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10채 중 3채 미입주… "기존 집 안 팔렸다"

12일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지난달 아파트 입주율은 71.5%로 지난 7월 대비 2.8%포인트(p) 상승했다. 지난달에 비해 이달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11.0ㅍ인트(84.6→95.6) 올랐고 제주는 2.8포인트(75.0→72.2) 소폭 하락했다./사진=뉴스1

고금리 여파로 인한 부동산 시장 침체로 정부가 각종 규제완화책을 시행한 가운데 회복이 예상됐던 서울 아파트 입주율 상승세가 속도를 줄였다. 대단지나 정비사업 예정지 등 선호도가 높은 매물이 많이 빠져 거래량 자체가 줄어든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집에 입주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 10명 중 1명은 종전에 살던 집이 팔리지 않아 매각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입주율은 71.5%로 전월 대비 2.8%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은 82.0%에서 81.1%로 0.9%포인트 하락한 반면 비수도권인 5대 광역시는 67.6%에서 68.3%로 0.7%포인트, 기타지역은 64.6%에서 70.3%로 5.7%포인트 만큼 각각 오르면서 비수도권 기준 올해 가장 높은 입주율을 보였다.

수도권 중 서울은 4.2%포인트(89.5→85.3) 내렸고 인천·경기권은 올해 3월(72.4%) 이후로 꾸준히 뛰어 올해 최고치(79.1%)를 기록했다. 서울은 양호한 매매가격을 바탕으로 전년 대비 분양물량이 늘고 청약경쟁률 또한 높았음에도 매매거래량 감소와 매물 누적 영향으로 입주율이 주춤했다. 인천·경기권은 아파트 거래량과 매매가격 상승지역 확대 등에 따라 입주율이 올랐다.

비수도권은 지난 6월 60.4%로 2018년 6월 이래 역대 최저 입주율을 찍었으나 7월(65.9%)과 8월 연속(69.5%) 상승하면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비수도권 가운데 강원권의 1.3%포인트(63.3→62.0) 하락을 제외한 모든 권역은 오름세를 보였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이 비수도권으로 확대되면서 소비자들의 부동산시장 회복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라며 "비수도권 입주율은 여전히 지난해 상반기 평균인 83.3%보다 낮은 60~70% 수준으로 가계부채 취약성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설 등이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 지속적인 시장 모니터링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미입주 원인으로는 ▲기존 주택매각지연(42.3%→45.1%) ▲세입자 미확보(21.2%→25.5%) ▲분양권 매도 지연(3.8%→13.7%) 모두 상승했다. 잔금대출 미확보(25.0%→9.8%)는 내렸다. 분양권 매도 지연은 지난 7월(3.8%) 대비 9.9%포인트 대폭 상승한 13.7%로 집계됐는데, 이는 분양가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주택 수요자가 청약시장으로 집중되고 기존주택 매매거래량이 감소한 영향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달 대비 이달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전국적으로 11.0포인트(84.6→95.6) 오를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권은 12.6포인트(94.5→107.1), 광역시는 12.4포인트(85.0→97.4), 8개도 지역은 9.4포인트(80.6→90.0)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상승 전환될 전망이다.

수도권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107.1로 2021년 7월(119.8)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달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이 2021년 9월 이후 가장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며 주택사업자들은 실입주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추세다. 비수도권 중 제주를 제외한 모든 지역의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지난 8월 대비 개선됐다. 제주는 2.8%포인트(75.0→72.2) 소폭 하락하면서 가장 낮은 입주전망을 보였다. 현재 전국적인 미분양 물량 감소 추세에도 제주는 오히려 미분양 물량이 증가했으며 신규 물량 또한 추가적으로 공급되고 있다.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지난해 4월(91.7) 이후 60~80선의 박스권 내에서 횡보를 보이다 이달 11.0포인트(84.6→95.6) 올라 90을 돌파했다. 노 연구위원은 "주택담보대출 소득 기준과 대출 한도 완화, 특례보금자리론 등 자금조달이 용이해지고 아파트 미분양 물량 감소와 청약시장 활성화, 이달 중 금융·인허가 관련 추가 부동산대책이 예견되면서 시장 기대감이 좋아지고 있는 것이 그 배경"이라며 "유가 상승을 중심으로 한 물가 상승과 금리상승 가능성 등 여전히 불안요소가 남아있기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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