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00명 이상 숨진 리비아 홍수는 '인재'…사전경고 대응 못했다

유태영 2023. 9. 13. 20: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중해 허리케인'(Medicane·메디케인) 다니엘이 쏟아낸 비가 두 개의 댐을 무너뜨리며 50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리비아 홍수는 인재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학술지에 실린 한 보고서는 리비아에서 1959년 겪었던 것과 유사한 홍수가 반복될 경우 "두 개의 댐 중 하나가 붕괴해 (동북부 도시) 데르나와 인근 계곡 주민들이 위험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을 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2일(현지시간) 전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11년 카다피 축출 후 정치 혼란
두 개의 정부 재난 대비 못 해
메디케인 위력 경시… 피해 키워

‘지중해 허리케인’(Medicane·메디케인) 다니엘이 쏟아낸 비가 두 개의 댐을 무너뜨리며 50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리비아 홍수는 인재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학술지에 실린 한 보고서는 리비아에서 1959년 겪었던 것과 유사한 홍수가 반복될 경우 “두 개의 댐 중 하나가 붕괴해 (동북부 도시) 데르나와 인근 계곡 주민들이 위험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을 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2일(현지시간) 전했다. 그러나 2011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축출 이후 내전을 치른 뒤 리비아통합정부(GNU)와 리비아국민군(LNA)이 통치하는 지역으로 갈라지는 극심한 혼란을 겪으며 인프라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이 같은 사전경고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리비아 북동부 항구도시 데르나의 해안마을 강둑이 12일(현지시간) 이틀 전 발생한 대홍수로 전부 무너져 주변 민가들까지 흙탕물에 잠겨 있다(오른쪽). 왼쪽은 홍수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 2일 푸른 바닷물과 육지의 경계가 뚜렷했던 마을의 모습을 촬영한 위성사진. 미국 위성업체 플래닛 랩스 PBC 제공
분쟁 전문 비영리단체 국제위기그룹(ICG)의 리비아 분석가 클라우디아 가지니는 뉴욕타임스(NYT)에 “지난 10년간 리비아는 분쟁과 정치 위기를 차례로 겪었다”며 “이는 그동안 국가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많이 이뤄질 수 없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이번 홍수의 가장 큰 피해 지역인 데르나의 아흐메드 마드루드 부시장은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에 “무너진 댐은 2002년 이후 유지보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엄청난 양의 폭우를 견딜 수 있는 기반시설이 구축돼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폭풍우 '다니엘' 영향으로 대홍수가 발생한 리비아 동북부 항구도시 데르나에서 12일(현지시간) 시민이 파손된 차량에 앉아 초토화된 거리를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니엘의 위력을 경시한 것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꼽힌다. NYT에 따르면 리비아 싱크탱크 사데크 연구소의 아나스 엘 고마티 소장은 “폭풍은 지난주 그리스, 튀르키예, 불가리아에서 파괴적 위력을 보여 최소 12명이 사망했는데, 리비아 당국에는 댐 감시나 주민 대피 등의 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 같다”며 “대자연의 위력이 아니라 인간의 행위이자 리비아 정치 엘리트의 무능함”이라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아흐마드 알미스마리 LNA 대변인은 “우리가 이런 종류의 날씨에 노출된 것은 처음”이라며 “완전히 예상 밖의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까지 이번 홍수로 인한 사망자는 데르나에서만 5300명 이상 나왔다고 리비아 동부지역 정부가 밝혔다. 실종자도 최소 1만명으로 추정된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