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꼽아 기다렸는데”…‘노란버스 논란’ 체험학습 줄취소에 학생·학부모 불만 속출
경기 소재 초등학교 6학년 김모군(12)은 14일 학교에서 2학기 체험학습이 취소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친구들과 역할 분담까지 해가며 준비해온 계획이 어그러진 것이다. 학교생활 6년간 코로나로 야외체험활동이 손에 꼽을만치 적었던 김군은 이번 체험학습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컸다. 김군은 하교 중 학교 보안관에게도 ‘이럴 수가 있느냐’며 하소연을 했다고 한다. 아이의 푸념을 들은 학부모 이모씨(37)는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날이었는데 너무 안타깝다. 아직 초등학교 4학년 자녀는 체험학습 취소 사실을 모르는 것 같은데 어떻게 알려야 할 지 모르겠다”고 했다.
경찰청이 법제처의 유권해석에 따라 현장체험학습에 어린이 통학버스(노란버스)만 이용해야 한다고 밝히자 노란버스를 예약하지 못한 학교들이 2학기 체험학습을 무더기 취소하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전세버스 계약 취소액만 160억원에 달했다.
정부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후폭풍은 이어지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달 “일반 전세버스를 이용해도 형사 처벌하지 않겠다”고 했다. 정부도 지난 13일 일반 전세버스도 체험학습에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하겠다며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이제 와서 체험학습 재추진은 쉽지 않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정부의 졸속 행정으로 아이들만 피해를 봤다”고 했다.
대전의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강영미씨(40)는 “당장 노란 버스 수도 턱없이 부족하고 전세버스를 노란버스로 개조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일반 전세버스는 불법이니까 타지 말라’는 건 그냥 체험학습 가지 말라는 것인데 왜 이렇게 설익은 정책을 내놨는지 모르겠다”며 “학기 시작 전에 학교에서 학사일정을 잡고, 전세버스도 예약해놨는데 갑자기 이 부분을 단속한다고 하니 긴급하게 학교 운영위원회를 여는 곳들이 많다”고 했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선 교사들에게 명확하게 입장을 정리해줬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씨는 “경찰에서 괜찮다고 해도 교사들은 ‘결국 불법은 불법이니 학부모의 민원 제기가 걱정된다’고 이야기한다. 교육부·교육청이 나서서 교사를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하는데 뒷짐만 지고 있었다”며 “교육청별로 ‘책임을 지겠다’고 공문을 보낸 경우도 있었지만 경기도는 그런 공문조차 받지 못했다”고 했다.
학부모들은 학교 측의 소극적 대응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경기 지역 초등학교 5학년·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권모씨는 “교사에게 책임을 돌리는 교육 당국의 태도를 보면 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어렵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아이들의 입장도 더 생각해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보통 학교에서 한 번 취소가 된 걸 다시 번복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렇다고 학부모들이 나서서 학교 측에 체험학습을 재추진해달라고 요구를 하는 것도 자칫 민원으로 비칠까 걱정”이라고 했다.
강씨는 “애들이 코로나 기간에 야외활동을 하지 못하다가 이제 조금씩 체험학습을 나가는 상황이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7 대 3 정도로 체험학습을 보내자는 의견이 우세하다”면서 “안전공제회 등에서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했고, 교육부도 같은 방침을 밝혔으니 이제라도 체험학습을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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