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브론테 자매
“앤과 나는 조금 전까지 사과 푸딩을 만드는 샬럿과 견과를 넣어 사과를 구우려는 이모를 위해 사과 껍질을 벗겼다. 샬럿은 자기가 만든 푸딩이 완벽하다고 했는데, 그녀는 빠르기는 빨라도 똑똑하진 않았다.”
1834년 11월 24일, 영국 요크셔의 한 16세 소녀가 일기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그는 이어 “앤과 나는 말끔하게 챙겨 입지도 않았고, 침대 정리도 안 했고, 공부도 안 했지만 나가서 놀고 싶다”고 씁니다. 여느 10대와 다를 바 없는 이 소녀의 이름은 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을 쓴 바로 그 작가입니다.
에밀리의 언니는 ‘제인 에어’를 쓴 샬럿 브론테. 여동생 앤도 작가이지요. 문학전문 출판사 미행에서 최근 나온 ‘벨기에 에세이’엔 세 자매의 어릴 적 일기, 브뤼셀로 유학간 샬럿과 에밀리가 불어로 쓴 에세이 등이 담겼습니다.
브론테 자매는 소위 ‘독학자’였지만, 완전한 독학자는 아니었습니다. 어머니를 일찍 잃은 자매는 읽고 쓰는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만듭니다. ‘리틀 북(little book)’이라는 일기장에 책에서 재미있게 읽은 이야기, 시, 희곡 등을 재해석해 적어넣었죠. 이를 통해 글의 구조와 기법을 자연스럽게 체득했답니다. 작가로서의 씨앗이 ‘놀이’에서 싹튼 셈입니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정답은 없지만 문학적 글쓰기란 주입식 교육이 가능한 영역은 확실히 아닌 것 같습니다. 그보다는 놀이하듯 부지불식간에 재능을 구축하고, 발견하는 영역에 가깝겠지요. 23세 때인 1841년 7월 30일 에밀리는 일기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나는 늘 그렇듯이 뭐든 진척이 미미하다. 그래도 난 이제 새로운 글을 규칙적으로 쓰고 있다! 무슨 말이냐면 현명한 사람은 여러 말 필요 없이 큰일을 해낸다는 거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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