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아들 자퇴해라"... 악성 민원 가해 학부모 자녀 대학까지 찾아갔다

원다라 2023. 9. 1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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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경기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 교사의 해당 학부모와 자녀의 신상정보를 폭로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이 등장했다.

지난 10일 한 인스타그램 계정엔 '대전 교사 사망' 사건 관련 가해자로 추정되는 학부모들의 이름과 주소, 사업장 등이 공개됐고, 자녀와 가족의 신상정보도 무분별하게 노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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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숨진 고 이영승 초등 교사 사건
7년 전 '페트병 사건' 가해 학부모·자녀 
자녀 대학 교정에 비난 피켓까지 등장
'촉법나이트' '촉시탈' 신상털기 우려
경기 의정부 한 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관련, 18일 가해 학부모로 추정되는 사람의 신상을 공개한 인스타그램 계정. 인스타그램 캡처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경기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 교사의 해당 학부모와 자녀의 신상정보를 폭로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이 등장했다. 가해 추정 학부모와 대학에 입학한 자녀 신상도 공개되면서 2차 피해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17일 한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의정부 A초등학교 고 이영승 교사 1편 '페트병 갑질 학부모'"라는 소개글과 함께 악성 민원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학부모의 신상 공개 글 10여 건이 올라왔다. 이 학부모는 이영승 교사가 첫 부임한 2016년 민원을 처음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초등 6학년 수업 중 페트병 자르기를 하다 자녀가 손을 다치자 이 교사에게 자녀의 치료비와 성형수술비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이 교사가 이듬해 입대한 후에도 학교 측이 이 교사 소속 부대에까지 전화해 "학부모에게 돈을 주든가, 전화 안 오게 해라"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사는 제대 후 2021년 복직한 그해 12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기 의정부 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관련 17일 가해 추정 학부모 신상 공개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 캡처

해당 계정 게시글 10건 중 7건은 가해 추정 학부모의 자녀 신상 공개였다. 대학생이 된 자녀의 현재 생활뿐 아니라 초등학교 졸업사진 등 과거 정보도 줄줄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자녀의 이름과 현재 다니고 있는 대학도 공개했다. 이 대학 교정에 있는 피켓 사진도 올렸다. 이 피켓에는 붉은 글씨로 "23학번 ○○대 재학 중인 ○○○학생 자퇴해라. 살인자의 아들"이라고 적혀 있다. "2016년 13세 의정부 A초교 재학 당시 가해자의 어머니가 억지주장·횡포. 4년 동안 선생님을 괴롭히고 군대까지 따라다니면서 선생님은 극단적 선택하게 만든 악녀의 자식이 이 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그 학생은 자퇴하길 바랍니다"라는 문구도 적혔다.

해당 대학의 오픈채팅방에서도 가해 추정 학부모의 자녀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한 오픈채팅방에서는 "23학번 20세 ○○○라는 학생 있을까요 저희 딸을 임신시키고 연락이 두절됐다. 그 학생 연락돼서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비방 목적의 글이 올라왔다.

경기 의정부 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관련 17일 가해 추정 학부모 신상 공개 인스타그램 계정엔 해당 학부모의 자녀가 다니는 대학 교정에 "살인자의 아들. 자퇴해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이 놓인 사진 등이 올라왔다. 인스타그램 캡처

계정은 개설된 지 하루 만에 팔로어 수가 2,000명을 넘어섰다. 누리꾼들은 "페트병 자르다 다쳐 4년 동안 괴롭힐 정도로 보기엔 손목이 멀쩡하다" "선생님은 젊은 나이에 스트레스받다 돌아가셨다. 다음은 네 차례" 등 비난 댓글을 쏟아내고 있다.

악성 민원으로 숨진 교사의 가해 학부모 신상 공개 SNS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0일 한 인스타그램 계정엔 '대전 교사 사망' 사건 관련 가해자로 추정되는 학부모들의 이름과 주소, 사업장 등이 공개됐고, 자녀와 가족의 신상정보도 무분별하게 노출됐다. 당시 이 계정은 하루 새 팔로어 수가 7,000여 명을 넘었다. 계정에 언급된 사업장은 운영을 일시 중단하거나, 폐점했다. 해당 계정 글 작성자가 "나는 (법의 저촉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이라고 밝히며, 누리꾼들 사이에선 교사 사망사건 관련 가해 학부모 신상을 공개하는 계정이 '촉시탈(촉법소년+각시탈)' 또는 '촉법나이트(촉법소년+기사)' 등으로도 불리고 있다.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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