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비즈] 테슬라도, 에르메스도 선택했다...바로 ‘이 가죽’

이정아 기자 2023. 9. 1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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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가까이 버섯, 옥수수로 만들어 생분해 가능한 식물성 가죽도 나와
이탈리아 메이블 인더스트리가 사과가죽으로 만든 제품. 사과가죽은 주스나 잼을 만들고 남은 사과껍질과 심지, 또는 시장성이 떨어지는 낙과에서 섬유질을 추출해 만든다. /Mabel Industries

지난 3월 국내 아웃도어업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버려지는 사과껍질로 만든 소재에 폐고무, 폐 소방복 등을 덧댄 운동화를 출시했다. SK케미칼이 옥수수 성분으로 만든 소재 ‘에코트리온’은 현대자동차의 시트와 아디다스 운동화에 쓰였다. 이들 소재는 모두 동물 가죽이 아닌, 주 원료가 식물성인 인조가죽이다. 물론 실제 동물 가죽처럼 튼튼하고 질기며 탄성을 가졌다.

과거에는 비닐이나 폴리우레탄으로 천연가죽을 모방한 인조가죽이 주로 개발됐으나 최근에는 동물을 죽이지 않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대폭 줄일 수 있도록 100% 식물성 원료로 만든 인조가죽이 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맥시마이즈 마켓 리서치가 지난 7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조가죽 시장은 2023년 대비 2029년 연평균 4.54%씩 증가할 전망이다. 일본 쿠라레와 아사히카세이, 대만 산팡화학공업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우세하다. 국내는 특허청에 따르면 2010~2019년 10년간 인조가죽 특허출원이 연평균 14%씩 늘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와 현대자동차, SK케미칼, LX하우시스 등이 주요 기업으로 꼽힌다.

2000년대 초반에는 대부분 천연가죽을 모방한 인조가죽 기술이 개발됐다. 산업에서 흔히 쓰이는 비닐이나 폴리우레탄 등 플라스틱으로 미세한 구멍이나 요철을 만들어 실제 가죽과 비슷한 신축성, 통기성, 질감을 구현한 것이다. 하지만 소재 생산과 가죽 제조, 폐기 과정에서 오히려 온실가스와 환경호르몬이 많이 배출된다는 점이 지적됐다. 또한 자연에서 분해되는 데 수백년이 걸린다.

2015년 이후에는 동물 복지와 온실가스 감축을 이유로 식물성 인조가죽 기술 개발이 늘었다. 파인애플잎이나 사과껍질, 대나무, 해조류 등 주로 사람이 먹지 않고 버리는 부산물이나 옥수수, 밀, 콩에서 추출한 알코올(바이오매스)을 이용한다.

◇ 사과껍질로 만든 핸드백, 파인애플잎으로 만든 테슬라 시트

식물성 인조가죽 중 사과가죽(애플스킨)은 최근 김건희 여사가 든 ‘헤이즐백’으로 유명세를 탔다. 사과가죽을 만드는 주요 기업은 이탈리아의 프루멧과 메이블인더스트리, 중국 상하이 베가텍스 바이오테크 등이다. 국내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출시한 사과가죽 운동화도 프루멧과 메이블이 개발한 소재로 만들었다. 폭스바겐과 랜드로버의 일부 차량 시트에도 사과가죽이 적용됐다.

사과가죽은 주스나 잼을 만들고 남은 사과껍질과 심지, 또는 시장성이 떨어지는 낙과에서 섬유질을 추출해 만든다. 이것을 고농축 액체로 추출해 가루로 빻은 다음 액체형 폴리우레탄에 섞어 물감처럼 걸쭉하게 만든다. 이걸 면이나 폴리에스테르로 만든 실 또는 천에 덧입히고 압착한 다음 건조시킨다. 마지막으로 염색 후 오목볼록 엠보싱을 내면 소나 악어, 타조 가죽의 질감과 비슷해진다.

베가텍스 바이오테크는 사과 외에도 레몬 껍질이나 맥주 양주장에서 나온 보리 찌꺼기(맥주박)으로도 인조가죽을 만들고 있다. 이들 제품은 전체 원료의 66%가 식물성 재료다.

자료 Vegatex Biotech

영국 기업 아나나스아남도 파인애플 잎(80%)과 플라스틱(20%)을 섞어 인조가죽 ‘피냐텍스’를 개발했다. 피냐텍스는 H&M과 나이키, 아디다스, 캘빈클라인, 위고보스 등 의류와 테슬라의 차량 시트 등에 쓰인다. 파인애플 잎은 70% 이상이 섬유질이므로 토양 미생물과 세균을 활용하면 빠르게 분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인조가죽을 만드는 원료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화석연료다. 전체 생분해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메이블 관계자는 “기존 인조가죽에 비해 상당 부분이 식물성 재료이므로 식품 가공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해결하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에서만 식품 가공에서 나오는 사과 폐기물이 연간 3만 톤으로 알려졌다.

프루맷과 메이블은 현재 사탕수수와 미세조류를 이용해 전체 원료의 90%를 식물성으로 대체한 인조가죽을 개발하고 있다.

◇ 천연가죽 모방을 넘어 100% 식물성 가죽으로

SK케미칼이 100% 옥수수 바이오매스로 만든 인조가죽 '에코트리온'은 현대차 제네시스 GV60(사진)에 시트로 적용됐다./현대차

최근에는 100% 식물성 재료로 만들어 생분해 폐기까지 생각한 인조가죽이 개발되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마이코웍스는 버섯 균사체를 이용한 인조가죽 ‘파인마이셀리움’을 개발했다. 명품 기업 에르메스와 버섯가죽 가방을 내놓기도 했다. 버섯은 식물과 달리 가느다란 실 같은 균사가 서로 얽히고 설키면서 번식한다. 이것을 압착 가공하면 가죽처럼 질긴 소재가 된다.

균사체를 키워 인조가죽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주다. 또한 가죽으로 만들 때 추가하는 화학물질도 1% 미만이다. 세균과 곰팡이가 거의 대부분 분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버섯가죽을 만들 때 나오는 온실가스는 같은 양의 소가죽을 얻을 때의 8% 정도다. 국내에서도 마이셀이 버섯 균사체를 이용해 인조가죽을 개발하고 있다.

이달 5일 SK케미칼은 100% 옥수수 바이오매스로 만든 인조가죽인 에코트리온을 ‘SJSJ’, ‘시스템’ 등 브랜드를 가진 의류업체 한섬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이 소재는 이미 올해 초 출시한 현대차 제네시스 GV60에 시트로 적용됐다.

에코트리온은 옥수수를 발효할 때 나오는 알코올 성분(프로판디올)을 중합시켜 만든 소재 ‘PO3G(폴리트리메틸렌에테르글리콜)’로 만든다. PO3G는 녹는점이 낮고 끓는점이 높아 안정적이며, 점도가 낮고 액체 상태에서 결정이 생기는 속도가 느려 가죽 소재로 가공하기가 수월하다. 기존 인조가죽 재료인 석유화학물질 PTMG(폴리테트라메틸렌글리콜)와 비교해 점성이 절반~3분의 2 수준이다.

SK케미칼이 100% 옥수수 바이오매스로 만든 인조가죽 '에코트리온'./SK케미칼

PO3G로 만든 에코트리온은 폴리우레탄처럼 유연하고 탄성력이 좋다. 외부 자극으로 인한 손상에 대응하는 내마모성도 PTMG에 비해 높은 편이다. 무엇보다도 PO3G는 옥수수로만 만들었기 때문에 생분해가 가능하고 인체에 무해하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에코트리온의 주 원료인 옥수수가 자라는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므로 기존 석유화학 기반 소재에 비해 온실가스 발생량을 40%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들은 쌀겨나 귀리, 사탕수수, 망고, 코르크, 코코넛, 대나무, 녹차 부산물 등을 이용해 식물성 인조가죽을 개발하고 있다.

참고 자료

Synthetic Leather Market- Global Industry Analysis and Forecast (2023-2029) https://www.maximizemarketresearch.com/market-report/synthetic-leather-market/1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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