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유증가 딱 2만원 차이… SK이노베이션 1만7000명 청약자들 “은근 불안하네”
기관 경쟁률은 14.89대 1에 그쳐... CGV보다 낮아
상장일은 멀고 2차전지 주가 하락세
“분위기에 휩쓸려 청약하긴 했는데 발행가와 현재가 갭이 너무 적지 않나요? 유증 참여자들이 655만주(보호예수가 걸리지 않은 물량)를 한꺼번에 팔면 손해 볼 것 같아 불안해요.”
SK이노베이션의 실권주 일반공모 청약에 10조원 가까운 뭉칫돈이 몰렸다. 차익 실현을 기대한 일반 주주의 청약 참여가 이어졌다는 분석이지만, 실권주 상장 예정일이 내달 5일인 만큼 주가 변동이 수익 여부를 좌우할 수 있는 상황이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이 지난 14일부터 15일까지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약 1383억원 규모의 실권주 일반 청약에 총 9조5584억원의 청약 증거금이 몰렸다. 일반 주주 1만7000여명이 참여, 경쟁률은 67.8대 1을 기록했다.
이번 공모는 앞서 구주주 청약에서 발생한 실권주 101만336주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지난 11~12일 우리사주조합을 포함한 구주주를 대상으로 보통주 819만주를 공모한 결과, 717만9664주만 청약됐다. 당시 청약률은 87.66% 수준에 그쳤다. SK이노베이션에 앞서 진행된 CJ CGV의 유상증자 청약률 89.4%보다도 낮게 나온 것이다.
실권주 일반공모 역시 개인투자자는 몰렸지만, 기관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전체 실권주의 5%인 5만517주는 기관 고위험고수익투자신탁 등을 대상으로 배정됐는데, 1000억원밖에 모이지 않으면서 경쟁률이 14.89대 1에 그쳤다. 이 역시 앞서 진행된 CGV의 기관 청약 경쟁률 34.93대 1보다 낮다.
기관과 달리 개인이 많이 몰린 것은 낮은 신주 발행가액 덕으로 볼 수 있다. 이번에 발행되는 신주 가격은 13만6900원으로 책정됐다. 15일 종가(15만6900)보다 약 14% 낮다. 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이대로 유지될 시 주당 2만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상장일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유상증자 신주권 상장 예정일을 내달 5일로 잡았다. 추석 연휴와 임시공휴일 등으로 인해 상장일이 너무 뒤로 잡혔다. 앞으로 약 20일 넘는 기간 동안 주가가 더 내리면 단기 차익을 노리고 실권주 일반공모 청약에 참여한 일반 투자자는 수익을 얻지 못할 수 있다.
앞선 구주주 청약 당시 주가 하락 여파로 상당수 투자자가 청약을 포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된 몫은 미달률이 더 높았는데, 직원들 역시 고금리를 감수하면서까지 증자에 참여할 만한 매력이 낮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개인별 청약 한도 등을 감안하면 우리사주조합 청약률이 낮다는 것은 오해”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이 2차전지 주로 분류된다는 점도 부담으로 꼽힌다. 2차전지는 한때 국내 증시를 달구는 대표 업종으로 꼽혔지만, 최근 꾸준한 하락을 이어가고 있다. 2차전지 업종 고평가 논란에 더해 생산지수 감소 등 생산 과잉 우려가 나온 탓이다.
두 달 전까지도 2차전지 황제주(주당 100만원 이상의 고가주)로 불렸던 에코프로 주가는 80만원 대로 밀렸다. 국내 증시에서 2차전지 대장주로 불리는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8월 60만원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떨어져 50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가파른 하락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월 말부터 8월 초 주당 20만원을 넘나들었지만, 15만원대로 떨어졌다. 이달 초만 해도 주당 17만6000원이었지만, 약 15일 만에 주당 가격이 1만6000원 넘게 떨어졌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실권주 청약에 10조원 뭉칫돈이 몰린 이유는 누가 뭐래도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몰린 덕”이라면서 “2차전지 종목이 부진한 상황이라 투자자들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실권주 청약 흥행으로 증자 미달분을 메우며 총 1조14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당장 3156억원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채무 상환에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남은 8277억원은 미래 에너지 관련 투자와 연구개발에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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