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강남 ‘엄빠’는 이곳에 갑니다…도심 속 정원 ‘포스코 스퀘어 가든’

김지윤 기자 2023. 9. 1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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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센터 주변에 조성한 도심 속 열린 복합문화공간 ‘포스코 스퀘어가든’

‘주말, 아이와 함께 다녀오면 좋을 곳’을 검색하다 뜻밖의 댓글을 발견했다. 다름 아닌 ‘포스코 사옥’이었다. 직장인의 쉼터이자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손색 없다는 글도 이어졌다. 키즈카페도 아니고, 테마공원도 아닌 이곳은 어떤 이유로 ‘모두의 핫플’이 됐을까.

■ 걷다가 쉬다가, 산책로를 품은 공연장

지난 8월, 포스코 그룹은 ‘기업도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존재하고 사회에 공헌해야 하는 시민’이라는 ‘기업 시민 경영’ 개념에 따라 ‘포스코 스퀘어 가든’의 문을 열었다. 산책과 쇼핑, 공연과 전시 관람이 모두 가능한 도심 속 복합문화 공간이다.

포스코 스퀘어 가든 내 ‘선큰 가든’에는 곡선형 계단과 권치규 작가의 조형물 ‘서정적 풍경’을 배치됐다.

사옥 정면에 위치한 철제 구조물과 장미 화단을 기준으로 우측에는 상시 공연 및 시민 쉼터가 가능한 ‘버스킹 가든’이, 좌측에는 다양한 전시와 공연이 이루어지는 ‘썬큰 가든’과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야외 미술관 ‘갤러리 가든’이 이어진다. 990m의 산책로는 사옥을 둘러싸고 있는 모양새다.

통상적으로 ‘썬큰 가든’은 지하 공간에 채광과 개방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지를 파내고 조성한 정원을 의미한다. 짧은 산책로를 거쳐 도착한 ‘썬큰 가든’의 첫인상은 ‘작은 숲’이었다. 포스코 측은 지하 1층에 자리한 미술관과 편의시설로 향하는 길에 곡선형 계단을 설치하고 그 주변을 권치규 작가의 조형물 ‘서정적 풍경’으로 채워 초록의 안정감을 더했다.

계단 우측에 자리한 거울 형태의 타일에 빛줄기가 내려앉자 굴절된 도심의 이미지가 사방으로 반사됐다. ‘밀레니엄’을 앞둔 세기말의 분위기 같았다. 좌측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이어진 16m 높이의 대형 미디어월에서는 ‘자연과 숲을 형상화한 미디어 퍼포먼스 영상’이 반복적으로 재생돼 몽환적인 느낌을 선사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거대한 트리로, 겨울왕국으로 변신한다고 한다.

‘썬큰 가든’의 정면에는 ‘생활 속의 예술, 예술 속의 생활’을 지향하는 포스코 미술관 입구가 자리하고 있다. 약 960여 점을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에서는 상설 전시 외에도 초대전과 특별전을 통해 시대와 장르, 상식과 편견을 깨는 다양한 예술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시민들을 위한 문화예술 체험의 기회 역시 제공하고 있다.

지난 8월, 가수 이무진이 ‘버스킹 가든’의 첫 주인공으로 무대에 올랐다.

계단을 내려오지 않고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갤러리 가든’과 마주하게 된다. 이곳에는 포스코가 보유한 조형물 4점이 곳곳에 배치됐다. 다양한 식물을 관찰하는 시간도 색다른 경험이다. 포스코에 따르면 이 공간에는 27종의 조경 수목이 심겨 있다. 특히 분비나무, 귀룽나무, 노각나무 등 국내 토종 수종이 집중적으로 배치돼 의미를 더한다. 누구든 걷다 쉴 수 있는 휴게 공간 또한 13개소나 신설됐다.

반대편에 자리한 ‘버스킹 가든’은 평소에는 휴식 공간으로, 상황에 따라서는 공연장으로 변신하는 독특한 공간이다. 포스코 측은 “일반 시민은 물론 아마추어 아티스트들이 언제든 자신의 재능을 뽐낼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스테인리스 벤치로 제작된 예술 작품에 앉아 부담 없이 공연을 즐기다 보면 관람객 역시 공연의 일부가 된다.

포스코 센터 지하 1층과 지상 1층을 관통하는 대형 아쿠아리움.

■ 불과 만난 물, 동양 최대 원형 수족관

‘겉’만 보고 돌아가기엔 아직 이르다. 포스코센터 정문으로 들어서면 나도 모르게 시선이 머물고 발길이 향하는 설치물이 있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을 관통하는 대형 아쿠아리움이다. ‘불’과 밀접한 기업의 사옥에서 마주한 ‘물’은 뜻밖의 신선함을 준다.

2010년 ‘산호초의 꿈’을 주제로 준공된 아쿠아리움은 지름 5m, 높이는 9m에 이르는 거대한 크기다. 동양 최대 원형 수족관으로 알려져 있다. 30여 종의 산호초와 40여 종 1천여 마리의 열대어들이 무려 170t 해수 안에서 춤을 추듯 유영하고 있다. 해수 환수는 주 3회, 어종 보충은 월 1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시간만 잘 맞추면 스쿠버 다이버가 아쿠아리움 안으로 들어가 직접 물고기 밥을 주는 진풍경도 목격할 수 있다.

올려다본 2층 로비에는 웅장하게 물줄기를 쏟아내는 거대한 폭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높이 7.25m, 폭 2, 4m로 길게 늘어진 화폭에 등장하는 진경산수로 잘 알려진 겸재 정선의 ‘박연폭포’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색과 풍광이 변하기도 하고 철을 만들어내는 심장인 용광로가 돼 뜨거운 오렌지빛 쇳물을 폭포처럼 발산하기도 한다.

건물 뒤쪽에는 체험형 전시관 ‘스틸 갤러리’가 운영 중이다. ‘스틸 인 리빙’을 테마로 구성된 1층은 철이 우리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소개한다. 터치스크린을 활용한 애니메이션 전시관, VR 체험관으로 구성됐으며 다채로운 색의 영상과 귀여운 그림체로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딱 맞는 철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외에도 철의 다양성 및 사용성을 인터랙티브 콘텐츠와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즐길 수 있다.

테라로사 포스코센터점 내부 풍경
카페 한켠에 배치된 안전모 소품은 매해 하나씩 추가된다. 포스코의 역사를 의미한다.

마지막 코스로 들러볼 곳은 ‘테라로사 포스코센터점’이다. 언뜻 보기에 북카페처럼 보이는 이곳은 평일 낮임에도 사람이 가득했다.

지상 1층과 2층에 걸쳐 디자인된 공간은 널찍한 테이블 배치와 통창 가득 들어오는 초록의 대로변 뷰가 이국적인 인상을 준다. 내부 계단과 커피 바, 책꽂이 등 카페 내부 인테리어에는 포스코 제품이 사용됐다고 한다.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선릉역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포스코 사옥을 멀리서 보면 흔히 관용적으로 사용하는 ‘도심 속 거대한 빌딩 숲’,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거목에 가깝다. 그러나 한 걸음씩 다가가 가까이에서 들여다본다면 ‘거대한 빌딩’ 보다 ‘도심 숲’이라는 글자가 더 친근하게 다가올 것이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가을바람을 만끽하며 도심 속 산책을 즐겨봐도 좋겠다.

김지윤 기자 ju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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