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가면 힘이 넘쳐요” 사막마라톤 5700km 뛴 ‘오지 레이서’[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2002년 모로코 사하라사막마라톤 250km를 6박7일간 달린 뒤 2019년까지 사막을 달렸다. 50km, 100km, 160km 울트라마라톤은 물론 9박10일간 560km를 달리는 호주 아웃백 레이스 등 전 세계의 극지 마라톤은 거의 다 참가했다. 그래서 ‘오지 레이서’란 별명도 붙었다. 유지성 아웃도어스포츠코리아(OSK) 대표(52)가 4년 만에 250km를 달리는 사막마라톤에 도전한다. 24일(현지시간)부터 30일까지 6박 7일간 칠레 아타카마사막을 질주한다. 이번이 250km 사막마라톤만 24번째 도전이다. 2020년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없었다면 몇 차례는 더 사막을 찾았을 터다.
엄청난 고통을 감내해야 했지만 대자연의 품 안에서 포근함을 느꼈다. 유 대표는 “자연과 내가 하나 되는 느낌, 상상할 수 없는 자연과의 조화를 경험했다”고 했다. 그는 “난 불편하면 잠도 못 자는데 모래바람이 불고 발바닥이 물집으로 다 떨어져 나가도 이상하게 사막에만 가면 힘이 넘친다”고 했다.
“첫 도전 땐 정보를 몰라 양말을 잘못 신어 고생을 했죠. 얇은 속건 양말을 신어야 하는데 양말을 구할 수 없어 다소 두꺼운 것을 신었죠. 신발도 좀 커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안에서 발이 놀면서 모래와 섞이다 보니 5일 차엔 발바닥 전체가 물집이 잡혔고 피부가 다 떨어져 나갔죠. 그래도 붕대로 감고 완주했습니다.”
사막마라톤은 ‘지옥의 레이스’로 불린다. 사하라는 섭씨 50도가 넘는 모래 위를 달린다. 모래바람도 이겨야 한다. 첫 사하라마라톤에서는 자고 일어나면 모래 속일 정도로 바람이 많이 불었다. 사실상 모래 밥을 먹으며 버텨야 했다. 고비사막은 계곡과 산, 사막을 건넌다. 아타카마는 해발 4000m를 넘는 고지를 달려 ‘고산증’을 극복해야 한다. 남극마라톤은 추위와의 싸움이다. 한마디로 극한을 모두 모아 놓은 대회다. 유 대표는 “극한과 싸우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자연에 순응하는 과정이다. 이기려고 하는 게 아니라 대자연에 적응하면서 앞으로 나가는 것이다. 매일 달릴 거리를 무사히 완주하면 ‘오늘도 자연과 하나가 됐다’는 성취감과 안도감이 밀려온다”고 했다.
“호주의 아웃백에서 열리는 대회에서는 죽을 뻔하기도 했죠. 대회 막바지 길을 달리다 대형 트레일러에 치일 뻔했어요. 말 그대로 차가 나를 스쳐 지나갔죠. 가방의 끈이라도 걸렸다면 저는 이 세상에 남아 있지 못했을 겁니다. 나미비아에서는 길을 잘못 들어 절벽을 기어 올라간 적도 있죠.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위험하고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2013년부터는 사막마라톤에 참가하면서도 국내에서 산악마라톤인 ‘트레일러닝’ 대회를 기획해 만들었다. 2014년에 코리아 50K 프리레이스를 개최했고, 2015년엔 경기 동두천에서 코리아 50K를 만들었다. 영남 알프스 트레일러닝(현 울주 트레일 나인 피크)도 그의 작품이다. 11월 열리는 울릉도 트레일러닝 대회도 3회째다. 화이트트레일 인제, 산성 투어 등 다양한 트레일러닝 대회를 만들어 보급했다.
유 대표는 코로나19로 대회 개최를 못하게 되면서 트레일러닝 용품 유통을 시작했다. 그는 “사람들을 모이지 못하게 하니 대회 개최는 못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산을 찾아 운동을 계속하고 있고 그 인구가 늘어나고 있어 시장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우린 유럽에서 인정받은 제품들을 직접 현지에 가서 써보고 수입해 필요한 사람들에게 보급했다”고 했다.
“제가 경험했던 레이스는 사실 극단적인 대회입니다. 쉽게 생각하면 됩니다. 집 근처의 공원을 뛰어도 트레일러닝입니다. 골목길을 뛰면 씨티 트레일러닝이죠. 걷다 뛰다 쉬고 먹어도 됩니다. 걷기보다는 조금 빠르고, 등산보다는 가벼운 차림으로 산을 걷고 달린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혹 산을 달린다면 트레일러닝화가 있으면 다 됐다고 보면 됩니다. 트레일러닝화가 따로 있습니다. 트레킹화를 러닝화로 바꿨다고 보면 되죠. 가볍지만 접지력이 좋고, 쿠션이 있는 러닝화라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의류. 장거리를 달린다면 배낭도 필요하죠. 의류는 사실상 개인 취향입니다. 일반적인 운동 티셔츠나 바지를 입어도 되고, 트레일러닝에 특화된 기능성 의류를 입어도 됩니다.”
국내에서 달리기 좋은 트레일러닝 코스는 어디일까?
“한국에 둘레길이 많이 생겼습니다. 대부분의 둘레길이 산 주변을 돌아 부담스럽지 않게 갈 수 있어요. 동네에 있는 공원도 좋습니다. 즐겁게 달릴 수 있는 곳이면 다 좋아요. 서울의 경우 서울 둘레길이 좋죠. 남산 둘레길도 잘 정비돼 있어요. 굳이 산을 올라가지 않아도, 산을 바라볼 수 있는 아래쪽 길들도 있습니다.”
“사막에 가면 모두가 존중받죠. 도전 그 자체에 박수를 보냅니다. 우승 등 순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4년 만의 도전, 벌써 가슴이 설렙니다.”
비즈니스 및 대회 출전을 위해 호주 시드니마라톤에 간 유 대표는 17일 열리는 대회 10km에 출전한 뒤 18일 칠레로 떠날 예정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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