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 집사라더니 다시 대출 조인 정부… 오락가락 정책에 `분통`[가계대출 냉·온탕 대책]

이미연 2023. 9. 1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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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가계부채 현황점검회의
대출 급증에 '강력처방' 선회
부동산 시장 일부과열도 원인
주택공급 확대에 악재 가능성
"정부, 정책 일관성 없다" 비난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우회하는 과잉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는 판단에 금융당국이 부랴부랴 강력처방을 내놨다. 가계부채가 잔액기준으로 '사상최대치'를 경신하자 일단 대출부터 조이는 것이다.

다만 '가계부채 급증'과 '주택공급난' 문제까지 함께 나온터라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유도하겠다"며 연초부터 부동산 규제를 대거 풀었던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더욱 혼돈으로 치닫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전국 아파트값이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조금씩 과열 조짐을 보이는데다가, 특히 서울 등 수도권 위주로 매매·청약수요가 몰리면서 수도권 쏠림은 현실화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13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이 참석한 '가계부채 현황 점검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주도한 은행들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50년 주담대)이 DSR 규제 우회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고, 특례보금자리론은 과잉대출 여지가 있으니 대상 범위를 좁혀 서민·실수요층에만 집중해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였다.

부동산 거래가 소폭 늘어나기도 했지만 제도 변경으로 막히기 전에 50년 주담대를 받겠다는 수요가 몰리기도 했다. 실제 50년 주담대는 7월 1조8000억원에서 8월 5조1000억원으로 폭증했다.

이에 정부는 이날부터 DSR 산정 만기를 최장 40년으로 제한하고 가산금리도 적용해 대출 한도를 축소시켰다. 특례보금자리론 기준도 강화해 일반형 상품의 지원 대상자와 일시적 2주택자는 신청 자격에서 제외된다.

변동금리 대출은 향후 금리 상승 가능성을 고려해 엄격한 수준의 DSR 규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가산 금리를 적용하는 '스트레스(Stress) DSR 제도'를 도입한다.

정부 관계자는 "50년 만기 주담대가 급증하는 걸 방치하면 DSR 규제 우회, 다주택자 투기수요 악용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불필요한 대출 확대, 주택시장 불안 요인 등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런 정책 변경이 일관되지 못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애초 50년 만기 주담대는 정부에서 먼저 내놨던 상품이다. 소득이 낮은 청년층의 주거 실수요를 대상으로 정책모기지 50년 만기 대출상품이 나왔고, 이 후 시중은행들이 상품을 내놨던 것이다.

은행권 초장기 주담대과 함께 대출 증가 요인의 주범으로 지목된 정책금융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에 대해서는 '빚내서 집사라 시즌2'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번 대출 규제로 '50년 장기대출로 내집마련'을 계획했던 이들은 한발 물러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50년 장기대출과 특례보금자리론, 고정 또는 저금리대출은 자금여력이 충분치 못한 주택 매수 수요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며 "이번 대책으로 주택 수요가 확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자금이 충분치 못한 이들의 주택 구매는 어려워질 것이 명백하다"고 진단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주택매매 수요가 일부 제한되기 때문에 주택 거래 증가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대신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를 낀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런 대출제도 수급 조절에도 가계대출은 당분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집값이 상승기조로 반등한데다 공사비 인상 등으로 분양가가 계속 오르고, 인허가가 줄어서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이슈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주택 수요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대출규제 변경은 정부가 조만간 내놓겠다고 예고한 주택 공급대책에도 먹구름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을 조이면 당장의 부동산 시장의 매수 수요는 줄일 수 있겠지만, 주택 사업자들의 공급 심리도 함께 줄어들면서 '주택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매매수요가 늘어나야 주택사업자들이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할 텐데, 공급대책 발표 전부터 수요부터 위축되면 사업성이 담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중단으로 부동산 시장 수요가 주춤할 것"이라며 "이후 공급대책이 나와도 수요 감소에 따라 사업자측의 공급 심리도 위축되면서 시장 입장에서는 연쇄적인 부작용이 확대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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