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돌아온 유커, 중국 특수 현실화 될까

2023. 9. 18.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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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150만명 유치 목표…얼어붙은 한·중관계가 관건
2016년 5월 6일 중국 중마이과기발전유한공사(중마이) 그룹 직원들이 서울 반포한강공원 달빛광장에서 삼계탕을 먹고 있다. / 이석우 기자



“하오츠(맛있어요).”

2016년 5월 6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달빛광장.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 4000명을 태운 전세버스 100여대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중국의 건강보조제품 제조회사인 중마이과기발전유한공사(중마이) 그룹 직원 1차 포상관광단. 축구장 넓이 3배 규모 공원엔 수백, 수천여개의 탁자와 의자, 삼계탕 4000인분, 맥주 4000캔, 인삼주, 김치 등이 마련됐다. 정부와 서울시가 유커 방한을 환영하기 위해 준비한 ‘삼계탕 파티’였다. 삼계탕은 중국에서 높은 인기를 얻으며 방영된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통해 유명세를 탔다. 파티를 마친 뒤엔 <태양의 후예> 삽입곡을 부른 가수 거미, 린, 케이윌 등의 공연도 이어졌다. 당시 한국관광공사 측은 중마이 임직원 포상관광단(2차 포함 총 8000명) 방한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가 495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환영합니다.”

지난 8월 31일 제주항 국제크루즈터미널. 중국 상하이발 크루즈선 블루드림스타호(2만5000t급)를 타고 온 유커 669명이 제주땅을 밟았다. 중국 정부가 2017년 3월 16일 한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국 단체관광 금지 조치를 취한 지 6년 5개월 만이다. 제주도와 제주도관광공사, 제주도관광협회 등은 환영 현수막을 내걸고 기념품 등을 전달했다. 이들은 제주에서 8시간가량 머물면서 관광지와 면세점을 들렀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한 지난 8월 10일부터 9월 10일까지 매출을 직전 한 달과 비교했을 때, 명동본점은 38%, 크루즈가 들어오기 시작한 제주점은 180% 각각 증가했다”고 말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연말까지 중국발 등 59차례 크루즈선 기항이 예정돼 있다. 관광객 6만여명이 추가로 제주를 찾을 것으로 보고 시설 정비와 인력 충원 등 인프라 보강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지난 8월 31일 제주항에 입항한 블루드림스타호에서 하선한 관광객들이 터미널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드·코로나19로 급감한 중국 관광객

정부와 지자체, 여행·숙박·쇼핑 등 관광업계가 ‘유커 맞이’로 분주하다.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 재개 이후 유커들은 국내 주요 관광지와 면세점 등을 찾고 있다. 중국 최대 연휴인 국경절 연휴(9월 29일~10월 6일)를 겨냥한 업계의 마케팅도 활발하다. 과거 ‘한강 삼계탕 파티’로 기억되는 ‘유커 특수’를 이번에도 기대할 수 있을까.

중국 관광객은 우리 관광산업의 핵심 고객이다. 2016년 807만명에 달했던 방한 관광객 규모가 사드 배치 이후 급감했다. 2017년 417만명으로 쪼그라든 후 2018년에 479만명으로 소폭 늘었고, 2019년엔 602만명으로 증가했다. 단체관광이 아닌 개별관광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까지 중국은 국가별 비교에서 방한 규모 1위를 차지했다. 방한한 중국인의 1인당 지출 경비는 전체 외국인 평균보다 38% 높다. 올해 들어서도 관광객 증가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7월 22만4000명, 8월 27만명(잠정)이 방한해 월별 외래관광객 수 1위다.

정부는 이참에 침체된 내수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구상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정부 합동으로 지난 9월 4일 발표한 ‘중국인 방한 관광 활성화 방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책은 유커를 겨냥한 관광활성화 방안이다. 1인당 1만8000원인 중국 단체관광객 전자비자 발급 수수료를 연말까지 면제하고 면세쇼핑 환급 등을 간소화한다. 한·중 항공편 증편,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11월 11~30일) 면세점 할인 축제, 중국인이 자주 쓰는 위챗페이, 알리페이 등 모바일페이 가맹점 25만 개소 추가 확대 등도 담겼다.

정부는 올 한 해 중국인 관광객 수 200만명을 달성하겠다는 구체적 수치도 내세웠다. 올해 하반기 중국인 관광객을 상반기(54만명)의 3배 규모인 150만명까지 유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숫자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문체부 관계자는 “지난 7월과 8월에 비교적 많은 중국 관광객이 한국을 찾았다. 여름철 성수기임을 감안하더라도 9월 말부터 이어지는 중국 국경절 연휴를 맞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해외 단체관광이 풀린 8월 10일을 기점으로 유커 방한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추세를 감안한 것이다. 다만 예측치는 아니고 목표치에 가깝다”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며 연휴를 6일로 늘린 것도 중국 국경절 연휴를 의식한 국내 관광 활성화와 내수 회복을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8월 14일 서울의 한 면세점 앞에서 중국인 관광객 등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업계는 분주하다. 중국 국경절 연휴가 향후 ‘유커 특수’를 판단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란 분위기도 읽힌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유커 해외 관광 재개와 국경절 연휴를 앞두고 관광업계 전체적으로 기대가 크다”면서 “중국인 통역사와 가이드 등 직원 채용을 늘리거나 중국 현지 마케팅을 강화하는 곳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가라앉은 내수, 띄울 구원투수 될까

국내 내수시장 침체가 길어지고 있다. 고물가·고금리 등 영향으로 가계의 실질소득이 줄고 소비가 위축된 상황이다. 통계청이 지난 8월 24일 발표한 ‘가계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2분기 1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79만3000원으로, 1년 전보다 0.8% 줄었다. 2009년 3분기(1.3% 감소)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물가를 반영한 실질소득은 더 큰 폭으로 줄었다. 올해 2분기 가구 실질소득은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3.9% 줄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후 가장 크게 쪼그라들었다. 소득에서 세금이나 이자 등 비소비지출을 뺀 1가구당 월평균 처분가능소득도 383만1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2.8% 줄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금리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한은이 지난 8월 30일 발표한 ‘2023년 7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7월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28%로, 지난 5월 4.21%에서 6월 4.26%로 오른 데 이어 다시 0.02%포인트 뛰었다.



반등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7월 2.3%(전년 동기 대비)였던 물가는 8월에 큰 폭으로 다시 뛰었다. 통계청의 ‘2023년 8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8월 물가는 1년 전보다 3.4% 상승했다. 올해 4월 3.7%를 기록한 뒤로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9월 4일 내놓은 ‘상저하고 가능성 제고를 위한 경기회복 모멘텀 확보 절실’ 보고서를 보면, 2020년 소비자물가지수를 100으로 보았을 때 현재는 전 품목이 평균적으로 10% 이상 상승해 있는 상황이다. 보고서는 “향후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실제 소비가 감소하는 국면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돌아온 유커’를 가뭄의 단비로 여기는 것도 이런 사정에서다. 그렇다면 정부가 추정하는 유커 특수는 어느 정도일까. 우선 적자를 보는 관광수지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유커의 해외 관광 재개 직후인 지난 8월 14일 한국관광공사가 집계한 우리나라 올해 상반기 관광수지는 46억5000만달러 적자다. 상반기 기준 2018년(70억6000만달러 적자) 이후 5년 만에 최대다.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에 비해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관광) 회복세가 더딘 이유가 가장 크다. 그중에서도 중국 관광객의 회복 속도가 느리다. 올 상반기 방한 중국인 수준은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상반기의 19.5% 수준에 불과하다. 한은은 8월 24일 ‘중국인 단체관광 허용에 따른 경제적 효과 추정’ 보고서에서 “본격적 관광객 회복 효과가 중국 3대 연휴 중 하나인 국경절 연휴 기간에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입국자 수는 올해 4분기에 2019년 같은 기간의 85%까지 회복할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후 중국 내에서 확산한 반일 감정 영향으로, 일본을 찾는 중국인이 줄면서 그 반사이익으로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중국인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는 200만명의 중국 관광객이 방한하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6%포인트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추정치는 한은 보고서를 근거로 했다. 한은은 앞서 올 2월 27일 발표한 ‘중국 리오프닝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중국 관광객이 100만명이 증가하면 우리나라 GDP 성장률은 0.08%포인트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지난 9월 10일 서울 명동 거리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 성동훈 기자



달라진 유커와 인프라 부족

‘유커 특수’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반론도 나온다. 여행, 숙박, 교통 등 인프라가 유커를 맞이할 만큼의 수준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6년여간 중국 관광객 구성이 개별 여행으로 바뀌었고, 단체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지면서 국내 프로그램과 시설, 교통, 상품 등도 개별 관광객에 맞춰져 있다. 유커는 환영하지만 손님을 맞을 준비가 잘돼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예컨대 유커의 방한 중단과 코로나19 등으로 대규모 관광객이 자취를 감추면서 대형버스와 같은 과거 유커 맞춤형 교통수단이 사실상 사라졌다. 이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요즘엔 10명이나 15명 이내 소규모 유커가 많은 편이다. 비용이 많이 들고 기사 구하기도 힘든 대형버스를 굳이 이용할 필요가 없다. (현재는 법적으로 불가능한) 15인승 이하 승합차를 임시로 전세버스 영업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여행사는 유커 관광 중단과 코로나19 확산 이후 경영난이 심각해지자 직원을 대폭 줄였다. 지난 8월 17일 기준 여행사들의 반기보고서를 보면 국내 최대 여행사 하나투어의 6월 말 현재 직원 수는 1195명이다. 2019년 6월 말과 비교해 52.7% 줄었다. 같은 기간 모두투어는 51.9%, 노랑풍선은 32.1%, 참좋은여행은 28.7% 각각 줄었다. 하늘길의 회복세도 더디다. 중국 항공노선의 회복률(올 7월 기준)은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의 61.6%에 그쳤다.

중국 내수 부진, 항공편 부족 등으로 해외여행을 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지 않은 것도 고민거리다. 최용석 한중카페리협회 사무국장은 “중국발 카페리 승선율이 (중국 내 출발지마다 다르지만) 평균 10%에서 15% 정도에 그친다. 정원이 1000명이라면 100명이나 150명 정도만 타는 수준이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엔 대략 정원의 60~70% 정도는 소화했다. 현재 선사별로 유커 승선 신청을 받고 있지만, 코로나19 이전의 호황이나 특수를 기대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8월 14일 서울의 한 면세점에 중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안내 데스크가 마련돼 있다. / 연합뉴스



한국 여행에 대한 중국인들의 만족도가 낮은 것도 특수 기대치를 낮춘다. 인민망 한국지사는 2019년 5월 23일부터 7월 29일까지 중국인 관광객 2398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 여행 만족도 조사 결과, 대상자 중 한국을 2번 이상 방문한 여행객이 전체 응답자 중 42%에 그쳤다. 또 ‘한국 여행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43.95%에 불과했다. 특히 중국인이 선호하는 아시아 여행지 순위에서는 일본이 63.43%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태국(51.81%), 홍콩(36.52%), 싱가포르(28.98%), 한국(22.16%) 등 순으로 나타났다. 이런 흐름은 올해 들어서도 이어졌다. 8월 25일 중국여행연구원(문화여유부 데이터센터)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인 관광객 총 4037만명 중 가장 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방문한 국가는 태국(16.24%)이었다. 이어 일본(12.05%), 싱가포르(8.69%), 한국(7.60%)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냉랭한 한·중관계가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인 지난해 6월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이른바 ‘탈중국’ 발언을 했다. 최근에는 한·미·일과 북·중·러 냉전 구도가 형성되는 등 여러 분야에서 한국은 중국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국민 정서상 갈등 관계인 국가를 여행지로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국민 인식뿐 아니라 관련 업계도 위축된다. 양국이 서로 우호적인 메시지를 주고받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관광객 교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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