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문학, 오사카 사람보다 한국인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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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미군 기지를 용인한 가해자라는 의식을 갖고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제 이런 입장을 일본의 도쿄, 오사카 사람보다도 같은 문제를 공유한 한국 분들이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연구자들이 오키나와 문학에 관심을 갖고 번역을 하고, 그것이 지금의 수상에 이르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오키나와에서 나고 자라 식민지적 차별, 미군 주둔 문제, 천황제 등에 거침없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일본 작가 메도루마 슌(63)이 이호철통일로문학상 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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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물방울' 등 출간한 日 작가 메도루마 슌
전후 오키나와 문제 고발 통해 반전 운동
기자회견서 "가해자 되지 않으려 쓴다"
세월호 고통 등 그린 진은영 시인, 특별상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미군 기지를 용인한 가해자라는 의식을 갖고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제 이런 입장을 일본의 도쿄, 오사카 사람보다도 같은 문제를 공유한 한국 분들이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연구자들이 오키나와 문학에 관심을 갖고 번역을 하고, 그것이 지금의 수상에 이르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오키나와에서 나고 자라 식민지적 차별, 미군 주둔 문제, 천황제 등에 거침없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일본 작가 메도루마 슌(63)이 이호철통일로문학상 본상을 수상했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7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작가 기자회견’에 참석한 메도루마 슌 작가는 한국과 오키나와가 차별과 분단의 역사를 간직하고, 미군 주둔이라는 가혹한 상황 속에 놓여 있는 것이 닮았다고 분석했다. 실제 그의 작품 속 오키나와는 식민지 조선, 4·3 제주와 같은 모습으로, 한국 독자와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1983년 소설 ‘어군기’로 등단한 메도루마 슌은 1997년 ‘물방울’로 아쿠타가와 문학상, 2000년 ‘혼 불어넣기’로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 등을 수상한 오키나와 대표 작가다. 독립왕국이었던 오키나와는 1879년 일본에 병합된 후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군사기지로 동원돼 일본 영토 중 유일하게 지상전이 벌어져 황폐화한 곳이다. 패전 이후에는 미군에 점령됐고, 1972년 다시 일본에 '복귀'한 험난한 역사를 갖고 있다. 메도루마는 이 과정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겪었던 고통을 그려내는 한편, 그들이 행한 가해의 역사도 드러내며 동아시아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는 반전·반기지 시위 참여 등 적극적 활동으로 '실천적 지식인'으로 불린다.
작가는 역사 문제에 천착하는 이유로 "가해자가 되고 싶지 않다"고 단호히 답했다. 과거 한국 전쟁, 베트남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비롯해 앞으로도 전쟁을 수행할 미군 기지가 있는 오키나와에서 사는 이상 권력에 의한 폭력 구조와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역사와 미군 기지 문제 등에 대해 행동하지 않으면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같은 맥락에서 올해 100주년이 된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위안부 문제 등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지 않는 '역사수정주의'를 비판하고, 가해자를 용서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도 했다. 그 과정에서 소설의 역할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인간이 끌어안고 있는 거대한 문제의 복잡함, 난해함에서 잠시 벗어나 인간성을 발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특별상 수상자 진은영(53) 시인도 참석했다. 지난해 출간한 시집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는 동시대의 현실에 밀착한 문제의식을 철학적 사유와 시적 정치성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인은 "이번 수상은 특별한 문학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초대됐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줬다"며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은 서울 은평구가 통일문학의 거목인 이호철(1932~2016) 작가를 기리기 위해 2017년 제정한 문학상이다. 시상식은 12일 은평구 진관사에서 열린다. 본상과 특별상 수상자에게는 각각 상패와 상금 5,000만 원, 2,000만 원이 수여된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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