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축구 예능에 진심인 편’ <골 때리는 그녀들> 김화정 PD

이진주 기자 2023. 9. 1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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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골 때리는 그녀들> 연출자인 김화정 PD는 “방송 초반에는 서툴렀지만 꾸준한 훈련과 노력으로 성장해나가는 선수들의 이야기와 열정적인 경기 모습에 많은 분들이 몰입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성일 선임기자

육아로 본업을 쉬고 있던 배우, 평생 축구공 한번 만져본 적 없었던 모델 등 다양한 분야의 여성 연예인들이 모여 축구에 진심이 됐다.

예능으로 시작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 경기가 펼쳐지는 SBS <골 때리는 그녀들>(골때녀) 얘기다.

<골때녀>는 지난 1일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2023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에서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콘텐츠상’을 수상했다. 여성 연예인들의 축구 도전기를 통해 여자 축구의 저변을 확대하고 성별에 대한 편견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사옥에서 만난 <골때녀> 메인 연출 김화정 PD(36)는 “‘축구’하면 으레 남자들이 하는 스포츠로 생각하는데 <골때녀>는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깼다는 점에서 공감을 받은 것 같다”며 “생활체육 중에서도 여자들이 잘 선택하지 않는 축구와 풋살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는 소식에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골때녀>는 2021년 6월 첫 정규 방송을 시작해 지난 7월 100회를 넘겼다. 김 PD는 “조연출로 참여했던 <불타는 청춘>에서 갑작스럽게 여자 출연자들과 축구를 했는데 몹시 즐거웠다”며 “그때를 계기로 여자들이 축구를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골때녀>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방송 초반에는 ‘여자가 하는 축구는 재미없다’는 반응도 있었다. 지금은 ‘출연진들이 힘들어서 프로그램이 없어질까 봐 걱정’이라는 댓글이 달릴 정도로 선수들과 팀을 응원하는 ‘찐팬’들이 생겼다.

김 PD는 “축구를 해본 적 없는 여성들이 재미있게 축구를 경험하게 기획했는데 어느 순간 스포츠에 입각한 방송이 됐다(웃음)”며 “예능은 시청자의 피드백을 참고해 함께 만들어가는데 시청자들이 <골때녀>를 스포츠로 보기 시작하면서 방송의 방향성도 자연스럽게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골때녀>는 다양한 팀과 소속 선수들의 서사를 다룬다는 점에서 기존의 스포츠 예능과 차별점을 뒀다. 김 PD는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은 대부분 한 팀이 주인공인데 저희는 11개 출연 팀 모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며 “꾸준한 훈련과 노력으로 성장해나가는 선수들의 이야기와 열정적인 경기 모습에 많은 분들이 몰입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예능 출연에 부담을 느꼈던 축구 대표팀 출신 감독들도 진지하게 축구에 임하는 선수들을 보며 달라졌다. “감독님들이 출연진들을 배우나 가수가 아닌 ‘선수’로 받아들이면서 더 열정적으로 변하셨어요. 다른 방송 스케줄 가지 말고 연습하라고 하실 정도에요.(웃음)”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

<골때녀>는 방송 초반 4개 팀으로 시작해 현재는 총 11개 팀이 활약하는 거대 리그로 성장했다. 김 PD는 팀별로 선수들의 균형을 맞추고 다양한 선수들이 활약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그는 “축구를 해본 적 없는 분들에게도 출연 기회를 드리고 싶지만 당장은 기존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 뛸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며 “섭외 과정에서 제작진과 축구 경기를 해 실력을 먼저 검증하고 있다”고 했다.

방송의 영향으로 풋살을 즐기는 여성들이 늘면서 지역 풋살 모임, 사내 여자축구 동호회 등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대학 시절 국제축구연맹(FIFA) 입사를 꿈꿀 정도로 축구를 좋아했던 김 PD도 <골때녀>를 연출하며 축구를 배우기 시작했다.

“제작진들도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풋살을 하고 개별적으로 풋살팀에서 활동하기도 해요. 각자 축구교실에서 배운 기술을 보여주며 기량을 자랑하는 걸 보면 축구를 좋아하는 마음이 <골때녀> 제작의 원동력 같아요.”

김 PD는 “어떻게 해야 선수들이 더 열정적으로 뛸 수 있을지, 어떤 판을 꾸려야 시청자분들이 더 재미있게 보실지를 고민한다”며 “축구를 하고 싶은 여자 연예인들이 한 번씩은 <골때녀>에 나올 때까지 방송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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