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139] Forgetting it doesn’t work. We need to remember.
조시 램버트는 유체 이탈 능력자다. 하지만 유체 이탈로 영계를 방문한 후부터 영혼들의 공격을 받고는 유체 이탈의 위험성을 자각한다. 그리고 얼마 후 유체 이탈로 가족들까지 영혼들에게 위협을 받는 일을 겪자 최면술을 이용해 유체 이탈과 영계에 대한 기억을 지우려 결심한다. 조시 앞에서 추를 흔드는 심령술사 칼이 천천히 말한다. “이제 점점 졸립니다(Now, feel yourselves getting sleepier and sleepier). 어두움은 저 멀리 흘려보내세요(let the darkness drift further and further away).” 영화 ‘인시디어스: 빨간 문(Insidious: The Red Door∙2023∙사진)’의 한 장면이다.
조시(패트릭 윌슨 분)는 최면술로 과거의 일부를 지웠지만 그 부작용으로 시도 때도 없이 머리가 멍해지고 집중하지 못하는 증상을 겪는다. 하지만 최면술을 받은 기억이 지워졌으니 그 원인을 알 수도 없다. “이러니 엄마가 이혼했지(No wonder Mom divorced you).” 조시의 아들 돌턴(타이 심킨스 분)은 자식들에게도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하는 아빠를 원망한다.
미대생이 된 돌턴도 조시와 마찬가지로 최면술을 이용해 어두운 과거를 잊었지만 그림을 그리다가 무의식에 남아 있던 기억을 조금씩 떠올린다. 내면을 들여다보기 두려워하는 돌턴에게 미술대학의 아르마간 교수가 말한다. “기억의 어둠 깊숙이 잠기는 거야(Sink deep into the darkness of memory).” 조금씩 기억이 살아난 조시와 돌턴은 또다시 영계의 위협을 받게 되지만 결국 진정한 극복은 망각이 아니라 기억함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두려움에 정면으로 맞서기로 한다. “잊는 건 소용없어(forgetting it doesn’t work). 기억해야 해(We need to rem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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