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4년만에 또 총파업… 정부 "불법행위 엄정 대처"
SRT 노선확대·'민영화'에 반발
정부 "철도민영화 전혀 검토안해"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가 오는 14일 오전 9시부터 18일 오전 9시까지 총파업에 들어간다. 철도노조가 실제 파업을 하면 2019년 11월 이후 거의 4년 만의 파업이다. 실제 파업에 들어가면 전국에서 총 1170편의 열차 운행이 중단된다. 광역전철은 평소의 75%, KTX는 평소의 68%(SRT 포함시 76%) 선에서 운행될 예정이어서 이용객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정부는 철도노조의 이번 파업이 정부 정책을 명분으로 삼는 '불법파업'이라고 규정, 타협 없이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 장기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노사 평행선… 나흘간 한시파업
13일 철도노조 등에 따르면, 노조는 사측과 지난 7월부터 6차례의 실무교섭과 1차례의 본교섭을 가졌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중앙노동위원회 조정도 결렬됐다. 이에 지난달 28~30일 철도노조가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찬성률 64.4%로 가결됐다.
이달 7일에는 "지난 2일 준법투쟁을 중단하면서까지 국토교통부에 (수서행 KTX 운행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대화를 제안했지만 거부당했다"며 파업을 예고했다.철도노조는 공공철도 확대와 4조 2교대 전면 시행, 성실 교섭 촉구·합의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철도 민영화' 쟁점도 있다. 에스알(SR)이 운영하는 수서고속철도(SRT) 노선이 지난 1일부터 경전·전라·동해선으로 확대되면서 경부선 주중 운행이 축소되자 수서~부산 노선의 좌석 부족 사태가 빚어졌다. 철도노조 측은 하루 4000여석이 줄어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수서역 기반 SRT와 서울역 기반 KTX의 분리 운영이 철도 민영화 수순으로 보고 있으며, 지금이라도 '수서행 KTX' 운행을 시작하면 열차 대란을 해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철도 민영화'를 검토한 바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현재 KTX 및 SRT 운행은 장기간 논의를 거쳐 결정된 '철도 경쟁체제 유지' 방침에 따른 것이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철도노조의 '수서행 KTX' 요구는 철도 경쟁체제에 위배될 뿐 아니라 선로용량·차량 부족 등 운행 여건과 제도적 기반이 미비해 당장 시행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또 정책 사항은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당장 수용하기 어렵거나 현재 검토 중인 정책에 대해 일방적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파업을 강행하는 것은 성숙한 자세가 아니라고 비판했다.국토부는 이번 파업 관련 발생할 수 있는 열차 운행 관련 종사자 직무 방해, 열차 출고 방해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합동 비상수송대책본부' 가동
정부는 이날부터 비상대책반을 백원국 제2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정부 합동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가동 중이다.
국토부는 철도노조가 오는 14일 오전 9시부터 18일 오전 9시까지 총파업을 예고한 만큼 14~17일 나을 간 1170편의 열차 운행계획을 취소했다.
구체적인 열차 운행 조정 현황은 코레일 홈페이지와 코레일톡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토부는 운행 중단 기간 승차권 예매자에 대해 지난 12일 환불 수수료 없이 취소처리를 했다. 국토부는 "추가로 파업 종료 시기인 오는 18일 오전 9시 이전 열차편도 취소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철도노조 파업 기간 호남·전라·경전선 운행률은 평상시 대비 여객 62%, 화물 21%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루 여객열차 운행 횟수는 호남·전라·경전선 합산 158회에서 98회로 축소된다.
이용률이 가장 높은 KTX고속열차의 경우 하루 운행 횟수가 78회에서 54회(69.2%)로 줄어든다. 화물열차 운행 횟수도 하루 29회에서 6회로 급감한다.
대체 인력을 활용해 출퇴근 시간대 광역전철과 KTX 등의 운행률을 평소의 70% 수준으로 확보할 예정이다.
서울시도 비상수송대책에 동참한다. 시민 대중교통 불편 최소화를 위해 파업 당일부터 종료 시까지 운영 지원에 돌입한다.
서울교통공사는 코레일과 공동 운행하는 1, 3, 4호선의 운행 횟수를 평소 대비 18회 증회하고, 비상열차 4편성을 대기하는 등 수송력 확보를 추진한다. 코레일 파업으로 감소하는 광역전철 운행률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1~8호선, 서울시 민자철도 9호선, 신림선, 우이신설선은 모두 정상 운행한다.
서울 시내버스의 경우 광역노선 및 인천, 경기를 경유하는 간선버스 수요를 집중 모니터링하고 수요증가로 혼잡이 가중될 경우 출퇴근 집중 배차시간대 연장 운행과 증차 등 탄력적으로 운행을 지원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고속·시외버스를 추가 배차하고, 지방자치단체와도 적극 협력해 서울지하철 1·3·4호선을 증편하며, 수요에 맞춰 전세·예비버스 등도 충분히 투입하는 등 국민의 출퇴근에 지장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미연·김남석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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