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힘든 불수사도북을 100번 "산에 가면 몸보다 마음이 건강해져"

서현우 2023. 9. 12.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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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컬 100] '산달사' 조승연씨

새벽 4시 북한산 대호아파트 들머리, 평범한 직장인처럼 보이는 남자가 첫 걸음을 내딛는다. 그리고 도봉산, 사패산, 수락산 마지막 불암산 도착이 저녁 7시. 거기서 돌아선다. 모두가 잠든 밤, 하나의 자그마한 실루엣이 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을 다시 지나 북한산으로 온다. 아침 10시. 다시 돌아선다. 북도사수불, 시간은 새벽 2시. 끝이 아니다. 한 번 더 불수사도북. 일몰을 바라보며 드디어 능선에서 내려선다. 세 번의 낮과 두 번의 밤을 모조리 쏟아 부었다. 무박 3일 62시간 150km 불수사도복 2회 왕복이다.

활자로 좇아가도 숨이 찬 이 비범한 산행을 조승연씨는 회갑(만 60세) 기념으로 했다. 2016년 5월 5일 4시에 출발해, 5월 7일 18시에 끝마쳤다. "당시에 힘들지 않았냐?"고 묻자 그는 "파도에 몸을 실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북한산에는 바다가 없는데, 무슨 말일까?

'산과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

불수사도북은 강북 5산이라고도 불리는 서울 강북 지역의 불암산~수락산~사패산~도봉산~북한산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의 주능선을 쭉 이으면 46km 정도 된다. 이 길을 완주하는 것을 버킷리스트로 삼는 사람들도 있고, 그 이상의 장거리 도보여행이나 백두대간 종주 등을 위한 훈련으로 걷기도 한다.

장거리 걷기와 트레일 러닝계에선 '산달사(산과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조승연씨는 이 불수사도북을 100번 넘게 완주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2008년에 46번 완주한 것까진 기록했고, 그 이후로는 딱히 세지 않았는데 100번은 충분히 넘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이 100번의 기록 증거가 세세하게 남아 있진 않다. 다음 블로그 폐쇄로 모든 기록이 사라졌다. 애초에 그렇게 매 산행을 기록하지도 않았다. 그는 "굳이 매 산행을 적어서 알릴 필요성을 못 느꼈다"고 했다. 그래서 주변 종주꾼들을 슬쩍 떠보자 "그가 100번 했다면 분명히 그럴 것"이라고 했다. "자랑하는 성격이 못되는 사람"이라는 평가도 뒤따랐다.

지난 7월 명지~연인산 야영산행에 나섰던 조승연씨가 명지산에서 연인산을 바라보고 있다.

지금은 산악인 홍성욱씨의 개인 홈페이지 게시판과 네이버 밴드 80지맥팀에서 그가 쓴 산행기를 드문드문 발견할 수 있는데 거기엔 백두대간과 9개 정맥 2,799km 75구간 완주 기록을 분 단위까지 기록해 남기기도 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며 일단 그를 만나보기로 했다.

운동장 3바퀴 뛰고 주저앉다

충남 부여가 고향인 조씨는 어릴 땐 걷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얌전한 학생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에 부모님을 따라 서울로 왔다. 운동과는 담을 쌓고 지낸 그가 산을 만난 건 충암고 시절. 여기서 산악부에 들어갔다.

"운동은 싫어도, 산은 좋았어요. 고등학교 산악부라 한 달에 한두 번 산에 가는 정도여서 그렇게 힘들지도 않았고요. 산에 가면 선배들하고 어울리는 맛이 있었죠. 그러면 안 되지만 술도 산악부에서 배웠고요. 하하."

충암고를 졸업한 후 그는 다시 운동과 담을 쌓았다. 이번에 쌓은 담은 조금 더 견고했다. 1980년대 모 건설회사에 입사한 그는 35년 동안 10여 개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그 시절 현장근무는 요즘과 달리 험했다. 술도 많이 마셨고, 담배도 많이 피웠다. 운동할 시간이 없었다.

"30대 후반인가 40대가 딱 됐을 때인가. 정말 이렇게 살다간 죽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운동 삼아 산을 한 번 가자고 마음을 먹었어요. 주6일제였으니 일요일에 오래된 배낭을 꺼내 메고 우이동에서 백운대를 올랐죠. 고작 백운대 가는 데 너무 힘들어서 몇 번을 쉬었는지 몰라요. 쉽게 오를 줄 알았는데 충격이었죠. 그 다음날부터 일주일에 한 번 산에 가는 것으로는 운동이 안 되겠다 싶어서 달리기를 시작했죠."

해파랑길 끝 지점인 통일전망대에 선 조승연씨. 무박 2일 일정으로 한 번에 50~70km씩 걷는 방식으로 주파했다.

그 다음날, 그는 다시 한 번 큰 충격을 받는다. 면바지에 면티셔츠를 입고 초등학교 운동장을 10바퀴만 뛰자고 나왔는데 겨우 3바퀴 뛰고 주저앉아 버렸다. 지쳐 앉아 있는데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 한 분이 눈에 들어왔다. 가만 지켜보니 당신 페이스대로 꾸준히 발을 멈추지 않고 계속 뛴다. 그것도 무려 20바퀴를.

"자극이랄까, 반성이랄까? 아무튼 그런 감정을 느꼈죠. 그래서 매일 달리기를 했어요. 아침 5시에 일어나 한 시간 동안 운동장 20~30바퀴 뛰고, 7시까지 출근했죠. 그걸 몇 년 하니깐 몸이 좋아지더라고요. 그냥 건강을 위해 뛰던 거였는데 지인이 알려줘서 덜컥 1999년 경주 동아일보 마라톤에 참가했어요. 10km나 하프도 아니고 처음부터 풀코스였죠. (웃음) 그렇게 풀코스 몇 번 더 뛰고 울트라도 뛰고 그랬어요."

2002년부터 매년 송년 불수사도북

풀코스 마라톤을 소화할 정도로 건강, 아니 강건해진 몸을 갖고 다시 산으로 돌아왔다. 그러니까 '운동 삼아 등산하지 말고, 운동하고 등산하라'는 격언을 철저하게 지킨 셈이다.

"주6일제라 지방 산행을 가기엔 시간이 없어서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을 부지런히 돌았어요. 5산 종주, 즉 불수사도북도 이때 알았죠. 그러다 2000년도 들어서 북한산에서 한 산꾼을 만났는데, 제가 제법 잘 걸으니까 본인이 80클럽이라는 산악회에 있다며 가입하라고 권유해서 들어가게 됐어요. 80세까지 몸 관리 잘해서 불수사도북, 마라톤 풀코스 완주, 인수봉 등정을 해야 정회원으로 승격시켜 준다 해서 80클럽이죠. 아무튼 그분이 국내 모 대기업 임원인데 선천적으로 다리 한쪽이 불편한데도 평생 몸을 단련해서 그걸 이겨낸 분입니다. 이 분이랑 불수사도북을 수없이 했어요."

2016년 백두대간 무지원 일시종주 당시 대청봉에 오른 조승연씨.

한 번 하기도 힘든 불수사도북을 그는 매년 한다. 그것도 겨울에. 2002년 1월 1일 월드컵 기념으로 시작한 송년 불수사도북을 코로나로 북한산국립공원이 닫힌 2021년을 빼곤 매년 성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광교산~청계산 종주, 하남 검단산부터 분당 불곡산까지 가는 21산 종주, 서울 26산 종주 등 장거리 코스를 섭렵했다. 심지어 이를 '왕복'으로 한 경우도 많다.

"회갑 기념으로 한 불수사도북 2회 왕복 150km, 덕유태극종주 왕복 180km 등이 있죠. 왕복을 선호하는 이유는 간단해요. 차를 타야 되잖아요. 택시를 타고 돌아올 수도 있겠지만, 그냥 두 배로 걸으면 택시비도 아낄 수 있고 좋죠. (웃음). 그리고 마냥 고통스럽지만은 않은 게 산줄기가 갈 때와 올 때 느낌이 또 달라요. 그래서 더 재밌죠."

그는 걷다 보면 사람의 몸 안에서 '파도'가 친다고 했다. 오래 걷다 보면 점점 데미지가 누적되며 힘이 든다. 하지만 그래도 페이스 조절하면서 계속 가다 보면 언젠가 다시 '철썩'하고 파도처럼 힘이 돌아온다는 얘기다. 밤새 걷다가도 이튿날 아침 일출을 온 몸에 받으면 생기가 생겨난단다.

"가장 힘들었던 산행은 2016년 백두대간 단독 일시종주입니다. 80L 배낭에 야영장비를 다 넣고 40일 걸려서 했어요. 요즘 젊은 친구들은 배낭을 줄이고 보급을 받아서 20~30일 만에 끝내기도 하는데 저는 혼자서 했죠. 얼굴에 흘러내리는 땀을 손으로 닦다 보니 눈에 균이 들어가서 알레르기 반응으로 밤탱이처럼 붓기도 했어요. 걷다 말고 태백으로 내려가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했죠."

가장 힘들었던 만큼, 가장 기억에도 남았다. 40일간의 절대고독은 그의 마음속에 응어리진 감정들을 눈물로 토해내게 만들었다. 그는 "아무와도 대화를 나누지 않았고, 누구도 같이 걸어주지 않았다"면서 "눈물이 나는데 모든 눈물마다 그 이유가 달랐다. 어떨 땐 감사해서, 어떨 땐 외로워서, 또 무서워서 울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직접 걸어보지 않으면 공감하기 어려운 눈물일 테다.

제2회 서울 울트라 랠리 30km에 출전한 조씨는 4시간 17분 만에 완주, 2등을 기록했다.

'평범'을 이겨낸 점심산행

사실 장거리 산꾼들 중에선 타고난 괴인들이 많다. 꼭 장거리가 아니더라도 술과 담배를 즐겨하는 건 물론 평소에 운동도 별로 안 하고 몸 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는데 기가 막힌 운동 수행 능력을 보여 주는, 흔히 '고인물'이라 불리는 부류다. 하지만 그는 "나는 평범하다"고 했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을 했다. '점심산행'이다.

"일주일에 2~3번은 불광천을 뜁니다. 한 8km 정도죠. 그리고 매일 출근해서 점심산행을 하고 있어요. 1시간에 6km 남짓 되는 코스를 탑니다. 위례지구에서 일할 땐 남한산성 도립공원을 500번 이상 올랐고, 지금 부평에선 200m 남짓한 원적산과 장수산을 580번 정도 올랐죠. 원래 천성이 게으른 편인데 매일 이걸 하니까 어느덧 습관이 됐죠. 습관이 천성을 이기더라고요."

2000년대 초 주5일제가 정착되면서 주말 산행의 선택지가 훨씬 넓어졌다. 평일엔 직장 인근의 산을, 주말엔 지방의 산을 오르는 삶이 시작됐다. 그렇게 백두대간과 9개 정맥길을 1,142시간에 걸쳐 완주했다. 또 지맥이나 지방 명산, 1박 야영 산행도 두루 다녔다. 특이한 점은, 그의 산행은 대부분 아주 소수의 지인들과 소규모로만 다닌 것이다. 지금도 10명이 안 되는 인원이 가입된 80지맥팀이란 이름의 밴드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코리아 둘레길 중 DMZ평화의 길을 제외한 전 구간을 완주했다.

서울 은평구 신사근린공원에서 만난 조씨는 강인함과는 거리가 먼 평범하고 차분한 인상이었다.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텐데 늘 가는 사람들하고 계속 산을 가면 저 친구가 뭐가 필요하고, 언제쯤 지칠지, 또 각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다 압니다. 서로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어 어딜 가도 전혀 문제없어요. 간혹 다른 사람 때문에 불편한 일이 생겨도 내색을 안 하죠. 언젠가는 그 사람이 제 부족함을 채워준 적이 있거든요."

"그래도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대형 산악회에서 활동하면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어 좋지 않나요? 또 솔직하게 말하자면 남다른 등력이 있는데 자랑도 좀 하고 유명해질 수도 있잖습니까?"

그는 웃었다.

"옛날에는 정말 그런 산악회에서 활동했었는데 금방 관뒀어요. 거기 사람들 대부분이 주변 사람들을 경쟁상대로 인식하더라고요. 그래서 늘 시간을 재고, 꼭 몇 km까진 걸어야 하고 이런 게 심했어요. 몇 번 그런 산행을 함께 해보니 일단 너무 위험했어요. 악천후로 분명히 발을 멈춰야 할 때인데도 밀고 나가더라고요. 결정적으로는 그런 산행스타일로 산을 가면 산에 대한 제 마음이 퇴색되는 것 같아서 안 하게 됐죠. 저는 그냥 평생도반들과 진솔하게 산을 같이 다니고, 즐기고 싶거든요. 많은 사람들과 섞여 다니면 그런 게 옅어질 수밖에 없죠."

배낭을 정리하고 있는 조씨. 그는 일반적인 산꾼들의 배낭과 특별히 다른 것을 챙기진 않는다고 했다.

"장거리 걸어야 산이 안식처 돼"

그는 인터뷰 내내 유독 마음을 강조했다. 몸이 좋아지는 건 산행으로 얻을 수 있는 것 중에 아주 일부분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다.

"산을 오르면 머리 쓰고, 신경 썼던 쓸데없는 고민들, 앞당겨서 하는 고민들 그런 게 많이 정리됐어요. 마음이 순화되어서 이젠 머리를 비울 수 있게 됐습니다. 그게 너무 좋아요. 월화수목금 동안 복잡해졌던 것들이 토일 동안 산에 갔다 오면 명확하고 간단해져 있죠.

또 밤새도록 조용히 걸으면 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어요. 그렇게 길게 사유하는 시간을 갖다보면 사회 생활하는 조승연과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확인하고, 수행할 수 있죠. 이게 개인적으로 정말 큰 위안이 됐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흔히 산을 일상으로부터 떨어진 도피처라고들 하는데 저는 안식처라고 느껴집니다. 이 느낌은 1~2시간 가는 산행 갖곤 안 되고 장거리를, 긴 시간 걸어야 자연스럽게 와요."

"산에서 장거리를 걸었을 때 그런 느낌을 얻을 수 있는데, 뛰면 어떻습니까? 그러고 보면 요즘 유행하는 트레일 러닝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경력인데요."

조씨는

"1세대라고 내세울 만한 경력은 없는데요. (웃음) 2013년도 서울 울트라 랠리 2회 대회 때 나가서 2등 한 번 했죠. 시청역에서 출발해 인왕산 넘어 북악스카이를 탄 후 형제봉으로 대승문, 대남문, 비봉능선 타고 향로봉으로 내려와 다시 인왕산에 오른 뒤 삼청공원에서 시청으로 오는 30km 코스로 기억이 납니다. 그땐 한동안 달리기를 그만두고 산을 다닐 때라 자신은 없었는데 어떻게 4시간 17분 만에 완주에 성공했었죠."

최근에는 산에서 달리는 사람들이 무척 많아졌다. 그래서 선선한 날씨의 주말이면 종종 이들과 기존 산꾼들이 신경전을 벌이는 일도 간혹 있다. 등산로는 비좁은데 사람은 많으니 추월하다가, 혹은 마주 오는 사람에게 양보하지 않다가 일어나는 갈등이다. 그리고 그 갈등의 근본에는 '산을 뛰어 다니면 오롯이 산을 느끼지 못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깔려 있다. 걷기나 달리기 모두 20년 넘게 해온 그의 의견은 이랬다.

"사람마다 자기 기준에 따라 생각을 하죠. 저는 빨리 달린다고 산을 못 느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달리다보면 순간적으로 놓치는 것들은 있지만, 빨리 가므로 그만큼 힘들고, 그렇게 힘들어서 또 느끼는 부분이 분명히 있어요. 천천히 가면 여유 있게 느끼는 게 있겠죠. 서로의 가치 기준을 폄하할 순 없을 것 같아요. 자기 한계를 넘고, 극복을 하는 것도 가치가 있죠. 또 왜 러너들이 굳이 자기들이 뛰는 장소로 산을 선택한 것일까요? 다 느끼는 바가 있기 때문 아니겠어요?"

산과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산달사'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조씨는 여전히 준족을 자랑하고 있다.

'80세 불수사도북 완주'를 꿈꾼다

요즘 그의 고민은 노화다. 옛날보다 심하게 속도가 떨어졌다. 50대 중반까지만 해도 운동을 하면 할수록 체력도 좋아지고, 운동능력이 좋았다. 그게 눈에 보였다. 회복도 빨랐다. 그러나 60대 중반을 넘은 지금은 현상유지도 힘들다고 했다. 노력을 해도 조금만 등한시하면 바로 체력이 떨어진다.

"혹시 조금 더 일찍 운동을 시작했다면 하고 후회한 적은 없으세요? 그러면 지금보다 더 기초체력이 좋았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 생각도 해본 적이 있어요. 하지만 후회는 안 해요. 30대 때는 30대답게 살았던 것 같아요. 신혼 초부터 산에 갔으면 이혼감이잖아요. (웃음) 어린 처자식 놔두고 매일 운동만 했으면 또 다른 문제가 반드시 나타났겠죠. 그러니 지금에 만족해야죠."

수백, 수천 번의 점심산행과 아침 달리기가 평범했던 조씨를 불수사도북 2회 왕복이 가능한 철인으로 만들었다.

그의 말을 듣고 나니 적지 않은 나이에도 체력을 한계까지, 혹은 그 이상 쏟아 붓는 산행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달렸던 인터넷 댓글이 떠올랐다. 순화하자면 나이에 걸맞지 않는 청승이란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조씨에겐 산과 달리기는 나이가 들어야만 가능한 것이었다. 게다가 아직 할 것, 하고 싶은 것이 산더미다. DMZ평화의 길이 열리면 코리아 둘레길을 완주할 생각이고, 곧 일본 중앙알프스도 종주할 생각이다. 마지막 꿈은 80세에 불수사도북을 하는 것이다. 그의 도전은 아직 멈추지 않았다.

월간산 9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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