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파트너 트랙' 아덴 조 "인종차별 겪었기에 공감하며 연기" (인터뷰)

유수경 2023. 9. 1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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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파트너 트랙' 주연 배우 아덴 조
한국에서 새로운 도전 나선 한국계 미국인
"동양인 매력 보여주고 싶어 배우 꿈 키웠다"
아덴 조가 본지와 단독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승현 포토그래퍼 제공

넷플릭스 '파트너 트랙'은 지난해 여름 공개된 10부작 미국 드라마다. 이 강렬한 법정 로맨스물을 이끄는 잉그리드 윤은 한국계 미국인 여성 변호사다. 열정적이고 똑똑한 그는 인종차별을 극복하고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잉그리드 윤의 삶을 그려낸 배우 아덴 조 역시 실제 한국계 미국인이다. 이 드라마는 헬렌 완이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사실 원작의 주인공은 중국계 미국인인데, 넷플릭스가 제작을 맡으면서 한국계 미국인으로 바꿨다.

본지가 단독으로 만난 아덴 조는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 잉그리드 윤과 꽤나 닮아있었다. 솔직하고 털털한 성격을 지녔고, 마음 속에 큰 꿈을 품고 치열하게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는 미국에서 20년간 배우 생활을 했지만 새로운 도전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아덴 조가 들려준 자신의 인생 이야기는 그 어떤 드라마보다 흥미로웠다.

아덴 조는 '파트너 트랙'에서 변호사 잉그리드 윤을 연기했다. 넷플릭스 '파트너 트랙' 예고편 캡처

◆ 한국에 온 이유

"미국에서 촬영하면서 10년 넘게 계속 생각한 게 한국 작품이 너무 좋다는 거였어요. 한국 작가들은 몇 분안에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능력이 있어요. 미국은 천천히 캐릭터들이 소개되면서 시즌2까지 가야 정이 드는데 한국 작품은 보자마자 확 사로잡는 매력이 있거든요. 제가 저녁 약속이 있어도 드라마가 시작하면 '이거 봐야 해' 하고 못 나갈 정도였으니까요. 하하. 연기자로서 한국 배우들이 너무나 부러웠어요. 한국에서 작품을 하면 너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은 '미국에서 배우 생활을 잘 하고 있는데 왜 굳이 한국에서 다시 시작하고 힘든 길을 가려 해?'라고 묻기도 해요. 하지만 전 도전을 좋아하고 새로운 걸 추구하죠. 무엇보다 연기를 너무 사랑하고요. 이번에 긴 시간 동안 휴가를 잡고 한국에 와서 한국 문화를 익히고 있어요. 모든 게 너무 재밌고 신기합니다."

아덴 조가 본지와 단독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승현 포토그래퍼 제공

◆ 한국 사람들의 정(情)

"저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엄마를 닮아 보수적인 편이에요. 그래서 한국이랑 어울리는 부분도 있어요. 그래서 정도 많고 상대가 나와 다를 땐 상처도 잘 받죠. 한국 사람은 저랑 비슷한 거 같아요. 친구들이 좀 있는데, 자기 일처럼 나서서 도와주고 좋은 사람들을 연결해주고 그런 모습에 감동을 받아요. 저의 MBTI는 INFP인데 한국에는 많더라고요. 세심하고 공감을 잘 하는 사람들이죠. 한국은 가족 같은 느낌이 많이 들고 음식도 너무 맛있고 서비스도 좋아요. 해외 곳곳을 가봤는데 한국만큼 배려를 잘하는 곳은 없는 거 같아요. 그리고 한국 사람은 열심히 멋지게 사는 게 보기 좋아요. 뭔가 하기로 하면 바로 진행시키는 추진력도 있는 거 같고요."

◆ 아시안(Asian)의 외로움

"미국에서 아무리 살고 일을 해도 달라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어요. '파트너 트랙'이 넷플릭스 메인에 나오고 뉴욕 타임스퀘어나 할리우드에 커다랗게 붙어있어도 사람들은 저를 미국인이라고 생각 안 했어요. '파트너 트랙'은 확실히 미드인데도 그냥 '아시안쇼네. K드라마인가'라고 생각하더라고요. 이번에 느낀 건 미국에서 아무리 성공해도 나를 그저 동양인으로 보는 시선이 대부분일 거라는 거였죠. '나의 집은 어디지?' 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한국에서 좋은 작품을 만들고 일을 하면 한국이 내 집이 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한국어는 한국 드라마의 자막을 보고 독학했어요."


◆ '파트너 트랙'은 소중한 작품

"정말이지 배우들이 너무 좋았어요. 우리는 가족이 됐어요. 매일 단톡방에서 톡을 했고 언젠가 작품을 다시 같이 하면 좋겠다는 얘기도 나눴어요. '파트너 트랙'에서 제가 맡은 캐릭터는 똑똑하고 멋지지만 인종차별을 당하고 여자라서 무시 당하는 모습이 나와요. 작품을 보고 놀라는 사람들에게 '이거는 10% 보여주는 거야. 실제는 훨씬 심해'라고 말하기도 했죠. 동양인 여자로서 생활하는 게 힘들었어요. 이 작품을 사람들이 보면서 잘못됐단 걸 느끼고 생각하고 인정해주는 게 보람 있다고 생각해요. 미디어의 힘으로 사람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고 보거든요."

◆ 실제로도 겪은 인종차별

"어릴 때 애들이 때려서 병원도 몇 번 가고 인종차별을 심하게 당했죠. 동양인으로서 무시를 많이 당했는데 그때는 그게 정상인 줄 알았어요. 어리고 뭘 몰랐으니까요. 제가 배우가 된 이유도 동양인의 매력과 실력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에요. 저는 멋진 여자를 좋아해요. 한국에는 멋진 여자들이 많고 여자가 주인공인 작품이 많지만 미국에선 흔치 않아요. '파트너 트랙'은 주인공을 맡았지만 그런 작품을 찾는 게 힘들어요. 주로 백인 남자가 주인공이고 동양인은 서포트 역할을 하거든요. '나도 비중 있는 역할을 하고 싶어'라고 하면 '너네 나라 가서 해'라고 하죠. 그런데 제 나라가 어디죠? 미국에서 태어났고 영어를 아무리 완벽하게 구사해도 미국인으로 보진 않더라고요. 사실 저는 동양인 배우로서 이슈가 되거나 아시안 스토리를 연기하기보다 그냥 여성으로서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아덴 조가 본지와 단독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승현 포토그래퍼 제공

◆ 한국 여배우가 부러운 이유

"한국은 멋진 게 여자 작가나 감독, PD가 많아요. 미국은 별로 없어요. 가끔씩 한국 드라마를 감명깊게 보고 정보를 찾아보면 여자 작가나 감독인 경우가 종종 있어요. "멋진데" 하고 감탄하죠. 한국은 잘 찍고 잘 쓰고 배우들도 사랑스럽게 연기를 잘 해요. 솔직히 예쁘게 찍어주는 것도 너무 부럽더라고요. 미국 사람은 동양 얼굴을 잘 못 잡는 거 같아요. 서로 보는 눈이 다르고 취향이 다르기에 이해는 됩니다. 몇 년 전 한국에 와서 메이크업을 받고서 살면서 처음으로 내 얼굴을 보고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진짜 (한국의 메이크업에) 반했고 울 뻔했어요. 죽기 전에 멋진 한국 작품을 하나 해야겠다는 목표가 있지만 마음이 급하지는 않아요. 시나리오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아직 '이거다' 싶은 건 없어요. 저도 잘 생각해서 결정하려고 하고 있어요."

◆ 인생은 타이밍

"왜 조금 더 일찍 한국에 올 생각을 안 했냐고요? 전엔 저도 준비가 안 됐다고 생각했어요. 미국에서 자리를 확실히 잡고 연기자로 배울 것도 많았고 한국어도 열심히 배워야 했어요. 아마 5년 전에 한국어 대본을 줬다면 못 읽었을 거에요. 이제는 한국에서 연기를 할 수 있겠다는 자신이 있어요. 제가 살면서 확실하게 느낀 건 사람은 각자의 타이밍이 있다는 겁니다. 미국에서 20년간 배우고 경험한 것들엔 다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파트너 트랙'의 주인공으로 임하면서도 많은 걸 배웠죠. 15년 동안 다양한 역할을 경험했지만 메인 1번 역할을 하니까 힘들긴 했어요. 그러나 그 과정에서 많이 배우고 성장했고 이제야 준비된 거 같은 생각이 들어요. 다음 작품에선 더 잘 할 수 있을 거 같거든요. 한국에 오기까지 조금 오래 걸렸다는 생각도 있지만, 지금이 '마이 타임'이에요. 이제 시작이라고 봐요."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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