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을 왜 버려? 다시 쓰지”…‘무한 재활용’ 공장 울산에 생긴다

송민근 기자(stargazer@mk.co.kr) 2023. 9. 18.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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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지오센트릭, 1조8천억 투자해
울산에 세계 최초 재활용 종합단지
열분해·해중합·고순도PP추출해
年 500㎖ PET병 213억개 처리
울산 남구 SK지오센트릭 울산ARC 부지 건설 현장. [사진 출처 = SK이노베이션]
세계 최초로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한곳에서 구현하는 복합 플라스틱 재활용 단지가 울산에 건설된다. 단지가 완공되면 연 32만t의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해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17일 SK지오센트릭은 오는 10월 울산 남구 SK이노베이션 정유화학 복합단지 ‘울산콤플렉스(CLX)’ 내 21만5000㎡ 부지에 폐플라스틱 재활용 공장 ‘울산ARC(Advanced Recycling Cluster)’를 착공한다고 밝혔다. 축구장 22개 넓이와 맞먹는 크기로 총 1조8000억원이 투입된다.

최근 매일경제가 찾은 현장은 공장 건설을 위한 정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울산ARC 부지는 SK이노베이션 자회사들이 위치한 울산CLX에서 차로 5분도 떨어져 있지 않은 가까운 곳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김기현 SK지오센트릭 PM은 “총 3개의 공정과 1개의 전력·용수 등 공급 시설이 자리하게 될 예정”이라며 “공장이 완공되면 1년에 처리하는 폐플라스틱은 32만t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32만t은 500ml 생수병 213억3000만개를 처리할 수 있는 규모다.

SK지오센트릭은 울산ARC에 3가지 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공정을 동시에 건설한다. 비닐이나 오염물질이 묻은 폐플라스틱을 원유와 비슷하게 되돌리는 열분해, 플라스틱의 분자 연결고리를 끊어내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처음 생산한 것과 비슷한 제품을 생산하는 PET해중합, ‘초임계’ 고순도 폴리프로필렌(PP) 추출 3가지 기술을 동시에 구현한다.

현재 플라스틱 재활용은 투명PET병 같은 단일 물질을 쌀알 형태(펠릿)로 갈아 재활용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 외에는 분리배출해도 대부분이 소각장 등에서 태워진다. SK지오센트릭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물질이 섞여있거나 음식물 등 오염물질이 섞여있어도 적용 가능한 화학적 재활용을 택했다.

가장 범용적인 열분해는 300~800℃의 고열과 높은 압력에서 플라스틱을 녹여 원유와 비슷한 기름을 얻는 기술이다. 지금까지 소각 외엔 별 활용방안이 없던 비닐봉지 같은 물질을 석유화학 기초 물질인 나프타(납사)로 활용할 수도 있다.

김 PM은 “열분해유에 SK지오센트릭만의 기술로 수소 첨가 등 후처리를 거쳐 석유화학 원재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열분해유는 크림치즈나 요거트 같은 식품 용기부터 플라스틱 세제통까지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

해중합은 화학적 재활용의 꽃으로 불린다.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가공해 처음 생산한 플라스틱 소재의 품질과 물성을 구현하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물질을 중합하는 반대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분자 구조를 해체한다는 의미에서 해중합으로 불린다.

박지훈 SK지오센트릭 PM은 “현재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 PET나 폴리에스터 섬유 원단을 재활용할 계획”이라며 “기술 제휴를 맺은 루프 인더스트리는 이미 재활용 PET를 에비앙 생수병 등으로 공급 중”이라고 밝혔다.

고순도 PP추출에는 ‘초임계’ 기술이 활용된다. 초임계는 물질에 적절한 온도와 압력을 가하면 액체와 기체 사이의 상태가 되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높은 순도의 PP만 추출할 수 있다. PP는 자동차 내장재나 화장품 용기 등 사용되는 분야가 많아 많은 고객사 요청이 쇄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지오센트릭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재활용에 필요한 원료의 90%는 이미 국내에서 확보했다”며 “총 생산 능력의 20% 정도는 이미 선주문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SK지오센트릭이 세계 최초의 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를 짓는 이유는 국내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을 선제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SK지오센트릭은 3개 재활용 분야 기업과 협업해 기술을 확보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5일 매일경제와 만나 “생태계 파괴를 덜 하려면 모든 플라스틱은 재생해 활용해야하는 상황”이라며 “SK그룹은 울산에만 그린 분야에서 8조원의 투자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 회장은 이날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사회적 가치 리더스 서밋’에 참가해 기조연설을 했다. 최 회장은 “기후위기, 사회안전망, 청소년 문제, 저출산 등 현대사회의 복잡한 사회문제 해결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기업, 소셜벤처∙사회적기업∙비영리단체(NPO) 등이 통합적으로 협력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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