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금 시간 불편해서”“취식시설 없어서” 유학생 기숙사 기피 현상 심화

2023. 9. 1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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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유학생에 외면 당하는 기숙사
유학생들 “통금 시간·식사 해결 등 제약 있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된다는 의견도
[게티 이미지 뱅크]

[헤럴드경제=박지영·김영철 기자] “유학생들이 기숙사에 입주하는 게 어려운 편은 아니지만 원룸을 더 선호하죠. 저렴하기도 하고, 기숙사보다 좀 더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으니까요.” (충남권 사립대학 재학생 A씨)

유학생들의 대학교 기숙사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통금 시간이 있고 취식 시설이 마땅치 않은 기숙사보다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학교 밖 거주 시설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유학생에게 기숙사를 제공하는 것은 ‘주거권’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강조돼 왔다. 2021년까지 신입생 기숙사 제공률이 교육부의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제(IEQAS)’의 평가항목에 포함됐던 이유다. 하지만 기숙사를 기피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기숙사 외에도 외국인 유학생 주거지원 정책이 더 폭넓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7일 헤럴드경제가 대학별 자료와 대학알리미 공시를 확인한 결과 주요 대학교의 외국인 유학생 기숙사 입주율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전인 2019년 보다 하락했다. 코로나19가 종료된 후 대학교들이 외국인 유학생 유치경쟁에 나서면서 외국인 유학생들의 수는 늘고 있지만 정작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을 위해 마련한 기숙사는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4월 기준 경희대 국제캠퍼스 기숙사 우정원은 외국인 유학생 수용 인원 500명 정원 중 216명만 입주해 입주율이 43.2%에 그쳤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89.8%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외국인 유학생 전용 기숙사 ‘CJ 인터내셔널 하우스’ 역시 입주율이 2019년 85.2%(230명 모집에 196명 입주)에서 2023년 74.2%(230명 모집에 132명)으로 하락했다. 연세대도 상황은 비슷하다. 외국인 유학생 전용 기숙사인 연세대학교 SK국제학사도 지난해 4월 기준 입주율은 89.9%(585명 모집에 526명입주)로 2019년 95.38%(585명 모집에 558명 입주)에 비해 떨어졌다.

외국인 유학생수는 코로나19전에 비해서도 큰 폭으로 늘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4월 1일 기준 외국인 유학생은 18만 1842명으로 전년대비 9% 증가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인 2019년 4월 1일 기준 16만 165명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다. 교육부는 지난 8월 18일 유학생 교육 경쟁력 제고방안(Study Korea 300K Project)을 발표하며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을 30만 명 유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숙사 입주율이 낮은 이유로 기숙사에서 준수해야 하는 생활 규칙들에 불편함을 느끼는 학생들이 적지 않은 것이 꼽힌다. 올해 8월 서울의 한 사립대 어학당에 다니기 위해서 한국에 왔다는 일본 유학생 미호(30)씨는 처음부터 기숙사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통금 등 움직임에 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숙사 대신 하숙을 선택한 미호씨는 “기숙사처럼 많은 사람들이 아니라 소수의 사람들과 생활할 수 있고,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기 때문에 하숙집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서울권 A대학 관계자 “신입생인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 6개월에서 1년 정도 학교 안에서 적응 기간을 거치기 위해 기숙사에서 살지만 이후에는 원룸 등 학교 밖 주거 시설로 간다”며 “(유학생들이) 통금 시간 등 기숙사에서 지켜야 할 규칙이 적지 않아서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경상권 B대학 관계자도 “유학생은 신청만 하면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지만 오히려 (기숙사에서) 공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부 시설 부족도 유학생들이 기숙사를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다. 서울권 사립대 4학년에 재학 중인 말레이시아 유학생 애슐리(23) 씨는 애슐리 씨는 “자국 음식을 만들어 먹고 싶었지만, 요리를 할 수 없고 한 층에 전자레인지도 2개 밖에 제공하지 않는 등 기숙사 시설에 불편함을 느꼈다”며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주방이 있고, 쌀도 제공하기 때문에 쉐어하우스로 옮겼다”고 말했다. 쉐어하우스는 다수가 한 집에 거주하면서 침실을 제외한 거실·화장실·주방 등을 공유하는 주거형태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유학생을 위해서 학교 기숙사의 거주 여건 개선과 함께 기숙사 외 주거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2021년 발행한 ‘포용사회를 위한 외국인 유학생의 실태와 사회보장의 과제’를 통해 “현 기숙사 거주 여건을 개선하거나 유학생의 수요를 반영한 기숙사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유학생들이 주거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집을 구하는 방법, 정보 검색 및 활용 방법 등을 소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go@heraldcorp.com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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