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인천 소래포구 꽃게 정말 달라졌을까요? 또 가봤습니다
장연제 기자 2023. 9. 16. 09:12
'다리 없는 꽃게'
인터넷에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을 검색하면 나오는 말입니다.
상인들은 "달라지겠다"며 큰절 사죄까지 했지만, 그 이후로도 논란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JTBC 취재진은 지난 8일 소래포구 전통어시장을 방문했다가 죽은 꽃게와 산 꽃게를 섞어 파는 이른바 '섞어 팔기'에 당한 피해자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취재진은 그로부터 일주일 뒤 다시 소래포구를 찾았습니다. 15일 오후 1시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와중에도 소래포구 전통어시장은 수산물을 사러 온 손님들로 가득했습니다. 이날부터 17일까지 사흘간 '제23회 소래포구 축제'가 열려 관광객이 몰린 영향입니다.
상인들은 "전어가 1만원, 가시 다 발라드려요" "꽃게가 1만원, 물건 좋아요" "싸게 드립니다"라며 호객에 열을 올렸습니다.
한 상인은 집게발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꽃게들을 가리키며 "여기는 죽은 것 못 팔아, 다 살아 있는 거야"라고 말했습니다.
논란을 의식한 듯 먼저 꽃게를 내밀며 "눌러보세요. 살이 꽉 찼어요"라고 말하거나, 꽃게의 다리를 확인시켜주는 상인도 있었습니다.
상인들은 최근 들어 손님이 늘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꽃게와 새우를 취급하는 상인 A씨는 "꽃게 철이기도 하고 또 이번 주 축제가 열리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상인 B씨는 "예전에 장사가 잘될 때 비해 수입이 30% 정도 줄었지만 그래도 이번 주는 손님들이 많이 온다"고 했습니다.
꽃게의 시세는 일주일 전과 비교했을 때 비슷하거나 조금 저렴했습니다. 크기에 따라 ㎏당 1만원에서 1만5000원 사이였습니다.
취재진은 지난 8일에 이어 15일에도 꽃게 2㎏을 직접 구매했습니다. 저번과는 다른 가게였고, 마찬가지로 취재 중인 사실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살아 있는 꽃게로 달라고 요청했더니 상인은 "모두 살아 있는 것"이라며 "죽은 것은 따로 싸게 팔고 있다"고 했습니다.
상인은 빨간색 플라스틱 소쿠리 안에 꽃게 여덟 마리를 골라 담고 저울에 잰 무게 2.3㎏을 보여준 뒤 앞으로 가져와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줬습니다. 꽃게 다리에 대해서 묻자 "이제 꽃게 다리 하면 무섭다"며 하나하나 보여주면서 다리가 없는 것은 떨어져 나갔다고 알려줬습니다. 여덟 마리 중 두 마리의 다리가 각각 두 개씩 떨어져 나가 있었습니다. 이어 "상품성에 문제는 없다. 집게 다리 줄까요?"라고 물어보고는 취재진이 "괜찮다"고 답하자, 죽은 꽃게를 따로 모아 둔 소쿠리에서 한 마리를 집어 "찌개할 때 드세요"라며 포장 박스 안에 얹어줬습니다.
이번에 꽃게를 산 곳은 1㎏ 당 1만3000원으로, 모두 2만6000원을 줬습니다. 일주일 전에 산값보다 1㎏ 당 2000원 쌌습니다.
꽃게 상태는 일주일 전보다 괜찮아 보였습니다. 지난 8일 취재진이 꽃게를 살 당시 찍은 영상을 보면 꽃게들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데, 15일 찍은 영상에선 꽃게들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영상 참고)
충북 충주에서 소래포구를 찾은 60대 여성 박미화 씨는 "3년 만에 왔는데 그때는 바가지 장사가 있었는데 지금은 좀 괜찮은 것 같다. (꽃게의) 다리도 제대로 잘 달려 있고 살아 있는 걸 확인했다"며 "큰 꽃게랑 작은 꽃게 합쳐서 10㎏ 샀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은평구에 산다고 밝힌 70대 여성 심수경 씨는 "꽃게 사러 왔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영향인지는 몰라도 지난해 이맘때 왔을 때보다 싸다"고 했습니다.
안광균 소래포구 전통어시장 상인회장은 "일주일에 한 번 하던 점검 횟수를 이틀에 한 번으로 늘려 신선한 물건을 팔도록 관리하고 있다"며 "시장 안 음성방송으로 권장 가격을 알려 손님과 상인들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습니다.
소래포구 관련 논란에 대해선 "섞어 팔기 등은 1차 15일 영업정지, 2차 30일 영업정지로 강하게 대처하고 있다. 지난 일주일 사이에 수산물 수율 불량으로 신고된 사례가 한 건 있었다"며 "전체 소래포구 어시장에 상인회, 어촌계 등 어떤 곳에도 소속되지 않은 상인이 200~300명 있는데 그중 그런 행위를 반복적으로 하시는 분들이 있다. 구청이 제재할 수 있는 범위가 한정적이라고 들었다"고 했습니다.
앞서 익명을 요구한 한 상인은 지난 8일 JTBC 취재진에 "이 동네에서 40년 넘게 장사를 하고 있는데 대다수는 성실하게 일하고 있다"며 "소수 몇몇 때문에 자꾸 피해를 보고 있다. 제발 그런 일 좀 없으면 좋겠다"고 토로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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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꽃게, 죽은 꽃게와 비교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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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은 15일 소래포구 전통어시장에서 구입한 살아 있는 꽃게 여덟 마리 중 한 마리와 상인이 얹어준 죽은 꽃게를 비교해 봤습니다.
죽은 꽃게의 게딱지를 분리하자 검은 내장이 드러난 반면, 죽은 지 얼마 안 된 꽃게의 내장은 노란색이었습니다.
꽃게 여덟 마리 중 두 마리의 다리가 온전하지 않은 것도 다시 확인했습니다.
나머지 여섯 마리의 다리는 모두 제대로 붙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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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포구 야시장과 축제장 '북적북적'…"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걱정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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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자 비가 그쳤고, 저녁 8시쯤 소래포구 야시장과 축제장에는 인파가 몰렸습니다. 특히 축제장은 초청 가수 등을 보러 온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경기도 안성에서 온 정시연 씨는 "사람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며 "지난해에도 왔었는데 그때보다 체감 20~30% 정도 더 많은 것 같다"고 했습니다.
취재진이 소래포구에서 만난 시민 대부분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걱정하면서도 수산물 대상 방사능 검사 결과를 믿고 수산물을 샀다고 했습니다. 인천 논현동에 사는 30대 남성 이영상 씨는 "오염수 방류가 걱정되긴 한다. 수산물 방사능 검사 결과를 찾아봤는데 기준치 이하여서. 언제까지 피할 수 있겠나. 오늘 꽃게랑 전어를 샀다"고 말했습니다.
수산물을 사지 않았다는 시민도 있었습니다. 40대 남성 안재훈 씨는 "아무래도 방사능이 신경 쓰이긴 한다. 정부에서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방류 전보다 안전하겠나.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축제 온 김에 어시장도 구경했는데 (수산물을) 사지는 않았다"고 했습니다.
인천 남동구청은 "지난달 29일부터 3주간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판매되는 광어·전어·오징어 등 수산물 12종을 대상으로 정밀 검사한 결과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또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은 매일 소래포구 수산물을 대상으로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다"면서 "검사 세부 내용과 결과는 연구원과 남동구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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