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의 쾌락보다 영혼의 쉼이 필요할 때…이곳을 찾는다, 행복의 나라 부탄

이지안 기자(cup@mk.co.kr) 2023. 9. 18.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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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무해한 나라 ‘부탄’
수도 팀푸부터 관광명소 푸나카까지
부탄 푸나카의 한 마을.
때로는 ‘더’한 곳보다 ‘덜’한 것이 선호된다. 모든 게 완벽하게 갖춰진 공간에선 알 수 없는 이질감과 숨 막힘이 느껴지기도 한다. 원시 상태로 돌아가 푸른 녹지에서 마음껏 뒹굴고 싶을 때, 육체의 쾌락보다 영혼의 쉼이 필요할 때 가야 하는 곳. 행복의 나라라고 알려진 부탄이다. 사람들이 잔잔한 미소를 입가에 띠고 있어 기분이 좋아지며 눈에 가득 찬 초록의 향연으로 영혼까지 맑아진다.

부탄은 국토 대부분이 해발고도 2000m 이상의 고지대이고 수도인 팀푸는 약 2300m에 위치해 있다. 극심한 고산 증세가 나타날 만큼의 고도는 아니다. 고지대이기 때문에 날씨도 온화하다. 기자가 방문한 8월에는 시원한 한국의 가을 날씨와 비슷했다. 3만 8394㎢로 작은 면적의 부탄은 한반도 면적의 17% 정도다.

불교는 부탄의 국교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대부분의 관광 명소가 종교적 색채를 강하게 나타내고 있는 사원이기 때문이다. 마주치면 빙긋 웃는 어린 승려부터 골똘히 수행하는 나이 든 승려까지 쉽게 접할 수 있다. 국교는 라마교로 부탄 인구의 75%가 대승불교인 라마교를 신봉한다. 나머지 인구는 힌두교나 이슬람교 등을 믿는다.

◆ 팀푸
팀푸의 메모리얼 초르텐.
부탄의 수도인 팀푸는 해발 2330m에 자리 잡고 있다. 팀푸는 1961년부터 부탄의 공식 수도로 지정됐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지역의 42.9%가 울창한 숲으로 덮여 있다는 사실이다. 수도라는 기능적 중요함 외에도 생태적 아름다움도 겸비하고 있는 곳이다. 팀푸가 여타 부탄 지역과 다른 것은 독특한 문화적 양식이다.

20개로 나뉜 부탄의 종카그(현)에서 각각의 출신이 모두 팀푸로 모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문화적 ‘용광로’ 역할을 하는 팀푸의 건축물은 이색적인 느낌이 강하다. 전통과 현대 문화가 뒤섞인 팀푸의 문화적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시내에 있는 내셔널 메모리얼 초르텐이다.

메모리얼 초르텐은 1974년에 지어졌으며 부탄의 제3대 왕인 지그메 도르지(Jigme Dorji, 1928~1972)를 기리는 불탑이다. 이 초르텐은 티베트 양식의 불탑을 취하고 있으며 다른 사원들과 달리 피라미드 기둥을 갖고 있다. 새하얀 벽과 어우러진 금색의 장식은 도회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외부 벽은 연민을 상징하는 관음보살, 지식을 상징하는 만주쉬리, 권력을 상징하는 바즈라파니 보살로 장식돼 있다.

팀푸의 도르덴마 불상.
팀푸 중심에서 위로 올라가다 보면 팀푸 어느 곳에서든 관측할 수 있는 거대 불상이 존대한다. 팀푸 계곡의 남쪽 입구를 내려다보는 이 거대한 부처상 ‘도르덴마’는 51.5m 높이에 달한다. 2015년에 지어진 이 청동상은 부탄의 4대 왕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Jigme Singye Wangchuck)의 60번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 큰 불상이 있는 사원 안에는 다시 12만 5000개의 작은 부처상들이 놓여있다. 압도적인 불상의 크기와 개수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 푸나카
푸나카 종으로 향하는 다리 위. 아래로는 푸나 창추 강이 흐른다.
해발 1100~2500m 고도에 있는 푸나카는 부탄의 서쪽에 위치해 있다. 수도인 팀푸에서 차로 3시간 거리에 있는 푸나카는 팀푸 이전에 부탄의 수도였다. 1937년부터 1955년까지 부탄의 중심 행정도시였던 푸나카는 1953년 최초의 국회가 열린 기념비적 공간이기도 하다. 푸나카 종은 수도 이전에도 각종 의식과 종교 행사가 열리는 중요한 장소이자 인기 있는 관광 명소다.

푸나카 종은 그중에서도 관광객들이 꼭 보고 가는 곳 중 하나다. 푸나카 종으로 가기 위해서는 푸나 창추가 흐르는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푸나 창추는 포추 강과 모추 강이 합류하는 지점을 일컫는 말이다. 종을 향해 가는 다리에서 문득 옆을 바라보면 기세 가득하게 흐르는 푸나 창추가 눈에 들어오게 된다. 시선을 빼앗기며 걷다 보면 종에 도착한다.

푸나카 종은 부탄에서 2번째로 오래된 종으로 1637년 완공됐다. 다른 종(사원)들과 마찬가지로 푸나카 종은 절반은 지역 행정기관(시청)이고 절반은 불교 사원이다. 정-교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방문객은 사원에만 발을 디딜 수 있다. ‘행복의 궁전’이라는 의미가 담겨서인지, 이곳에서는 국가의 중요 행사가 빈번하게 열렸다. 부탄의 초대 국왕 대관식과 현재 5대 국왕인 지그메 케사르 남기엘 왕축 (Jigme Khesar Namgyel Wangchuck)의 결혼식이 거행된 장소다.

푸나카 치미 라캉 사원 입구.
치미라캉 사원은 푸나카 종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다. 사원을 향해 가는 마을 곳곳에 남근을 상징하는 모형물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임신을 원하는 혹은 다산을 기원하는 부탄 국민이 필수적으로 들리는 순례지다. 사원은 푸나카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 잡고 있다. 푸나카 마을에서 약 10km 떨어진 로베사 마을에 위치한 치미라캉 사원은 드룩파 쿤리(Drukpa Kunely, 1455~1529) 승려가 만든 사원이다. 이 사원의 만들어진 배경을 알면 사원이 한층 더 흥미롭게 보인다.

쿤리 승려는 도출라 패스에 사는 악마가 주민들을 괴롭히자 이 악귀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1499년에 만든 사원이다. 그는 평소 한쪽 어깨에는 활과 화살을, 그리고 나머지 어깨에는 남근상을 맨 채 부탄 곳곳을 활보했다고 전해진다. 승려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술과 여자를 즐긴 ‘괴짜 스님’ 쿤리는 남근 숭배 문화를 전파했다. 그래서 치미라캉 사원은 임신을 원하는 여성이 간절하게 소원을 빌면 이루어지게 되는 곳이다.

◆ 파로
파로 국제 공항.
탁상팔푹 사원은 국제공항이 있는 파로 지역에 있다. 해발 2000m에서 5600m에 이르는 고도차가 꽤 나는 파로 지역은 부탄의 북서부이다. 탁상은 해발 3120m에 있는 수도원이다. 이 상징적인 랜드마크는 부탄이 가진 자연경관 중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장관을 선보인다. 절벽에 위치한 사원은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아쉬운 점은 탁상 사원은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파로 탁상팔푹 사원.
2~3시간에 걸친 하이킹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절대 못 가겠다’ 라는 생각이 드는 여행자들을 위해 등산로 초입에 말이 준비돼 있다. 약 2만원 가량의 돈을 내면 말을 타고 중간 지점까지 올라갈 수 있다. 그 이후부터는 이제 본인과의 싸움이다. 그래도 그 절경을 본다면 ‘잘 왔다’ 싶을 것이다.

호랑이굴이라고도 불리는 탁상 사원은 8세기경 파드마삼바바 승려가 호랑이를 타고 이곳에 절을 짓고 수행했다고 해서 붙여진 별칭이다. 파드마삼바바는 부탄을 포함해 티베트, 중국, 몽골, 북인도, 네팔 등 히말라야와 근접한 국가에 불교를 전파한 인도의 왕자로 금강승 불교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그는 이곳에서 3년 3개월간 수행했다고 한다. 오르기 어렵지만 부탄국민이 생애 꼭 한번은 다녀가는 가장 성스러운 사원이다.

※ 취재협조= 한국부탄우호협회

▶ 부탄 가려면
부탄으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인도 델리, 태국 방콕이나 네팔 카트만두를 경유해야 한다. 코앤씨(02-532-1114)는 인도·부탄 여행상품(8박9일) 및 부탄·네팔 여행상품(7박8일)을 출시했다. 부탄의 상징으로 불리는 탁상 사원을 비롯해 타쉬쵸 종, 푸나카 종, 치미라캉 사원 등을 둘러보고, 인도에서는 부처의 진신사리가 전시된 델리의 국립박물관을 비롯해 바라나시의 사르나트 유적군과 아그라의 타지마할 및 아그라 성 등을 여행한다. 네팔에서는 카트만두와 포카라 등을 둘러보고 히말라야의 장엄한 설경을 감상한다.
▶부탄 가기 전 TIP
부탄은 개별 여행이 금지돼 있다. 현지 가이드를 고용해 동행해야 한다. 기존 1일 200달러였던 체류비가 9월 1일부터 4년간 한시적으로 100달러로 할인한다. 해당 체류비는 부탄의 지속 가능한 개발비(SDF)로 쓰인다. 부탄 여행에 관해 더 알고 싶다면 부탄 외교부가 공식 승인한 한국부탄우호협회(회장 김민경) 홈페이지에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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