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초가 만든 뇌성마비… 더 큰 차이는 사회가 만든다 [주말 뭐 볼까 OTT]

라제기 2023. 9. 1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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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뷰+포인트뇌성마비 주인공을 뇌성마비 장애인이 직접 연기한다.

감독 히카리는 스티븐 연이 주연한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의 연출에 참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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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37초'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영화 '37초'는 뇌성마비 장애인 유마가 홀로서기에 나서면서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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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마(가야마 메이)는 장애가 있다. 뇌성마비다. 그림 그리기에 재능이 빼어난 그는 만화 보조작가로 일한다. 보조라고 하나 유마가 착상과 그림 등 모든 걸 해낸다. 유마를 고용한 사야카(하기와라 미노리)가 수입 대부분을 차지하고, 지명도까지 독차지한다. 유마는 독립을 원할 수밖에. 만화잡지에 투고하려 하나 쉽지 않다. 성인만화로 데뷔하려 해도 난관이 있다. 성인만화잡지 편집장은 유마가 재능이 있으나 성경험이 없다 보니 만화에 활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①23세 방황에 빠지다

유마의 일상은 또래 청년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하며 미래의 꿈을 키워나간다. 넷플릭스 제공

유마는 이성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데이팅 앱으로 여러 남자를 만나나 잠자리를 갖기는 더 어렵다. 유마는 도쿄 유흥가를 헤매다 남성 접대부를 연결시켜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만화에 제대로 된 감정을 집어넣고 싶은 유마로선 마다할 이유가 없다.

유마의 ‘도전’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마이(와타나베 마키코)와 도시야(다이토 슌스케)를 러브호텔에서 우연히 알게 된 후 진정한 성인의 세계에 빠져든다. 유마는 결근하며 자기만의 삶을 도모하고, 술에 실컷 취해보기도 한다. 유마의 어머니(간노 미스즈)는 걱정이 앞선다. 딸이 밖에 나가면 해코지당할까 노심초사인데 만취해 귀가하다니.


②도전해야 할 수 있는 홀로서기

유마는 성인만화를 그리려다 유흥가 문화를 우연히 접하게 된다. 어머니가 과보호하던 이전 삶과는 딴판이다. 넷플릭스 제공

유마는 23세다. 성인인 그를 언제까지 어머니가 보호할 수 없다. 유마는 재능을 억누르고 누군가의 그림자로 살고 싶지 않다. 뇌성마비는 뇌성마비일 뿐. 유마는 혼자서도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마트폰까지 뺏으며 과보호하려는 어머니에게서 벗어날 방법은 가출 같은 장기외출이다.

유마의 홀로서기 시도는 의도치 않은 모험으로 이어진다. 그는 얼굴도 알지 못하는 아버지를 찾아 나선다. 덕분에 도쿄를 벗어나 파도 일렁이는 해안가를 생전 처음 가보고, 비행기에 몸을 싣기까지 한다. 그 여정에서 그는 가족의 비밀과 자신의 출산 과정을 알게 된다. 37초 동안 어머니 배 속에 더 머물렀던 이유로 장애를 얻었다는 사실까지 말이다.


③부딪쳐야 새 삶이 열린다

유마와 우연히 알게 된 도시야는 유마를 특별 대우하지 않는다. 몸이 불편한 유마를 옆에서 묵묵히 도울 뿐이다. 넷플릭스 제공

유마라고 여느 청년과 다르지 않다. 세상과 부딪치면서 삶의 이치를 깨닫는다. 하지만 사회는 그를 보호의 대상으로 여길 뿐이다. 어떤 이는 유마의 장애를 이용해 제 잇속을 챙긴다. 37초가 유마와 다른 이들의 신체적 차이를 유발했다면, 사회는 통념과 편견으로 더 큰 차이를 만들어내곤 한다.

유마의 성장기는 여느 사람과 다르지 않다. 다만 그가 정신적 어른이 된 시기가 좀 늦었을 뿐이다. 그의 잘못이 아니다. 주변사람들의 우려와 선입견이 성장을 막은 거니까. 마이와 도시야는 다르다. 유마를 특별하게 대하지 않는다. 유마가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이런 말을 하며 필요한 것을 돕는다. “너도 성인인데 뭐.”

뷰+포인트
뇌성마비 주인공을 뇌성마비 장애인이 직접 연기한다. 그가 현실에서 느꼈을 만한 감정이 투영되서일까. 비전문 배우인 가야마 메이는 어느 직업 배우 못지 않은 연기력을 보여준다. 2019년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서 첫 상영됐고, 관객상을 받았다. 감독 히카리는 스티븐 연이 주연한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의 연출에 참여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장애인에게 어떤 교통 편의가 제공되는지 엿볼 수 있기도 하다. 휠체어 탄 장애인을 돌봐주는 전철 역무원, 저상버스 기사의 모습 등은 우리 현실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89%, 시청자 86%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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