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 직원 안 자르고 역베팅한 여행 플랫폼의 놀라운 대반전

김혜성 여행플러스 기자(mgs07175@naver.com) 2023. 9. 14.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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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스러져간 여행 기업이 많다. 반면에 오히려 성장을 거두며 현재도 굳건히 여행업을 이어나가는 기업도 있다.

지난 13일 위기를 기회로 만든 여행플랫폼 3곳의 대표가 한 자리에 모여 ‘여행의 미래’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제24회 세계지식포럼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여행의 미래’ 토론회에 참여한 연사들
매경미디어그룹이 지난 12일부터 사흘간 주최중인 제24회 세계지식포럼에서는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여행의 미래’란 주제로 박상욱 스토리시티 대표의 진행 아래 요하네스 렉 겟유어가이드 대표와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가 연사로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요하네스 렉 겟유어가이드 대표 / 사진=여행+ 김혜성 기자
겟유어가이드는 현지 문화 체험 상품을 위주로 판매하는 독일 온라인 여행사로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는 이미 유명세가 자자하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수십만 개 이상의 여행 상품을 제공하고 있으며 현재는 아시아 시장에 주목해 발을 넓히고 있다.

렉 대표는 “여행 시장은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2배 이상 성장했을 만큼 규모가 크다. 겟유어가이드 역시 올해 기업 가치가 20억 달러(약 2조6598억 원)로 성장했다”며 “여행 문화 체험 분야에서 넷플릭스나 아마존 같은 독보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는 대학 졸업 후 2012년에 회사를 창립했다. 패키지여행이 점차 시들해지는 것을 주목해 독특한 자유 여행 상품을 팔아 틈새시장을 노렸다.

이 대표는 “마이리얼트립은 여행에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먹고, 누구와 함께할 것인가’를 생각할 때 여행자들이 흔히 빠지는 고충에 집중해 탄생했다”며 “관광 상품 판매에서 시작해 현재는 숙박, 교통, 보험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한 슈퍼 앱”이라고 설명했다.

마이리얼트립 총 거래액(GMV0 차트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마이리얼트립은 코로나19 시기 주력 사업을 해외에서 국내로 돌리는 대응 전략으로 실적 반등에 성공해 오히려 코로나 효과를 톡톡히 본 기업 중 하나다. 코로나 이전과 비교했을 때 기업 가치가 3배 이상 성장했고 올해 플랫폼 총 거래액(GMV)은 10억 달러(약 1조3300억 원)를 돌파했다.
박상욱 여다트립 대표 / 사진=박소예 여행+ 인턴 기자
2021년 출시한 인공지능(AI) 기반 여행 일정 제작 서비스 여다트립을 운영하는 박상욱 스토리시티 대표는 “호주 대형 항공사 콴타스(QAN) 등 다양한 여행기업과 협업해 상품과 서비스를 SNS에 홍보하며 여러 선택지를 고객과 공유한다”며 기업의 주요 사업 모형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꼽았다. 그는 “인기 크리에이터와 협업하거나 고객의 얘기를 들으며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데 큰 노력을 들이고 있다”고 사람과 여행의 연결을 강조했다.
(좌) 겟유어가이드 앱 화면 (우) 마이리얼트립 앱 화면
마이리얼트립과 겟유어가이드에는 공통점이 있다. 대다수의 온라인 여행사(OTA)가 항공·숙박 상품에 주력하는 것과는 달리 두 여행사는 ‘체험 상품’에 더 무게를 둔다는 점이다.

체험 여행을 정체성으로 삼게 된 계기에 대해 렉 대표는 “항공·숙박 상품은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쉬우면서 제한적인 반면, 체험 상품은 폭넓은 선택지가 있어 더 복잡하지만 제한이 없다”고 운을 뗐다.

그는 “서울이라는 하나의 도시만 체험한다고 해도 미식·문화 등 다양한 주제가 넘쳐나서 더 흥미롭다”고 얘기하며 체험 상품의 매력과 주력 배경을 전했다.

이 대표도 “항공·숙박 상품은 이미 표준화된 상품이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요하다. 같은 루브르 체험이라도 수십 가지의 상품이 있고 여행자는 그 안에서 각기 다른 경험을 한다”며 요하네스 대표의 의견과 결을 같이했다.

열띤 토론을 펼치고 있는 세 연사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두 대표의 답변에 ‘표준화한 상품이 아닌 체험 여행 상품을 판매할 때 웹 프로그래밍 설계 등 백엔드에서의 어려운 점은 없었냐’는 박 대표의 기슬적인 측면에서 질문이 이어졌다.

렉 대표는 “실제로 표준화한 여행 상품을 판매할 때보다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또 그는 “응용프로그램과 운영체제 간의 통신을 연결해 주는 인터페이스인 API 관리에 중점을 두고 발전한 덕분에 고객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며 극복 방안을 덧붙였다.

마이리얼트립 역시 원활한 체험 상품 판매를 위해 기술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 이전 30명에 불과하던 현재 180명까지 늘려 항공권부터 시작해 체험과 숙박까지의 모든 여행 과정을 매끄럽게 이었다.

토론회의 가장 주요한 화두는 ‘두 회사의 AI 도입 현황 및 활용 방안’이었다.

AI 머신 러닝 기술로 탄생한 겟유어가이드 여행 상품 / 사진=겟유어가이드
겟유어가이드는 약 6년 전부터 데이터에서 규칙을 학습하는 AI 머신 러닝 기술을 발 빠르게 들여왔다. 도입 결과 방대한 양의 여행 정보를 반복해서 학습한 인공지능 모형이 여행자에게 유의미한 맞춤 여행 상품을 만들어 냈다.

겟유어 가이드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만들어 낸 여행 일정을 실제 상품으로 만들어 여행자의 수많은 예약을 끌어내며 큰 호평을 받았다. 겟유어가이드는 AI가 만든 여행 상품으로 수익 창출과 동시에 일부 작업을 인공지능으로 자동화하며 비용 절감 효과까지 봤다고 밝혔다.

렉 대표는 “AI 도입 이전까지는 콘텐츠 생성이나 번역과 같은 업무를 사람이 했다면 이제는 해당 영역을 인공지능이 담당하고, 사람은 제품 품질 관리(QA) 등의 업무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마이리얼트립 면세점 가격 비교 스캐너 / 사진=마이리얼트립
마이리얼트립 역시 적극적으로 AI를 도입했다. 지난 2월 마이리얼트립은 국내 업계 최초로 챗GPT를 기반으로 한 생성형 여행 AI를 불과 48시간 만에 만들었다.

다만 챗 GPT의 보편적인 답변이 독특한 여행 경험을 추구하는 한국인 여행객들의 특성과 맞지 않는 등 개선점이 많아 현재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한 번의 고배를 마셨지만 이후 인공지능을 활용한 ‘면세점 가격 비교 스캐너’를 출시해 고객의 큰 호응을 끌어냈다.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면 현대·신세계·신라 등의 여러 면세점에서 판매하는 동일한 제품의 가격을 비교해 가장 저렴한 지점을 파악할 수 있다.

면세점 가격 비교 스캐너 제작 과정에서 AI를 이용해 상품에 대한 설명을 자동으로 채워 넣는 자동화 기술도 적용했다.

토론 중인 요하네스 렉 대표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AI를 이용한 여행 플랫폼이나 개인 맞춤 여행 일정에 대한 의문도 등장했다. ‘일정상으로는 손색없는 AI 여행 계획이지만 정말 개인에게 안성맞춤인 여행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지’가 문제다.

이에 렉 대표는 이전까지는 ‘강아지를 데리고 파리로 여행을 떠나는 가족이 나흘 동안 머무르기 좋은 여행 코스’와 같은 막연하고 구체적인 질문에 답할 수 없었으나 이제는 적어도 답변은 가능해졌다며 AI 생성 여행 플랫폼의 장점을 먼저 얘기했다.

다만 그는 “여행 일정은 여행의 전부가 아니라 한 부분일 뿐이다. AI로 짠 여행 일정은 언뜻 완벽해 보이지만 세심한 부분을 파악하지 못해 전반적인 여행 경험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일정을 생성하더라도 전반적인 질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며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마이리얼트립 여행 전문가 연결 서비스 / 사진=마이리얼트립
이 대표는 “인공지능이 온전히 개인화한 여행 일정을 제공하는 것은 아직 무리”라며 명확한 한계점을 짚었다. 대신 그는 마이리얼트립 플랫폼 내 커뮤니티를 활성화해 여행자의 개인화한 경험을 위한 팁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커뮤니티에서는 여행자의 목적 여행지를 과거에 다녀온 ‘비슷한 취향’을 가진 여행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마이크를 쥐고 있는 이동건 대표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박 대표의 마지막 질문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내린 의사결정 중 가장 현명했던 선택이 무엇인가’였다.

렉 대표는 “해고 광풍이 불 때 직원을 해고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꼽았다.

그는 “팬데믹 이후 시장이 반등해 많은 인력이 필요했을 때 비싼 돈을 주고 급하게 채용하지 않아도 됐으며, 아울러 어려운 시기를 함께 이겨냈기에 직원의 충성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마이리틀트립은 코로나 이후를 내다보고 여행 업계의 향후 호재에 ‘역베팅’ 한 것을 지목했다.

이 대표는 “우리 역시 코로나 시기 쓸 수 있는 자금이 제한적이었다. 위기 극복에 대한 우리의 선택은 해고나 운영 중단 등이 아닌 투자였다”며 “기존 투자자들을 설득해 어려운 시기 400억 정도를 투자받았고 그 덕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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