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WF] 안세영, 여자 배드민턴 '빅4' 허물고 '독주체제'…아시안게임 최고의 적은 '자기 자신'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이 정도면 '어나더레벨'이다. 올해 상반기까지만해도 세계 여자 배드민턴의 경쟁 구도는 '빅4'였다. 당시 세계 랭킹 1위였던 야마구치 아카네(일본, 세계 랭킹 2위)와 천위페이(중국, 세계 랭킹 3위) 타이쯔잉(대만, 세계 랭킹 4위) 그리고 안세영(21, 삼성생명, 세계 랭킹 1위)의 실력 차는 '한 끗차이'였다.
이러한 구도는 시간이 흐르면서 무너졌다. 지난해까지 안세영은 '미완의 천재'였다. 세계 최고의 수비력과 코트 커브 능력을 갖췄지만 공격력 및 승부처 집중력 등이 다른 경쟁자와 비교해 떨어졌다.
그러나 올해 체력을 키우고 공격 패턴을 다양하게 늘린 안세영은 '무적'이 됐다. 그는 10일 중국 창저우 올림픽센터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1000대회 중국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야마구치를 2-0(21-10 21-19)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빡빡한 일정을 보낸 안세영은 다리에 테이핑을 하고 이번 대회에 나섰다. 전매특허인 빠른 몸놀림은 지난달 세계선수권대회와 비교해 느렸다. 그러나 실력은 여전히 압도적이었다. 올해 초반까지 세계 최강으로 군림한 야마구치를 경기 내내 압도했다.
2세트에서는 18-19로 뒤졌지만 이후 3연속 득점을 올리며 올해 9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세영이 올해 거둔 성적표는 '역대급'이다. 13개 국제 대회에 출전해 무려 12번이나 결승에 올랐다. 이 가운데 9번이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지난달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한국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또한 전영오픈, 인도네시아오픈과 더불어 가장 규모가 큰 BWF 월드투어인 중국오픈에서는 1994년 방수현 이후 무려 29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성지현 현 국가대표 코치 이후 한국 여자 배드민턴은 정체기에 있었다. 그러나 안세영이 성장한 뒤로는 모든 역사가 새롭게 쓰이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안세영을 위협하는 적수는 드물다. 지난해까지 안세영의 '천적'으로 군림한 천위페이는 여전히 상대 전적에서 10승 6패로 안세영에 앞선다. 그러나 지난 7월 코리아오픈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안세영이 연이어 승자가 됐다.
야마구치도 상대 전적에서 12승 9패로 안세영에 앞서있다. 그러나 최근 3번 만난 맞대결에서는 안세영이 모두 이겼다. 타이쯔잉은 지난 4월 아시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안세영을 이겼다. 그러나 이후 상대 전적에서는 5연패에 그쳤다.
안세영은 지난 1월 인도 오픈과 인도네시아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이후 3월에는 최고 권위 대회인 전영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이후 태국오픈과 싱가포르오픈까지 정복하며 기세를 이어갔다.
인도네시아오픈 4강에서 천위페이에 패한 뒤 안세영은 다시 한번 기량을 점검했다. 이 대회 이후 코리아오픈과 일본오픈 그리고 세계선수권대회와 중국오픈을 휩쓸며 4개 대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이번 중국오픈에서 안세영이 가장 고전한 경기는 8강전이다. 세계 9위 한유에(중국)에게 1세트를 내주며 잠시 흔들렸지만 이후 제 기량을 회복하며 역전승을 일궈냈다.
일인자로 등극한 만큼 안세영은 모든 선수의 연구 표적이 됐다. 안세영은 "이 부분도 내가 이겨내야 한다"며 세계 1위에 오른 책임감을 밝혔다.
올해 굵직한 대회를 휩쓴 안세영은 '그랜드슬램'을 목표로 꼽았다. 이미 세계선수권대회를 정복한 그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안세영은 "저의 목표는 그랜드슬램인데 그 가운데 하나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해서 기쁘고 부듯하다. 앞으로 제가 해야 할 일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그리고 아시아선수권이다. 이 대회에서도 우승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현재 시점에서 안세영의 가장 위협적인 적은 자기 자신이다. 그동안 철저한 자기 관리로 국제 무대에 나섰던 안세영은 부상 관리 및 최상의 컨디션으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것이 최대 목표가 됐다.
11일 오후 귀국하는 안세영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준비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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