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선이 동그라졌다…서울지하철 노선도, 40년 만에 대폭 바뀐다
역 찾는 데 걸리는 시간 최대 55%
환승역 길 찾는 데 걸리는 시간 최대 69% 단축
서울시가 지하철 노선도를 40년 만에 대폭 개선한다. 현재 직사각형과 유사한 모양의 2호선을 원형으로 그리고, 다른 노선들은 8선형(Octoliner)으로 배치해 승객들이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23개에 달하는 노선도 구분이 잘 되도록 색상과 패턴을 새롭게 적용했다.
서울시는 13일 시각·색채·디자인·인지·교통 등 분야별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쳐 만든 새로운 ‘서울 지하철 노선도 디자인’을 공개했다. 노선도가 1980년대 형태를 유지한 채 노선만 추가되어 앞으로 신설된 노선을 적용하기 어려워 새로운 디자인을 마련한 것이다.
서울지하철 1호선은 1974년 개통했고, 두 번째 노선인 2호선은 1980년 개통했다. 수도권 지하철은 1980년대 4개 노선(106개 역)에서 현재 23개 노선(624개 역)으로 늘었고, 2025년에는 ▲신림선 ▲동북선 ▲면목선 ▲서부선 ▲우이신설연장선 ▲목동선 ▲난곡선 ▲위례신사선 ▲위례선 ▲9호선 4단계 연장 등 10개 노선이 추가되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도 신설된다.
기존 노선도는 각도가 제각각이어서 노선 위치를 알기 어렵고, 환승역과 일반역이 잘 구분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었다. 공항과 강, 바다 등 지리적 위치도 알기 어려웠다. 역마다 부여된 번호도 표기되지 않았다.
개선 노선도는 많은 노선과 환승역을 쉽게 알 수 있는 8선형을 적용했다. 8선형 디자인은 1933년 헨리 벡이 영국 런던 지하철에 처음 적용했다. 수평·수직·45도 등 대각선과 직선만 허용해 사용자가 쉽게 인식할 수 있다. 원형으로 그려진 2호선 순환선을 중심에 두고 지리적 정보를 고려한 노선을 적용해 승객이 쉽게 길을 찾을 수 있게 했다.
환승역은 일반역과 동일한 형태에 태극 문양으로 혼용되던 것에서 신호등 방식의 표기로 바꿨다. 사용자가 쉽게 목적지를 따라갈 수 있도록 환승하는 노선의 색상을 나열하고 연결 고리 형태를 적용했다.
서울시는 서울 지리에 낯선 관광객들이 현재 있는 위치를 방위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심과 외곽 지역 경계선, 인천공항, 바다, 강 등 주요 지리 정보를 노선도에 표현했다. 내년에는 랜드마크 아이콘을 노선도에 적용해 서울의 명소도 홍보한다.
색약자, 시각약자, 고령자들이 보기 쉬운 색상과 패턴을 적용했다. 경로와 중요도에 따라 메인 전철, 경전철, 도시철도, 간선철도 등 노선 색상과 종류를 분류하고, 1~9호선 전철을 중심으로 밝기와 선명도를 조정해 선의 표현을 세분화했다.
한국어 지명에 낯선 외국인을 고려해 표기 방식도 개선했다. 기존 노선도에는 역번호만 표기되었지만, 역번호와 노선을 함께 표시했다.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은 2호선의 7번째 역이라는 뜻에서 역번호가 207번이다. 기존 노선도에는 ‘207′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새 노선도에는 원 윗부분에는 ‘2′, 아랫부분에는 ‘07′을 적는다.
서울시는 20~30대 내국인, 외국인을 대상으로 개선 노선도를 시험했다. 그 결과 역을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대 55%, 환승역 길 찾기 소요 시간은 최대 69% 단축됐다. 외국인의 길 찾기 소요 시간은 감소 폭이 내국인보다 21.5% 높았다. 참가자들은 “2호선이 순환하는 모습이 눈에 잘 띄어서 다른 노선과 구별하기 쉽다” “지역 내 경계 표시 덕분에 길을 찾기 쉬웠다”고 말했다.
또 서울시는 개선 노선도를 스마트폰 등 다양한 디지털 화경에 적합한 1대1, 16대9 등 두 가지 비율로 개발해 사용성을 높일 예정이다. 개선 노선도는 오는 18일 오후 2시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열리는 공청회에서 지하철 노선도 관련 굿즈(상품)와 함께 정식으로 공개된다. 최종 디자인은 시민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올해 말 발표 예정이다.
최인규 서울시 디자인정책관은 “새로운 노선도는 시각약자, 외국인 모두를 배려한 읽기 쉬운 디자인으로 지하철을 더욱 편하게 이용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노선도를 브랜드화해 다양한 홍보와 연계해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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