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전 폐쇄 "채희봉, 계획수정 요청한 실무자 질책"

김도현 기자 2023. 9. 1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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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조기폐쇄 근거 에너지기본계획 아닌, 에너지전환 로드맵에 담아
대전고등법원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뉴시스]김도현 기자 =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및 조기 폐쇄 관련 재판에서 원전 조기 폐쇄를 위해 실무자들이 에너지기본계획 수정을 채희봉(55) 전 청와대 산업정책 비서관에게 보고하자 큰 질책을 받았고 이후 에너지로드맵으로 전환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최석진)는 19일 오전 10시 316호 법정에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업무방해, 경제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및 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백운규(57)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 전 비서관, 정재훈(61)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김수현 전 청와대비서실 정책실장 등에 대한 31차 공판을 했다.

이날 월성 원전 1호기 관련 문건을 삭제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 중인 전직 산업부 공무원 A(51)씨에 대한 증인 신문이 이어졌다.

A씨는 “산업부에서 조기 폐쇄 방안을 논의한 결과 에너지기본계획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수정이 필요 없다는 의견으로 갈렸고 채 전 비서관에게 조기 폐쇄를 위해 에너지기본계획을 수정해야 한다고 보고하자 부정적인 말들을 하면서 큰 질책이 있었다”며 “당시 나는 발령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동안 진행된 상황을 몰랐고 원칙적으로 에너지기본계획을 수정해 조기 폐쇄를 하는 방향 등 절차를 지키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보고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A씨에게 채 전 비서관이 다른 국장에게 “에너지기본계획 수정을 얘기하려면 청와대에 오지 말라”라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을 아느냐고 물었고, A씨는 정확하지 않지만 강하게 부정적인 의견을 표시했다고 답했다.

A씨는 “이후 에너지기본계획 수정 논의는 없었고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를 위해 산업부에서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한수원의 자발적 협조를 추진하고 있던 상황”이라며 “하지만 법적 근거가 없었던 상황”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실무자에게 가장 편한 것은 법이 규정돼 있는 것이며 가장 부담되는 것은 행정지도인 상황에서 중간점인 에너지기본계획 수정 등을 통해 이뤄졌어야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행정지도만 남았다”며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한수원은 배임 등 문제가 생길 우려 때문에 이사회 등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워서 정부에서 근거를 마련하거나 공문을 통해 행정지도 등을 원하고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산업부는 한수원이 스스로 조기 폐쇄 의향을 밝혀주길 원했으며 실무자들이 에너지기본계획 수정을 채 전 비서관에게 반대 당하자 에너지기본계획 수정이 아닌 에너지전환로드맵을 통해 근거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특히 에너지기본계획 수정 배제 및 추진 사항 등은 모두 백 전 장관에게도 보고가 됐다고 A씨는 전했다.

검찰의 증인 신문이 이어지던 중 피고인 측 변호인은 검찰이 원론적인 질문이 아닌 질문 앞에 수식어를 길게 붙여 과도한 유도신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 검찰 측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제 사실을 충분히 확인한 뒤 질문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26일 오전 10시에 이뤄질 예정이다.

앞서 백 전 장관과 채 전 비서관은 2017년 11월 한수원에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내용이 담긴 ‘설비현황조사표’를 제출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월성 원전 1호기는 이듬해인 2018년 6월15일 한수원 이사회 의결로 ‘즉시 가동 중단 및 조기 폐쇄’하기로 결정됐다.

당시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손해보전 여부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이들의 지시로 월성 원전 1호기가 경제성이 없는 것처럼 평가를 조작, 즉시 가동 중단 결정을 내려 한수원에 1481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김 전 실장 역시 이 과정에 개입해 즉시 폐쇄 방안을 강압적으로 관철시켰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제성 평가 용역을 맡은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는 2018년 5월 월성 원전 1호기 가동 경제성을 약 1700억원에서 한 달 만에 200억원대로 낮춘 최종평가서를 한수원에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kdh191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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