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에 힘주고, 커다란 리본 달고… 올 가을-겨울도 ‘복고’ 강세

안미은 패션칼럼니스트 2023. 9. 1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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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패션계 주목할 5가지 트렌드
올해처럼 내년도 ‘복고’ 강세 예상
따뜻한 분위기 연출하는 체크 패턴
과감히 노출하는 ‘노 팬츠 룩’도 관심

밑 가슴을 드러내는 크롭톱, 극단적인 햄라인의 로라이즈(골반에 걸친 듯한 바지), 주머니가 셀 수 없이 달린 카고 팬츠, 귀를 덮는 오버이어 헤드폰 등. Y2K(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가 휩쓸고 간 2022년 패션계는 참으로 요란했다. 온갖 유행이 정신없이 흘러가는 가운데 가을을 목전에 둔 2023 가을·겨울(F/W) 패션 트렌드는 어떠할까? 굵직한 디자이너들의 쇼에서 알 수 있듯이 올해도 과거를 향한 노스탤지어(향수)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970∼80년대 미니멀리즘, 2000년대 초 스트리트 무드, 새로운 시도가 혼재한 2023년의 트렌드 키워드를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범람하는 트렌드 속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지키는 길은 트렌드 키워드를 명백히 파악하는 것부터다.

● 돌아온 파워 슈트

패션계에서는 당분간 과거 유행했던 아이템과 스타일을 재해석하는 복고 열풍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패션 브랜드가 올해 가을·겨울(F/W) 패션쇼에서 전면에 내세운 아이템도 이 같은 흐름이 뚜렷하다는 평가다. 어깨를 각 지게 만든 여성 코트. 지방시 제공
1980년대 여성들을 사로잡은 건 파워숄더였다. 어깨에 잔뜩 힘을 준 각진 재킷은 여성의 지위가 상승세를 타던 그 시절 여성의 높아진 지위를 상징하는 수단이었다. 이번 시즌에는 불필요한 장식은 줄이고 옷 자체의 선을 살린 파워 숄더 슈트가 주목받고 있다. 알렉산더 매퀸은 절제된 실루엣을 활용한 미니멀 룩의 정석을 보여줬다. 정갈한 흰색 셔츠와 넥타이에 앞머리를 깔끔하게 쓸어 넘긴 모델들이 자신감 넘치는 워킹으로 런웨이를 압도했다. 지방시도 날카로운 테일러드 재킷에 롱 코트를 겹친 연출로 상의에서 발끝까지 간결하게 이어지도록 했다. 바지 대신 스커트를 택한 생 로랑은 어깨를 강조한 날렵한 핀 스트라이프 스커트 슈트로 일상에서도 가뿐하게 입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 타탄체크는 못 참지

패션계에서는 당분간 과거 유행했던 아이템과 스타일을 재해석하는 복고 열풍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패션 브랜드가 올해 가을·겨울(F/W) 패션쇼에서 전면에 내세운 아이템도 이 같은 흐름이 뚜렷하다는 평가다. 오래된 타탄체크의 배색을 화려하게 바꾼 상하의가 눈길을 끈다. 버버리 제공
스코틀랜드 전통 의상인 킬트에서 유래된 타탄체크는 매 시즌 등장하는 단골 손님이지만 이번 시즌은 보다 다채로운 색감과 질감의 타탄체크가 런웨이를 가득 채웠다. 보테가 베네타를 성공적으로 이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니엘 리가 합류한 체크 패턴의 정석 버버리는 F/W 패션쇼에서 브랜드 정체성을 살린 타탄체크 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레드, 블루, 옐로 등의 생생한 컬러 팔레트로 재해석된 버버리의 타탄체크는 관객들에게 강한 잔상을 남겼다. 보다 깊은 색상의 타탄체크를 선보인 이세이 미야케는 각기 다른 재질의 조합으로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 실험적인 노 팬츠 룩

패션계에서는 당분간 과거 유행했던 아이템과 스타일을 재해석하는 복고 열풍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패션 브랜드가 올해 가을·겨울(F/W) 패션쇼에서 전면에 내세운 아이템도 이 같은 흐름이 뚜렷하다는 평가다. 그리고 하의가 없는 듯 과감한 시도의 노 팬츠 룩도 눈길을 끈다. 미우미우 제공
실험보다 해방이라는 표현이 맞을까. 하의를 입지 않은 것처럼 연출한 노 팬츠 룩이 런웨이를 경악, 아니 장악하고 있다. 남성의 브리프를 연상시키는 복서 쇼츠를 선보였던 미우미우는 상의와 같은 소재와 색상의 브리프를 한 벌로 연출한 뒤 아우터를 걸치는 방식을 연출했다. 끌로에도 브리프 셋업에 가죽 소재의 바이커 재킷을 걸치고 큰 가방과 스니커즈로 마무리하는 천연덕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돌체앤가바나, 안드레아스 크론탈러 포 비비안웨스트우드에 등장한 브리프는 클래식한 슈트와 매치하는 대범함으로 여차하면 외설적으로 보일 수 있는 노 팬츠 룩에 대한 선입견을 환기시키기도 했다. 무작정 시도하기엔 난도가 상당하지만, 20대 초중반 ‘젠지’(Z세대)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패션 아이콘들이 거리에서 본격 노 팬츠 룩을 시도하고 있으니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볼 일이다.

● 디스코 시대의 상징, 리본의 활약

1970년대를 풍미하던 디스코 시대에나 볼 법한 리본 장식이 이번 시즌 여성복과 남성복 모두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먼저 여성복에서는 복고 기운은 반쯤 줄이고 크기는 잔뜩 키워 돌아온 것이 특징이다. 거대한 사이즈의 리본 톱과 데님 팬츠로 복고풍 분위기를 연출한 니나치리, 새틴 소재의 리본 톱과 팬츠를 한 벌로 연출한 GMBH가 돋보였다. 다채로운 패턴과 소재의 블라우스와 스커트에 널따란 리본 장식을 더한 발망도 눈에 띄었다. 트래퍼 햇과 부츠 등의 액세서리에 리본 장식을 가미한 남성 브랜드 팔로모 스페인까지, 성별 구분 없이 리본의 활약을 기대하게끔 했다.

● 진화하는 워크웨어

데님 셔츠와 팬츠, 스웨트 셔츠, 후드 집업, 점프 슈트···. 일명 워크웨어(직업복)라 불리는 실용적인 패션 아이템들이 하이패션과 만나 차별화된 워크웨어를 연출하고 있다. 토즈만 봐도 그렇다. 격식 있는 기본형 코트에 후드와 스트링이 달린 스포티한 원피스를 섞어 연출해 무거움은 덜고 경쾌함을 더했다. 매니시 룩을 대표하는 프로엔자 슐러 역시 힘 있는 가죽 스커트에 보온성이 높은 시어링 소재의 후드 티셔츠를 더해 스트리트 시크를 표방하고 나섰다. 한국인 디자이너 황경록이 전개하는 ROKH는 블레이저 재킷을 셔츠처럼 데님 팬츠 안에 집어넣는 연출을 선보였다.

안미은 패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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