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기피하는 뿌리산업 … 21살에 과감하게 창업

양연호 기자(yeonho8902@mk.co.kr) 2023. 9. 1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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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예지 신천STS 대표
낮엔 중기 현장서 실무경험
밤엔 대학서 기업인 꿈 키워
나이 어리다고 은행서 퇴짜
중진공 지원받아 사업 시작
스테인리스 파이프 생산기업
매출 18억 … 3년새 149% 성장
홍예지 신천STS 대표.

뿌리산업은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 6개 분야의 제조공정 기술을 활용하는 업종이다. 뿌리산업 기술은 대부분의 제조업에서 활용돼 제조업의 근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열악한 근무환경과 낮은 임금으로 청년층이 뿌리산업 분야 취업을 기피하는 등 인력난을 겪고 있다. 2022년 뿌리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종사자 중 40대 이상이 65.8%, 20대 이하가 10.5%로 대부분이 40·50대이며 그나마도 외국인이 절반 이상이다.

청년층의 낮은 취업 선호도와 어려운 산업 환경에도 과감하게 뿌리산업 분야 창업에 도전한 MZ세대가 있다. 바로 홍예지 신천STS 대표다. 홍 대표는 MZ세대의 중심인 1997년생으로 올해 25세다. 그는 한창 대학 생활을 보내거나 청춘을 즐길 21세에 뿌리산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신천STS는 2019년 설립된 스테인리스 파이프 직조관 생산기업이다. '새로운 제품 기술 개발과 품질 향상을 위한 더 나은 기업'을 슬로건으로 삼았다. 제품 품질을 높이고자 꾸준히 노력한 결과 2022년 매출 18억원을 달성하며 창업 초기 대비 149% 성장했다.

신천STS 주력 제품은 스테인리스 파이프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냉장고, 세탁기, 보일러, 히터 등에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파이프 제조 공정이 단순하다고 생각하지만 용도에 따라 길이와 재질 등 규격이 다양해 까다롭고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다른 파이프 제조업체는 외경을 원하는 사이즈보다 크게 설정해 후처리 작업으로 규격을 맞추지만, 신천STS는 조관 작업을 통해 외경부터 고객 요구에 맞는 크기로 생산한다. 추가 열처리와 인발 등 후처리 작업 없이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추가 공정을 줄인 덕분에 제품 변형을 최소화해 품질을 높이고, 원가 절감과 신속한 납기 준수로 고객 만족도를 끌어올렸다.

어릴 적부터 사업가가 되고 싶었던 홍 대표는 고등학교 졸업 후 낮에는 중소기업 현장에 뛰어들어 실무 경험을 쌓고, 밤에는 한국산업기술대 기업경영학과를 다니면서 기업인의 꿈을 키웠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현장 경험과 이론 지식을 쌓았는데도 창업 도전은 쉽지 않았다. 자금 여력이 부족했던 그는 나이가 어리고 담보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은행에서 번번이 거절당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청년전용창업자금(이하 중진공 청년창업자금)을 알게 됐고, 중진공 정책자금 지원을 받아 기업인의 꿈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었다.

신천STS는 중진공 청년창업자금을 2020년부터 두 번에 걸쳐 총 2억원을 지원받아, 함께 일할 직원의 인건비와 원부자재 구입에 활용했다. 이를 통해 파이프 주자재인 코일을 선제적으로 대량 확보해 주문 물량을 납기 내에 생산했고, 원자재 가격 변동 위험에 대응력을 갖췄다. 아울러 관할 지역본부 전문위원의 창업 멘토링을 통해 기업 경영에 필수적인 세무·회계에 관한 지식을 얻으면서 성공적인 창업을 위해 실무 역량을 높였다.

중진공 청년창업자금은 기술성과 사업성이 있으나 담보력이 부족한 청년 창업기업을 대상으로 대표자의 신용등급과 기업의 재무 상태 대신 창업 아이템과 사업 계획을 평가해 창업 초기 청년 창업기업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청년 창업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정책자금이다.

홍 대표는 "신천STS는 아직 소기업에 불과하지만, 함께 땀 흘려 일하고 내 손으로 제품을 만들 때의 보람을 경험해보면 제조업 매력에 푹 빠진다"며 "위험하고 힘들다는 이유로 제조업을 꺼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MZ세대뿐만 아니라 모두가 제조업 창업을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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