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키보다 20배 점프하고 몸무게 22배 드는 슈퍼 곤충 로봇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3. 9. 18.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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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코넬대 연소 방식의 구동기 개발
메탄 폭발력으로 다리 움직여
수색구조, 우주탐사에 활용 기대
실제 곤충과 결합한 사이보그도 나와
화학 연료의 폭발력으로 자기 키보다 20배 높이까지 도약하는 곤충 로봇이 개발됐다./미 코넬대

곤충만 한 크기의 소형 로봇이 몸길이보다 20배 높이를 뛰고 몸무게보다 22배나 무거운 짐까지 옮겼다.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연료를 사용해 장기간 재난현장에서 조난자를 찾거나 다른 천체에서 탐사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코넬대의 로버트 셰퍼드(Robert Shepherd) 교수 연구진은 지난 15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대형 로봇에게만 적용하던 연소 방식의 액추에이터(actuator·구동장치)를 곤충만 한 크기의 로봇에 적용해 네다리로 기고 뛰거나 도약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길이 29㎜, 무게 1.6g의 소형 곤충 로봇을 만들었다. 로봇은 네다리를 움직여 위로는 56㎝까지 도약했다. 앞으로는 16㎝까지 뛰면서 초속 16.9㎝로 이동할 수 있었다. 자기보다 22배 무거운 물체도 옮길 수 있었다.

미 코넬대는 메탄이 연소하면서 나온 폭발력으로 다리를 움직이는 곤충 로봇을 개발했다./미 코넬대

◇초당 100번까지 메탄 폭발시켜 다리 구동

곤충 크기의 소형 로봇은 재해·재난 현장처럼 위험한 환경에서 상황을 파악하거나 조난자를 찾는 데 쓸 수 있다. 크기를 줄이면 약물을 전달하거나 치료하는 의료용 로봇도 가능하다. 하지만 소형 로봇에 쓰는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원하는 만큼 힘을 내기 어려웠다. 대형 로봇에는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연소 방식의 액추에이터를 쓰지만, 소형화하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더 높은 화학 연료인 메탄을 사용했다. 3D(입체) 프린터로 로봇 다리에 들어갈 만큼 가벼운 325㎎ 무게의 초소형 연소실을 만들고, 그 안으로 메탄과 산소를 공급했다. 전기로 불꽃을 일으키자 메탄이 산소와 반응해 폭발하면서 연소실 위에 있는 실리콘 고무 막을 위로 밀어 올렸다.

메탄과 산소가 일으킨 폭발은 실리콘 고무 막을 9.2뉴턴(N)의 힘으로 밀었다. 1N은 질량 1㎏을 1m/s²의 가속도로 이동시키는 데 필요한 힘이다. 대략 100g인 물체를 들고 있을 때 느껴지는 무게가 1N이다. 곤충 로봇은 1㎏ 가까운 무게를 드는 것만큼 힘을 낸다는 말이다. 액추에이터는 이런 방식으로 1초에 100번까지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내구성 시험에서는 8시간 반 동안 75만번 폭발을 견뎌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곤충 로봇의 다리에는 화학 연소 방식의 액추에이터가 달려 있다. 메탄과 산소가 공급(1)되고 전기 불꽃이 일어나면(2) 연소 반응으로 발생한 폭발력으로 연소실 위의 실리콘 고무 막을 밀어 올린다(3). 실리콘 막이 다시 수축하면 연소 부산물인 이산화탄소와 물이 방출된다(4).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로봇의 다리가 움직인다./Science

◇실험실 장비, 펌프 구동에도 활용 가능

연구진은 액추에이터 두 개를 넣어 각각 다리 두 개씩 움직이도록 했다. 고무 막은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면서 로봇의 다리를 움직였다. 논문 제1 저자인 캐머런 오빈(Cameron Aubin) 박사과정 연구원은 “자동차 피스톤이 작동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로봇은 특정 시점에 한 연소실만 폭발시키는 방식으로 방향을 전환했으며, 동작 형태와 속도도 바꿀 수 있었다. 연구진은 메탄이 연소하면서 나온 이산화탄소와 물은 고무 막이 수축하면서 바로 배출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작은 크기로 많은 힘을 빠르게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액추에이터가 로봇뿐 아니라 자동화된 실험실 장비와 펌프에도 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점은 폭발로 인한 소음이다. 셰퍼드 교수는 “사람 곁에 두지 않는다면 쓸 곳이 많다”며 “물속이나 우주처럼 혹독하고 외딴 환경에서 수색이나 구조, 작전을 수행하는 로봇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의 라이언 트루비(Ryan Truby) 교수는 네이처지에 “이번 연구진은 화학 구동 방식을 로봇에 적용해 곤충 크기의 기계에서도 인상적인 성능을 보여줬다”며 “작고 가벼우면서도 강하고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로봇은 원격 환경 감시나 수색구조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트루비 교수는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려면 연료와 전력을 외부에서 공급받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코넬대 연구진은 “지금은 로봇이 외부에서 연료를 공급받지만, 자신보다 22배나 무거운 물체도 옮길 수 있다는 점에서 연료를 싣고도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 서던 캘리포니아대가 개발한 로비틀. 메탄올이 연소하면서 나온 열로 전극을 움직여 이동한다./미 서던 캘리포니아대

◇알코올 힘으로 작동하는 곤충 로봇도

이전에도 화학 구동 방식의 곤충 로봇이 있었다.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대의 네스토르 페레스-아란치비아(Néstor O. Pérez-Arancibia) 교수 연구진은 지난 2020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알코올의 일종인 메탄올로 작동하는 초소형 로봇 딱정벌레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 로봇에 로봇과 딱정벌레를 뜻하는 영어 단어 비틀을 합쳐 ‘로비틀(RoBeetle)’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무게는 88㎎이며, 몸통에 연료인 메탄올을 95㎎ 싣는다. 로비틀은 네 다리로 이동하며 몸무게의 2.6배까지 옮길 수 있다. 연료를 가득 채운 무게로 따지면 1.3배까지 들 수 있다.

로봇은 메탄올의 화학 반응으로 네 다리를 움직여 이동한다. 다리는 니켈과 티타늄 합금으로 된 전극이다. 표면은 메탄올 연소를 촉진하는 촉매인 백금 가루도 덮여 있다. 몸통에서 메탄올 증기가 나오면 다리에서 산화되면서 열을 발생한다. 이러면 전극이 팽창한다. 산화 반응이 끝나면 다시 온도가 내려가면서 다리가 수축한다. 이와 같은 팽창과 수축이 반복되면서 다리가 움직인다.

메탄올은 다른 물질을 녹이는 용매나 부동액으로 쓰인다.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10배나 높아 그만큼 같은 무게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낼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로비틀은 한 번 메탄올을 채우면 2시간 동안 작동했다. 실험에서 로봇은 풀밭이나 침낭 패드, 콘크리트 인도 등 다양한 형태의 길을 이동했다. 다만 같은 크기의 다른 로봇에 비해 속도가 느리고 직진 운동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가 개발한 사이보그 곤충 로봇. 딱정벌레의 날개 근육에 전기신호를 줘 비행 방향을 조종하는 데 성공했다./싱가포르 난양공대

◇곤충과 기계 결합한 사이보그도 등장

아예 별도 구동장치 없이 실제 곤충을 이용한 탐색 로봇도 등장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의 사토 히로타카(Sato Hirotaka) 교수 연구진은 지난 2018년 국제 학술지 ‘소프트 로보틱스’에 비행 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사이보그(cyborg) 딱정벌레를 발표했다.

사이보그는 살아 있는 몸이 로봇과 결합한 형태를 말한다. 연구진은 딱정벌레인 토르쿠아타 꽃무지에 칩과 전극을 심어 비행 방향과 보행 속도를 마음대로 조종했다. 곤충이 날 수 있다는 점에서 초소형 카메라나 센서를 달고 재난현장을 누비며 조난자를 찾는 살아 있는 드론(drone, 무인기)이 되는 것이다.

앞서 연구진은 다리에 전기신호를 달리 주는 방식으로 딱정벌레의 보행을 조종했다. 왼쪽 다리와 오른쪽 다리를 번갈아 뻗어가며 기어가거나, 마치 말이 전력 질주할 때 나오는 갤럽(gallop) 동작처럼 짝이 되는 좌우 다리를 동시에 움직여 이동했다. 이 기술을 비행에 적용한 것이다.

연구진은 딱정벌레의 비행 근육에 전극을 이식했다. 그런 다음 미세 전기를 흘려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조종했다. 또 전기 자극을 더 자주 주면 가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연구진은 꽃무지의 등에 3D 모션 캡처 장치를 달아 비행 중 새들의 위치를 추적했다. 사토 교수는 “사이보그 딱정벌레가 언젠가는 수색이나 구조에 사용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이산화탄소와 적외선 센서를 달면 지진이 발생한 곳에서 생존자를 감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Science(2023), DOI: 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g5067

Science Robotics(2020), DOI: https://doi.org/10.1126/scirobotics.aba0015

Soft Robotics(2018), DOI: https://doi.org/10.1089/soro.2017.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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