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인터뷰] '가장 핫한 K-리더' 이정효 감독, "무시 당하겠죠. 그래도 지도자로 '큰 꿈' 꾸고 있습니다"

조남기 기자 2023. 9. 1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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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광주)

이정효 광주 FC(이하 광주) 감독을 만났다.

이 감독은 K리그1에서 '가장 뜨거운 K-리더'다. 모두가 잊은 것만 같은데 이 감독이 이끄는 클럽은 사실 '승격팀'이다. 그 팀을 이끌고 K리그1 3위까지 등반했다. 남은 기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이제 누구도 모른다. 광주는 9경기 무패의 파죽지세며 경기력은 최고조다. 그리고 시즌은 아직 적잖이 남아있다.

이 감독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결과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걸어간 길에 남긴 발자취. 그러니까 '과정.' 그 과정이 세간의 이목을 끌어당겼다. 과정을 두 줄기로 요약하자면 '전술'과 '화술'이다. 세세하게 꿰어낸 전략의 그물망, 미디어 앞에서 보여주는 대담한 화법은 대중의 환호성을 불러일으켰다. 한국 축구 신에서는 '전에 없던 캐릭터'였다. K-모리뉴라는 별명이 줄기차게 따라붙는 이유다.

이 감독과 한 시간가량 축구와 삶을 주제로 대화했다. 일부는 유튜브 채널 '해방촌축구회사'에서 영상으로 공개했다. 여기서는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를 더 녹여냈다. 기사의 몇몇 사진은 <베스트 일레븐> 2023년 10월 호에 실릴 이정효 감독·이순민·두현석 인터뷰 B컷에서 가져왔다.

두현석, 이정효 감독, 이순민

 

b11: 쉴 때는 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요? 한 주를 살아가는 루틴이 궁금합니다.

"최근에 창녕에 가서 금호고등학교 유스 선수들 봤어요. 곧바로 태백으로 넘어가서 단국대학교 유스 선수들을 체크했고요. (그게 쉬는 건가요?) 잠도 안 오고 머리나 식히러 갈 생각으로 창녕에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또 머리가 복잡해서 보니 태백에서 단국대 경기가 있더라고요. 나름대로 힐링이었습니다."

"평상시에는 경기 준비한다고 쳤을 때, 일요일 경기라고 하면 화요일부터 준비를 합니다. 주 내내 축구에 빠져있다가 경기 전날이 가장 편안한 밤이죠. 푹 잡니다. 경기 당일은 편안합니다. 경기 두 시간 빼고는. 하루 쉬는 날에는 온종일 잠만 자는 편이에요. 그리고 화요일부터 다시 우리팀과 상대방에 몰입합니다. 화요일엔 지난경기 리뷰, 수요일엔 상대팀 분석을 합니다. 수요일부터 전술훈련도 시작합니다. 이걸 또 영상으로 찍어요. 그러고는 그날 저녁에 수정할 부분 검토하면서 다시 미팅 영상을 만듭니다. 목요일엔 맘에 안 들었던 부분 또 훈련해서 수정합니다. 금요일 무렵엔 우리가 분석하고 개선한 걸 가볍게 설명하고 경기를 준비하는 패턴입니다."

b11: 아무리 봐도 워커홀릭(일에 입착하는 사람) 같습니다.

"그 말을 올해 처음 들었어요. 이상윤 해설위원님이 그러시더라고요. 그런 거 같습니다. 그래도 집에 가서 딸하고 있을 때는 그렇진 않은 편입니다."

b11: 가족 분들 이야기도 부탁드려도 될까요?

"딸은 중학교 3학년, 아들은 대학교를 갔어요. 아들은 대학생이라서 자취하며 학교 다닙니다. 한국 무용을 하고 있어요. 딸은 사격을 시작할 거 같아요. 갑자기 사격이 하고 싶다던데요? 우리집은 축구에 1도 관심이 없어요. 그래서 오히려 편해요. 졌냐, 이겼냐, 이런 말도 안 합니다. 처음엔 섭섭하기도 했는데 아예 모르니까 편안합니다. 집에 가면 축구와 아예 떨어질 수 있어요. 딸이 어릴 때부터 절 많이 따랐어요. 코드가 맞아서 단둘이 여행도 많이 다닙니다. 이런 이야기하면 다른 아버지들이 엄청 부러워하더라고요. 딸이 키가 175㎝가 넘어요. 그래서 부담스러워서 떨어지라고 하는데 자꾸 붙어 다닙니다. 그래도 참 좋아요. 취미도 맞고요."

b11: 따님을 예뻐하는 게 느껴집니다. 혹시 내 딸이 결혼한다고 했을 때 허락해줄 광주 선수가 있다면?

"한 명 있습니다. (정말 있어요?) 현재로서는 딱 한 명, 정호연. 일단 생활하는 거 보면 목표 의식이 확실합니다. 그리고 성실합니다. 호연이가 가진 사고나 인성, 참 좋아요. 앞으로도 장래도 좋습니다. 돈도 많이 벌 거 같고(웃음). 최소한 100억 원 이상은 벌지 않을까요? 그 정도는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b11: 고향은 군산, 선수 시절엔 부산, 감독으로는 광주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가장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도시는?

"부산이죠. 부산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어요. 거기서 어려운 일 다 겪었고 결혼도 했네요. 자녀들도 부산에서 태어났고, 선수 생활도 부산에서 마무리했습니다. 지금 사는 곳도 부산이고요. 광주는 아직 내 마음에 들려면 멀었어요. 창단한지 13년이 넘었지만 환경이 아직 변한 게 없습니다."

b11: 혹시 축구를 하지 않았다면 무슨 일을 하고 살았을까요?

"대학교 때 문득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있네요. '이 정도 열정 가지고 공부했으면 하버드는 가지 않았을까(웃음)?' 공무원은 하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내가 공무원하면 융통성이 부족해 여러 사람이 힘들 거 같았거든요. 예를 들면 저는 후배들이 어긋나면 되게 싫었어요. 똑바로 가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옆으로 가면 잡아주려고 했어요. 그래도 축구하면서 융통성이 많이 좋아졌어요. 성격이 달라졌습니다."

b11: 평소 몸은 어떻게 관리하는지 궁금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러닝머신부터. 6시 반에 알람 맞춰서 일어납니다. 65분을 딱 맞춰서 뜁니다. 5분은 자동으로 쿨 다운이 되게끔 해요. 와중 TV에다가 경기 와이드 앵글을 틀어놓고 봐요. 그러면 1시간 금방 갑니다. 보면서 '으이씨, 왜 저래' 화가 날 때도 있죠. 이렇게 다하면 20분 정도 근력 운동하고, 샤워하고, 그렇게 마무리해요. 병원에 갔을 때 의사 선생님이 살을 빼라고 조언해주신 적이 있어요. 그 이후부터 365일 몸을 조절하려고 다이어트를 하는 편입니다. (혹시 살이 잘 찌는 체질인가요?) 그런 거 같아요. 그래서 술도 잘 안 먹습니다. 흡연은 원래 하지 않았고요."
 

b11: 경기장에서 정장을 입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도 선수들에게 예의를 지켜야 합니다. 선수들이 나가서 저렇게 싸우는데, 편한 복장보다는 최소한의 옷을 갖춰 입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하면 자신감도 생기는 거 같고요. 선수들에게 예의를 표하기 위해서 입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장은 감독되고 나서 하나씩 구입을 하고 있는데 지금은 한 10벌? 정도 되는 거 같아요."

b11: 광주에서 가장 독특한(?) 선수는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이희균 선수죠. 너무 용감해요(웃음). 우리 희균이가 어떤 선수인지는 잘 알지만, 억양이 세서 저도 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얼마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어요. 아침에 만나서 제가 '휴가 잘 보내고 왔냐' 물어봤어요. 대부분은 이렇게 물어보면 '네~' 말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잖아요. 근데 희균이는 '그거 왜 물어보세요?' 이러더라고요. 내가 괜히 물어봤구나… 했죠. 희균이가 약간 이런 스타일입니다(웃음)."

b11: 안정환 해설위원과 굉장히 친하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그런데 선수 시절엔 떨어지고 싶었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학교 다니면서는 정환이가 있으니까 저는 이인자 밖에 안 됐죠. 그런데 프로까지 같이 가려니까 짜증이 났어요(웃음). 진짜 떨어지고 싶어서 프로에 같이 안 간다고 말했던 적도 있습니다. 정환이랑 정말 친해요. 그런데 저도 또 지기는 싫잖아요. 정환이가 너무 잘해서, 그게 미워서 떨어지고 싶었습니다(웃음). 아주대학교 신입생 때도 기억나네요. 우리가 14명이었어요. 처음에 봐서 미니게임을 뛰었는데 안정환 선수가 누군지 잘 몰랐어요. 그땐 미디어가 신문이어서 잘 보지도 않았으니까. 그런데 기생오라비처럼 진짜 잘생긴 애가 와서 갑자기 '네가 정효냐' 그러는 거예요. 그때부터 정환이랑 바로 친해졌어요."

"그때 미니게임을 뛰는데 제가 딱 5분하고 바로 알았어요. 정환이의 볼 터치하고 턴을 보는데 따라갈 수가 없더라고요. '아, 안 되겠네.' 인정하니까 편하더라고요. 정환이가 가진 기량이 너무 좋았어요. 그때부터 어차피 난 두 번째, 그러고 축구했던 거 같아요. 옛날에 정환이 결혼할 때 제가 함을 진 적도 있어요. 지금은 정환이랑 만나면 골프를 종종 치네요. 그러고는 안부 전화로 서로 격려하는 사이? 지금 이 정도 거리가 딱 좋은 거 같아요. 너무 자주 만나면 또 안 좋잖아요. 사실 정환이에게 지도자는 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래도 만일 정환이가 감독으로 오게 되면 한번 붙고는 싶어요. 아주 처절하게 밟아줘야죠. 아주 심하게(웃음)"

b11: 선수 이정효는 덜 알려진 감도 있는 거 같아요.

"선수 이정효는 경기는 뛰는데 2% 부족한? 뛰어나지는 않아도 팀엔 필요한 존재. 그 정도였던 거 같아요. 아쉬움은 있어요. 조금 더 세세하게 배웠다면 나도 조금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선수들을 가꿔주려고 노력하는 지금 저의 성향도 그래서 더 그런 거 같습니다. 선수들에게 최대한 알려주고 싶어요."

b11: 선수 시절의 갈증이 지도자로 이어졌을 거 같습니다.

"선수 때는 좋은 지도자를 생각했어요. 전술 생각보다는 선수들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는 지도자가 되자,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때 생각했던 것과 반대가 됐어요. 지금은 좋은 지도자보다는 능력 있는 지도자가 되자, 욕을 먹더라도 좋은 지도자보다는 실력 있는 지도자가 되자, 이렇게 생각해요. 선수들에게 이런 말도 종종 해요. 여기서 만족하면 안 된다, 그러면 더 높이 못 간다, 너희의 꿈을 크게 만들어 주고 싶다, 이렇게요. 요새 선수들의 꿈이 커지는 게 보여요. 제가 경기장에서 언성이 과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선수들이 신나게 뛰는 게 보여요."

b11: 열정 넘친다는 분석코치님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저는 일을 할 때 축구인과 비축구인의 구별이 없어요. 분석코치가 축구에 미쳐있어요. 이야기할 때 가끔 제가 질 때가 있어요. 그래서 저는 더 보려고 노력을 하죠. 질 수 없잖아요. 가끔은 또 그래요. '감독님 이거 안 봤죠?' 저는 핑계를 생각하는데 그 친구는 감독이라면 당연하다며 '감독이잖아요'라고 말해요. 이 한마디에 많은 게 내포됐습니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날 거 같아요. 미팅을 하고 나면 분석코치가 절 평가하는 듯도 해요. 근데 그게 기분 나쁘지가 않습니다. 덕분에 긴장하고 있으니까. 속으로 욕은 가끔 해요. 아마 분석코치도 할 거예요(웃음)."
 

b11: 선수들 이야기를 들어 보니 팀에서 해외 클럽 영상도 많이 보는 모양입니다.

"작년부터 하고 싶은 축구가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찾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맨체스터 시티나 아스널,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을 보곤 했습니다. 배울 게 많습니다. 요코하마 F. 마리노스에서 셀틱으로 갔다가 토트넘 홋스퍼(이하 토트넘)로 가신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님 경기도 봐요. 배울 만한 게 있으면 다 봅니다. 거기서 우리팀에 적용할 만한 걸 하나씩 빼서 와요. 최근 토트넘-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도 봤어요. 토트넘 축구가 안토니오 콘테 감독님 있을 때와 확 달라졌어요. 확실히 하고자 하는 철학이 있어요. 뻥 차지 않고 빌드업으로 시작해 풀어나오는 게 달라요. 이번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시티전은 가서 3층에서 봤어요."

b11: SNS 계정은 있는데 요즘은 딱히 안 하는 거 같아요.

"감독하고 나서는 아예 안 해요. 제가 사실 사람도 잘 안 만나요. 인연을 만드는 스타일이 아닌 거 같아요. 하루 통화 내역도 보면 제가 거는 건 3~4명? 혼자 있는 걸 좋아해요. 우리 선수들도 구단에서 지원해주면 원정에서 1인 1실 쓰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혼자 있을 때 사색을 많이 할 수 있습니다."

b11: 선수들과 훈련할 때도 호통을 많이 치는 편인가요.

"한국 선수는 물론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똑같습니다. 맘에 안 들면 나가라고 말하기도 해요. 육두문자도 쓰고. 그리고 넘어지면 빨리 일어나야 합니다. 한국 축구가 아직 멀었다고 보는 점이에요. 유럽을 보면 진짜 뿌리치고 나가서 찬스를 만들어요. 상대가 잡아서 제동이 걸리면 상대 의도대로 넘어간 거예요. 이걸 뿌리치고 나가서 속도감 있게 연결해야 해요. 자꾸 넘어져서 파울 얻어내려고 하면 안 돼요."

b11: 광주의 인프라에 대해 고심이 클 거 같습니다.

"팬 분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어요. 그런데 이게 단순히 올해로 끝날 것이냐? 그러면 안 됩니다. 계속 늘어나야 하잖아요. 결국 구단이 개선돼야 합니다. 축구는 레벨업이 되고 있는데 인프라가 계선이 안 되면 곤란합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바뀐 게 없어요. 관중만 늘어나고, 유니폼만 많이 팔리고 있어요. 요새는 우리 선수들과 도대체 어떻게까지 해야 움직여줄 건가, 이런 생각도 해요. 제가 이런 말을 하면 미워하는 사람도 있겠죠. 신경 쓰지 않아요. 어차피 남의 시선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나와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서 잘 싸우고 팬 분들이 즐거우면 저는 그걸로 됐습니다. 인프라 관련해서는 또 다른 이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말하고자 하는 건 '한 만큼 해 달라', 이겁니다."

b11: 올해 초 미디어데이에서 '큰 꿈'을 말했습니다.

"K리그를 보니까 K리그1와 2를 다 우승한 분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부분에 도전하고 싶어요. K리그1을 우승하고 난 뒤에는 한국 바깥으로 나가고 싶어요. 그런 꿈을 가지고 있어요. (외국어 공부도 하고 있나요?) 틈을 내서 하고 있어요. 우리팀에 티모가 있는데 걔를 말로 이기고 싶어서 시작한 것도 있어요(웃음). 통역하는 분들이 중간에서 너무 힘들더라고요. 저도 사고방식이 독특한데 티모의 사고방식도 저 못잖게 독특해요. 그래서 일단 티모랑 일대일로 터놓고 얘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웃음).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선수로는 미흡했지만 지도자로는 큰 꿈을 꾸고 있습니다. 처음엔 무시를 많이 당하겠죠. 그래서 단계가 필요합니다. 일단 한국에서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사진=베스트 일레븐 DB,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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