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좀 기다려봐”…세탁기 사려던 아내 마음 바꾸게 한 이것 [방영덕의 디테일]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byd@mk.co.kr) 2023. 9. 16.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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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사가 선보인 국내 최초 세탁기 ‘WP-181’ [사진출처 = LG전자]
당장 세탁기를 바꾸자던 40대 주부가 마음을 바꿨습니다. 올 여름 꿉꿉한 날씨 속 건조기 없이 빨래를 말리느라 갖은 고생을 한 그였죠. 15년 이상 쓴 통돌이 세탁기에서 세탁기와 건조기를 수직으로 쌓아올린 제품으로 갈아타려고 했습니다.

그런 그가 마음을 갑자기 바꾼 이유는 이른바 ‘올인원 세탁기(세탁기와 건조기를 하나로 합친 세탁기)’가 조만간 나온다는 소식 때문이었습니다. 빨래 후 따로 꺼낼 필요없이 세탁기가 곧 건조기가 되고 좁은 공간에도 여유롭게 들어갈 정도로 크기는 기존 제품보다 작아진 한편, 성능은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고 하니 기다려보기로 한 겁니다.

이 주부는 “왜 진작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나 할 정도로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딱 해소한 가전 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는데요.

누구나 집에 가지고 있는 빨랫감. 이를 깨끗이 빨아주는 세탁기의 진화에 업계 안팎에서 술렁이는 모습입니다. 세상에 아예 없던 제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돕니다.

공교롭게도 가전업계 라이벌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에서 비슷한 시기 출시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경쟁이 기술력 향상을 이끈 경험을 한 소비자들은 “이러다 빨래개기까지 세탁기가 다 해주 것 아니야?”란 기대감마저 나타냅니다.

국내 첫 세탁기부터 주부마음 훔친 히트 상품은
국내 최초 세탁기는 1969년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가 선보인 ‘WP-181’입니다. ‘백조세탁기’란 애칭으로 더 유명한데요. 가사노동 중 가장 힘들다는 세탁을 사람이 아닌 기계가 해줌으로써 가사 일의 현대화에 기여했습니다.

그리하여 1971년 49대에 불과했던 세탁기 생산량은 1974년 2만대를 넘어서며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세탁기 시장이 열렸고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중심으로 가전업체 간 ‘세탁기 전쟁’이 펼쳐졌습니다.

LG전자의 트윈워시 세탁기 [사진출처 = LG전자]
LG전자는 1980년 국내 최초 전자동 세탁기 ‘WF-7000’, 1996년 국내 최초 통돌이 세탁기 ‘WF-T101’ 등을 선보인데 이어 1998년 세계에서 최초로 벨트없이 드럼통과 직접 연결한 다이렉트 드라이브(DD) 모터를 적용한 통돌이 세탁기를 내놓는 등 국내 세탁기 시장에서 새 역사를 썼습니다.

2005년에는 세계 최초 스팀 적용 세탁기, 2009년 세계 최초로 손빨래 동작을 구현한 6모션 세탁기, 2012년에는 강력한 물줄기를 세탁물에 직접 분사해 세탁 시간을 줄여주는 터보워시 적용 세탁기를 선보였고요. 2015년에는 전자동과 드럼 세탁기를 한데 모은 ‘트윈워시’ 세탁기를 출시해 업계를 선도했습니다.

삼성전자의 버블 드럼 세탁기 [사진출처 = 연합뉴스]
삼성전자도 이에 뒤질세라 세탁기 개발에 매진했습니다. 1983년 5만개 구멍이 있는 샤워파이프에서 강력한 물을 분사하는 형태의 샤워린스 자동 세탁기 ‘SEW-3035’를 출시했는데요.

1993년엔 일명 ‘신바람 세탁기’(모델명 ‘SEW-9090’)를 선보였는데, 당시 세계에서 처음으로 로스비 캡을 적용해 세탁물의 엉킴 현상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주부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2008년 선보인 버블 드럼세탁기는 세탁 초기 단계인 물과 세제를 투입할 때부터 독자적인 ‘에코 버블 생성기’를 통해 세제를 활성화시켜 업계 주목을 받았고, 2015년에는 세탁조 위에서 애벌빨래가 가능케 한 ‘액티브워시’를 출시, 1년 2개월 만에 전 세계에서 200만대를 판매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세탁기 종주국까지 접수한 ‘K-세탁기’
[사진출처 = 픽사베이]
삼성전자와 LG전자 간 세탁기 시장을 놓고 펼친 치열한 경쟁은 기술력 향상을 낳았고, 결과적으로 세탁기 종주국이자 가전기업들의 세계 최대 격전지 미국을 접수하기에 이릅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에 따르면 지난 2021년 4분기 기준 미국 생활가전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20.3%로 1위, LG전자가 18.8%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같은 기간 GE는 16.3%로 3위, 월풀은 15.2%로 4위에 그쳤습니다.

앞서 월풀은 지난 2018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의 선전으로 입지가 좁아지자 정부에 청원해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를 발효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로 가전 소비수요가 크게 늘면서 한국산 세탁기는 미국 내 점유율 1,2위로 나란히 올라서게 된 것이죠.

LG전자 ‘트롬 워시타워’(왼쪽)와 ‘트롬 워시타워 컴팩트’ [사진출처 = LG전자]
최근 LG전자는 미국 소비자전문매체 컨슈머리포트가 선정한 ‘올해의 세탁기’ 평가 주요 부문에서 1위를 휩쓸기도 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컨슈머리포트의 ‘2023년 최고의 세탁기’ 평가에서 LG전자 제품은 드럼, 고효율 통돌이, 교반식(봉돌이) 등 주요 3개 분야 1∼3위를 모두 차지했는데요.

컨슈머리포트는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가전 등의 다양한 제품을 대상으로 실제 사용한 소비자 설문과 자체 테스트를 실시한 뒤 순위를 매겨 공개하고 있습니다. 올해의 세탁기 평가를 위해 컨슈머리포트는 LG전자, 삼성전자 뿐 아니라 아마나(Amana), 프리저데어(Frigidaire), 일렉트로룩스, GE, 월풀 등의 브랜드 제품을 비교 분석했습니다.

이번 분석과 관련 컨슈머리포트는 “LG전자 세탁기가 우수한 세탁 성능과 물 효율성, 에너지 효율성으로 평가를 압도했다”고 강조했습니다. 향후 미국 시장에서 국내 가전업체의 선전을 더 기대케하는 대목입니다.

치열한 경쟁…다시 세탁건조기로 승부
LG전자가 ‘IFA 2023’서 선보인 ‘LG 시그니처 세탁건조기 [사진출처 = 연합뉴스]
이른바 ‘K-세탁기’라 불릴 정도로 세계 가전 시장에서 위용을 떨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세탁기와 건조기를 하나로 합친 ‘올인원’ 세탁건조기로, 다시 시장에서 정면승부를 펼칠 예정입니다.

이미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3’에서 양사는 세탁건조기 신제품을 나란히 공개하며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양사 모두 세탁물을 건조기로 옮기는 소비자의 불편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은 물론 ‘인버터 히트펌프’란 기술을 적용해 빨래 건조시 옷감 손상은 줄이고 에너지 절감에도 유용한 제품이라고 내세우고 있는데요.

눈에 띄는 차이라면 LG전자 제품은 하단에 별도로 양말이나 속옷을 빨 수 있는 통돌이 세탁 공간이 들어간 반면, 삼성전자 제품은 수납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과거에도 세탁기와 건조기를 합친 제품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건조방식이 고온열풍이다보니 옷감이 쉽게 상하고 에너지 효율 역시 떨어져 선호도가 높지 않았습니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모두 열로 빨래를 말리는 대신 수분만 빨아들이는 저온 제습 방식의 건조 기술을 도입해 옷감 보호에 더 유리하게끔 세탁건조기를 만들었습니다.

삼성전자가 ‘IFA 2023’에서 선보인 세탁건조기 [사진출처 = 연합뉴스]
TV를 비롯해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분야에서 어느 하나 치열한 경쟁을 펼치지 않는 것이 없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세탁기 부문에서도 신경전이 대단합니다.

지난 2014년 있었던 ‘세탁기 고소전’이 대표적입니다. 당시 삼성전자는 조성진 LG전자 사장이 독일 베를린의 한 가전제품 매장에서 삼성전자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면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LG전자는 이에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삼성전자를 맞고소하며 두 기업의 갈등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었습니다.

파국으로 치닫던 두 회사는 결국 전격 화해했고, 당시 조사장은 대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는데요.

‘세탁건조기’를 두고 양사간 신경전이 다시 시작된 분위기입니다. 시중에선 벌써 어느 제품은 출시시기와 기능이 명확한 완성형 제품인 반면, 다른 기업 제품은 아직 최종 출시 여부도 불명확한 시제품 성격이란 얘기가 흘러나옵니다. 또 한편에선 아직 사양 공개를 구체적으로 하지 않고, 출시시점에 자세히 설명할 예정이라는 얘기도 나오는데요.

똑똑한 소비자들은 보다 나은 기술력과 성능을 가진 세탁건조기에 한 표를 던질겁니다. 가격도 물론 합리적인 수준에서 책정된 제품에 지갑을 열 것이고요. 삼성전자와 LG전자 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이 모두를 충족시킬 ‘꿈의 가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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