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개인 구원에서 사회 구원으로 나아가는 ‘영성’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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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이란 무엇인가'는 종교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세속화 시대에 새로이 주목받은 '영성'(spirituality)에 관해 폭넓게 알려주는 영성학 개론서다.
지은이는 영성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사회적인 차원으로 확장해 간다고 보는데, 네 유형의 영성 가운데 사회적 차원을 대표하는 것이 예언적-비판적 영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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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이란 무엇인가
내 삶을 완성하는 영성에 관한 모든 것
필립 셸드레이크 지음, 한윤정 옮김 l 불광출판사 l 1만6000원
‘영성이란 무엇인가’는 종교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세속화 시대에 새로이 주목받은 ‘영성’(spirituality)에 관해 폭넓게 알려주는 영성학 개론서다. 지은이 필립 셸드레이크(미국 오블레이트신학대학원 교수)는 21세기 영성 연구 분야를 선도하는 인물로 꼽힌다.
이 책은 영성을 ‘인간 정신이 최대한의 잠재력을 얻기 위한 비전을 구체화한 삶의 방식과 수행’이라고 정의하고 시작한다. “그런 의미에서 영성이란 말은 종교적이든 세속적이든 인생의 의미와 행위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다.” 이런 정의에 따라 이 책은 종교적 영성부터 세속적 영성까지 영성의 모든 양상을 소개한다.
지은이는 영성을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는데, 금욕적 영성, 신비적 영성, 능동적-실용적 영성, 예언적-비판적 영성이 그것이다. 이 책의 본문은 이 네 가지 영성에 대한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은이는 영성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사회적인 차원으로 확장해 간다고 보는데, 네 유형의 영성 가운데 사회적 차원을 대표하는 것이 예언적-비판적 영성이다. 이 영성은 사회변혁을 단순히 정치적 과제로만 보지 않고 영적 과제로 본다. 역사적으로 보면 13세기 아시시의 프란치스코가 펼친 청빈 운동, 16세기 종교개혁 기간에 사회질서를 급진적으로 비판한 재세례파의 운동이 이런 유형의 영성에 해당한다.
특히 20세기 예언적-비판적 영성은 정치적 성격을 강하게 띠었는데, 나치에 저항해 순교한 디트리히 본회퍼가 그런 정치적 영성의 전형이다. 본회퍼는 1943년 게슈타포에 체포돼 투옥된 뒤에도 외부의 사람들에게 영적 지혜를 주는 수많은 편지를 썼다. 지은이는 현대의 예언적-비판적 영성의 가장 주목할 만한 사례로 1960년대에 라틴아메리카에서 시작된 ‘해방 영성’을 꼽는다. 해방 영성은 “부당한 사회구조에 대한 비판과 투쟁을 바탕으로 한 폭넓은 성찰과 실천”을 담고 있으며 “사회 정의를 종교적 영성의 필수 요소로” 끌어올렸다.
이 해방 영성을 앞에서 이끈 사람이 페루의 신학자 구스타보 구티에레스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가톨릭 사제가 된 구티에레스는 페루 수도 리마의 빈민가 교구에 살면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사목 활동을 펼쳤다. 또 구티에레스는 “전통적 영성이 지닌 엘리트주의와 과도한 내면성의 경향”을 비판했다. 구티에레스의 책 ‘욥에 관하여’는 구약성서의 욥을 “무고한 자가 받는 고통의 전형적인 사례”로 재해석했다. 지은이는 ‘페미니즘 영성’도 해방 영성에서 갈라져 나온 가지로 이해한다. 페미니즘 영성은 가부장제가 여성과 남성에게 두루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비판을 대안적 삶과 통합하고자 한다.
결론에서 지은이는 영적인 삶의 방식이 “우리가 결코 잡을 수 없는 전체성과 완전함을 향해 뻗어나간다”고 말한다. 이런 영적인 추구에는 역설적 성격이 있다. “모든 것의 전체성을 추구하려면 더 많은 것을 축적하려는 욕망을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영성 추구는 소비주의 문화에 대항하는 역할을 한다. 16세기 스페인의 가톨릭 사제 ‘십자가의 요한’이 남긴 말은 영성의 이 역설을 간명하게 보여준다. “모든 것에서 만족에 이르려면 어떤 것에도 만족하지 않음을 욕망하라. 모든 것을 소유하려면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음을 욕망하라.”
고명섭 선임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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