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주목하는 ‘부유식 해상풍력’... “AI·빅데이터로 기후변화 영향까지 고려한 기술 전략 마련해야”

장윤서 기자 2023. 9. 15.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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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풍력 전문가에게 듣는다]
영국 해상풍력 전문가 라스 요하닝 엑스터대 교수
라스 요하닝 교수

부유식 해상풍력은 연안에 설치되는 기존에 사용되던 고정식 해상풍력보다 어업 활동을 방해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얕은 해안 인근에 설치된 고정식 해상풍력보다 소음에 따른 주민 민원도 발생하지 않는다. 바다 한가운데 설치하다 보니 바람의 막힘이 없어 상대적으로 균일한 풍속으로 안정적인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이런 점 때문에 부유식 해상풍력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영국 정부는 올해 3월 ‘부유식 해상풍력’에 최대 1억6000만파운드(26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영국의 해상풍력 연구자들도 ‘미래 신재생 에너지원’이 될 기술 분야 중 하나로 부유식 해상 풍력을 주목하고 있다. 영국은 2030년까지 해상풍력 발전용량을 50기가와트(GW)까지 확대하고 이 중 5GW를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을 통해 얻을 계획이다. 최근에는 노르웨이, 프랑스를 포함 유럽 국가들이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바다 한 가운데 풍력발전소를 짓는 일은 만만치가 않은 작업이다. 급변하는 바다 환경과 날씨를 이기고 지속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시설을 유지하려면 극한의 상황을 고려한 기술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영국의 해상풍력발전 전문가인 라스 요하닝 교수(Lars Johanning) 엑스터대 교수는 1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조선 팰리스 호텔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급격한 날씨 변화, 해상 환경의 변화는 해상풍력 발전기 기술의 고도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결국 풍력발전 시설을 해상에 잘 묶어두는 계류 장치와 기술이 향후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요하닝 교수는 약 26년간 유체역학과 기지 유지 시스템에 초점을 맞춘 해양 에너지와 기술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영국 항구도시 팔머스만 해양 에너지 시험장 개발을 주도하고 조류발전시스템 분야 기술 표준화를 주도하는 IEC TC114(해양에너지분과)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영국 정부가 설립한 해양 재생 에너지 연구소 ‘ORE 캐터펄트(Catapult)’의 연구 그룹 회원으로도 활동하며 유럽연합(EU)의 해양 에너지 로드맵을 자문하고 있다. 요하닝 교수는 이날 한국공학한림원이 개최한 ‘청정에너지 분야 협력 강화 한영 정책기술포럼’에 토론회 연사로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요하닝 교수에 따르면 최근 유럽에선 대규모 해상풍력 시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영국 스코틀랜드 동부 에버딘 해안에서 약 25km 떨어진 해상에는 세계 최초 상용 부유식 풍력발전소인 ‘하이윈드 스코틀랜드’가 완공했다. 하이윈드 스코틀랜드 단지를 조성한 기업은 노르웨이 에너지 회사 에퀴노르는 올해 8월 북해 석유가스전 해상 플랫폼에 부유식 해상 풍력 ‘하이윈드 탐펜’(Hywind Tampen)을 완공하고 가동에 들어갔다. 하이윈드 탐펜은 이 시설을 통해 북해의 주요 석유와 가스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20만t을 감축한다는 목표다.

포르투갈의 비아나두 카스텔로 해안에서 약 18km 떨어진 해상에도 윈드플로트 애틀란틱(WindFloat Atlantic) 부유식 해상풍력단지가 조성돼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노르웨이 에너지기업 에퀴노르와 손잡고 울산 ‘반딧불이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울산에서 70km 떨어진 해상에 15MW(메가와트)급 풍력발전기 50기를 설치해 총 750MW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소는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 수심이 깊은 곳에 주로 설치된다. 이런 이유로 시설과 해저면을 연결하는 계류 시스템 설비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계류시스템은 바다 위 풍력발전 시설이 일정한 범위를 이탈하지 않도록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요하닝 교수는 “급변하는 바다 환경에서 태풍이 만들어내는 강한 바람이나 거센 파도 등에서 안정적으로 고정될 수 있는 계류 장치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계류 시스템에 대한 실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실제 실증에는 기술적 한계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대안으로 빅데이터와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최근 적극 고려되고 있다. 요하닝 교수는 ‘오카플렉스(Orcaflex)’라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계류시스템의 움직임, 에너지 출력 특성을 파악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요하닝 교수는 “계류 장치가 잘 장착돼 해상풍력이 잘 운영되는 지를 파악하려면 이전처럼 작은 모형을 만들어 실증하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대규모 단지의 경우 가상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수학적으로 계산해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기술이 유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요하닝 교수는 “기후변화로 25년 후에 어떠한 일(거센 파도 또는 허리케인 등)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어렵고 이것이 해상풍력의 핵심이 되는 계류 장치에 불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면서 “변화무쌍한 바다 환경에 맞는 해상풍력 발전기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바다 상황에 대한 데이터 확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고도화된 역학 시뮬레이션 분석기법, 진화된 해상풍력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요하닝 교수는 해상풍력 발전의 잠재력이 높지만 한 종류의 에너지원에만 의존하긴 어렵다고 요하닝 교수는 “각국 상황에 맞는 에너지원을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한데, 영국에서는 원자력 발전에 비해 풍력 발전 비용이 훨씬 낮아 이를 국가적으로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풍력만으로 모든 에너지를 감당할 수는 없다”면서 “한국의 주요 에너지원 중 하나인 원자력과 태양에너지와 수력 등 청정에너지를 함께 활용하는 것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길”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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