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편집인의 원픽]
세계일보 기자가 예매 현장에서 만난 실버 세대는 “인터넷 예매는 젊은이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물론 요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어르신들 인구가 많아졌고, 유튜브가 실버 세대 놀이터로 불리는 시대다. 하지만 촉각을 다투는 예매 사이트에서 순발력있게 표를 구매하는 건 다른 문제다. 양 손의 검지 손가락만으로 키보드를 치는 ‘독수리 타법’으로 손가락이 보이지않을 정도로 자판을 쳐대는 젊은 세대를 이길 수는 없는 법. KTX, SRT 운영사 측은 만65세 이상 고령자나 장애인을 위해 좌석의 10%를 온라인 또는 전화로 예매할 수 있도록 할당하고 있지만, 역시 속도전을 감당할 수 있는 노년층은 많지 않다.
“아유 나는 그런 거 안 써. 빠른 지 어떤지 몰라도 기계 쪽으로는 아예 안 가.”
‘언택트 시대, 소외된 노인들’ 1회 기사에 등장한 사례다.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2020년 9월28일 서울역 매표창구 앞에서 기자가 만났던 70대 남성 얘기다. 기자가 지켜본 한 시간 동안 역사 2층 중앙에 있는 15대의 승차권 자동 발매기를 이용해 기차표를 구매한 어르신은 단 두 명 뿐이었다고 한다.
말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AI(인공지능) 시대가 오면 고령층이 느끼는 디지털 소외는 줄어들까. 장담할 수 없다. 스마트폰이 고령층을 비롯해 많은 이들의 디지털 접근성을 높이긴 했지만 정보 소외 현상을 해소하진 못했다. 전문가들은 실버 세대를 대상으로 한 교육, 지원 서비스 확대를 주장한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디지털포용본부’를 운용하며 장벽 낮추기에 나섰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형편이다. 디지털 격차가 삶의 만족도를 좌우하는 시대, 특히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대한민국에서 실버 세대의 디지털 소외 현상은 현재 진행형이다.
-현장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추석 열차 온라인 예매는 20대들도 성공담을 자랑할 만큼 어려운데, 현장 예매가 하나도 없다는 점이 믿기지 않았다. 잔여석 예매 현장에 가보니 역시나 남은 좌석이 없었고, 머리가 하얗게 센 어르신들이 입석도 감지덕지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젊은 사람들은 앉아 가고, 노인분들은 서서 가는 기차칸 풍경이 너무 폭력적으로 다가왔다.”
-고령층 디지털 격차를 줄이기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게 뭘까.
“혹자는 시대가 바뀌었으니 어르신들도 디지털 교육을 받고 경쟁에 뛰어들라고 말한다. 하지만 디지털 교육 담당자들과 이야기 해보면 어르신들을 교육에 참여시키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당장은 현재의 디지털 격차를 인정하고, 어르신들이 살아온 세상의 속도에 맞는 서비스, 정책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예컨대 명절 연휴 현장예매석을 따로 제공하는 수준의 배려는 당연히 필요하다.”
-추가로 더 취재하고 싶은 게 있다면.
“시각 장애인분들도 이번 예매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에 다룬 고령층 문제 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점점 디지털화하면서 소외되고 배제된 집단들의 목소리를 더 들어보고 싶다.”
①(1회) 스마트 그늘에 남겨진 이들
‘터치 장벽’에 가로막혀… 스마트 사회서 밀려난 실버세대 [언택트 시대, 소외된 노인들]
https://www.segye.com/newsView/20200928521737
②(2회) 질병정보 취약한 디지털 이민자
낯선 비대면보다 발품… ‘정보 불평등’에 감염 위험 내몰려 [언택트 시대, 소외된 노인들]
https://www.segye.com/newsView/20200929514780
③(3회)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 노인들
고령층 대상 지능범죄 12분당 1건 꼴… 4년 만에 6분 당겨져 [언택트 시대, 소외된 노인들]
https://www.segye.com/newsView/20201004513502
④(4회) 노인과 유튜브라는 바다
컴맹 어르신도 매일 보는 영상… ‘실버세대 e-놀이터’로 부상 [언택트 시대, 소외된 노인들]
https://www.segye.com/newsView/20201005520079
⑤(5회) 노인을 위한 기술은 있다
loT로 안부 확인·말벗 된 AI스피커… 어르신 고독감이 ‘뚝’ [언택트 시대, 소외된 노인들]
https://www.segye.com/newsView/2020100652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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