 형제의 동화책 삽화가로 알려진 화가 오토 우벨로데의 삽화 400여 점을 본문에 수록했다.

메설리 교수는 '그림 동화'의 의미에 대해서 "단순하거나 평범한 사람들이 그들의 언어로 만들어 낸 이야기"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그림 형제가 민중의 언어를 잘 정리해서 일상적이면서도 시적인 언어로 만들어 내는 역할을 했던 것 같다"며 "주변인과 집에서 일하는 하인이 자신이 알고 있는 동화를 이야기해 주고 구전돼 온 이야기를 모아서 그간 인지되거나 인식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나의 장르로 만들어서 독일의 동화를 정립했다"고 강조했다.

"'그림 동화'의 지금의 가치는 이번 세대가 새롭게 읽으면서 찾아야 할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에 구애받지 않은 것이 있다면 두려움을 배우러 나간 소년을 통해 두려움을 모르면 인간 존재가 아니라는 메시지 같은 것 아닐까요. 인간의 긍정적, 부정적 특성 등 모든 것을 미화하지 않고 그대로 그려내는 것이 시간이 변하지 않은 가치라고 생각해요."

☞공감언론 뉴시스 shin2roo@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