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횟집에서 먹은 고둥, 알고보니 멸종위기종?

김기범 기자 2023. 9. 17.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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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릉도의 한 횟집에서 팔리고 있는 멸종위기 나팔고둥의 모습.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경북 울릉도 내 복수의 횟집에서 멸종위기종인 나팔고둥이 식용으로 판매 중인 것이 확인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시민 제보를 받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활동가와 함께 지난 2일 울릉도 오징어회타운을 찾은 결과 멸종위기 동물인 나팔고둥이 판매되고 있는 현장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의원은 회타운 내 3개 횟집에서 나팔고둥이 판매됐다고 전했다.

또 주민 인터뷰를 통해 대부분 식당이 나팔고둥을 판매 또는 보관해 왔던 사실도 파악했다. 울릉도에서는 나팔고둥이 해방고둥으로 불리며 식용되고 있다.

경북 울릉도의 한 횟집에서 팔리고 있는 멸종위기 나팔고둥의 모습.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나팔고둥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해양수산부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국가보호종이다. 식용 고둥을 어획하는 과정에서 같이 잡히는 사례가 많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환경부와 해수부는 지난 7월21일 나팔고둥이 혼획·유통되지 않도록 주민 홍보와 현장계도를 강화하는 내용의 합동 보호 대책을 발표했다.

울릉도 사례에서 보듯 실제 어촌 현장에서는 여전히 혼획·유통이 이뤄지고 있다. 의원실이 확인한 결과 홍보·계도·현장조사는 대책 발표 직후에만 잠시 이뤄졌고, 두 부처는 대책 발표 이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수 조사는 하지 않았다.

경북 울릉도의 한 횟집에서 팔리고 있는 멸종위기 나팔고둥의 모습.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관리 주체인 지방환경청들의 활동도 거의 없다시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울릉도를 관할하는 대구지방환경청은 1년이 넘도록 아무런 홍보·계도 활동을 펼치지 않다가, 국민신문고에 나팔고둥 불법 판매 민원이 올라오면서 지난 13일 처음으로 현장 조사에 나섰다.

이 의원은 “매번 정부는 문제가 생기면 요란하게 문제해결을 할 것처럼 홍보만 하고, 뒤돌아서면 그걸로 끝”이라며 “정부 합동 대책이라면서 멸종위기종이 어디서 어떻게 불법 유통·판매되고 있는지 전수조사조차 안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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