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 대란 당시 창업전선 뛰어든 대학생, 20년후 보안 상장사 CEO 됐다

송혜리 기자 2023. 9.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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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파이오니아] 김기홍 샌즈랩 대표
1.25 사이버 대란 당시 대학 1학년에 창업…20년 보안 외길
올해 코스닥 상장 후 보안업계 다크호스로 …"보안업계 넷플릭스 되겠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김기홍 샌즈랩 대표가 서울 강남구 샌즈랩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09.11.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송혜리 기자 = "정보보안 업계의 넷플릭스가 되겠습니다."

김기홍 샌즈랩 대표의 포부다. 지난 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샌즈랩은 상장일 첫날 '따상(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두 배의 상한가에 도달)'을 기록하며 투자자와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주린이(주식초보)들 사이에서 '그 회사 뭔데?'의 주인공.

샌즈랩은 축적된 데이터·인공지능(AI)·프로파일링 기술로 사이버보안 위협을 찾아내고 분석하며 대응·예방법 등을 제공하는 사이버위협 인텔리전스(Cyber Threat Intelligence, CTI) 전문기업이다.

샌즈랩은 '멀웨어스닷컴'을 운영한다. 신·변종 악성코드를 하루 평균 200만개 이상 수집해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다. 이 플랫폼에서 수집한 악성코드 정보는 누적으로는 22억개에 달한다.

김 대표는 "샌즈랩의 사이버 인텔리전스는 철저히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객관적이며, 또 철저히 분석해 공격 기법을 추출하고 피해 예방법까지 제시하는 것이 차별점이자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사 김기홍 대표를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사옥에서 만났다.

1.25 대란 당시 창업 나선 대학생, 20년 지나 상장사 대표

2027년 시가총액 1조원 도전…후배들엔 '중꺾마' 응원하기도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김기홍 샌즈랩 대표가 서울 강남구 샌즈랩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09.11. xconfind@newsis.com
김 대표는 연세대학교 재학시절 창업을 했다. 2002년 겨울에서 2003년 봄이 시작 되던 그쯤, 1학년에서 2학년으로 넘어가던 그때였다.

2003년은 온 나라가 발칵 뒤집어진 '1.25대란'이 발생했던 해다. 2003년 1월 25일 오후 2시, 전국의 유선 인터넷은 물론 무선 인터넷과 행정 전산망까지 모두 불통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한국의 인터넷 보급률이 이미 세계 1~2위를 다투던 때여서 파장은 컸다. 사건의 주범은 '슬래머'라는 이름의 웜바이러스로 밝혀졌다.

김 대표는 "학부 재학시절, 해킹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동아리 활동이나 대회 참여를 했었는데, 1.25 대란을 보면서 보안이란 것이 이렇게 중요한 것이란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다"면서 "공돌이(?)로서 내가 가진 역량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 나라 보안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 길로 친구들 두 명과 악성코드 탐지 백신, 모의해킹·보안 컨설팅 아이템을 들고 학교 창업지원센터 문을 두드렸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샌즈랩의 전신인 세인트시큐리티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수익이 좋았다"면서 "모의해킹·컨설팅의 경우엔 당시엔 부르는 게 값이었고, 또 학생들이니까 큰 돈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순항하던 사업은 '보안 컨설팅전문업체'제도가 시행되면서 발목이 잡혔다. 서비스를 제품화하지 못했기 때문. 사업이 힘들어지니 창업을 같이했던 친구들은 하나둘 떠나고 김 대표 혼자 남았다. 가진 것 없는 청년 창업가에게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매번 찾아왔다. 김 대표는 "친구들이 떠나가서 혼자 남았을 때도, 돈을 못 벌어서 직원들 급여가 밀렸던 때도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었다"고 회상했다.

2017년 회사 지분(42.49%)을 보안 상장사인 케이사인에 매각했다. 케이사인은 회사 인수 후에도 김기홍 대표에게 경영을 맡겼다. 그로부터 6년 후인 올해 2월 코스닥 시장에 특례 상장했다. 그는 어엿한 보안 상장사 대표가 됐다.

'이제 성공했다고 생각하느냐' 물었더니 그는 앞으로의 20년을 이야기했다. 김 대표는 "중간쯤 와있는 것 같다"면서 "이전에는 평가대 위에 올려주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평가대 위에 올릴 기준은 충족했으니 평가를 한번 받아봐라 이런 상황같다"고 설명했다.

샌즈랩은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구축과 글로벌 인재 채용에 활용할 예정이다. 그 중 데이터센터는 내년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한다. 샌즈랩 서비스 운용은 물론, 외부 고객 유치를 통해 수익을 낼 방침이다. '보안 전문기업이 서비스하는 데이터센터'란 강점을 내세운다.

김 대표는 "멀웨어즈닷컴이 보유한 분석 데이터는 페타바이트급"이라며 "하루에 200만개씩 들어오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멀웨어즈닷컴에 올리고 고객에 제공하고 또 해외서 들어오는 접속자도 대응하려니 기존 클라우드서비스로는 감당이 안됐다"면서 "중장기 적으로 봤을 때 자체 데이터센터를 보유하는 것이 이득일 것이란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후배 창업가들에 '한 우물을 파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며 응원을 보냈다.

그는 "힘들어서, 돈이 없어서?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포기할 이유들은 많다"면서 "그러나 불법적인 일이 아닌 이상, 소신과 확신만 있으면 반드시 기회들은 온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람들이 저한테 '성공하셨네요?' 이렇게 말하는데, 저는 황금같은 20~30대 다 포기해서 20년 만에 이 정도하게 됐다"면서 "포기하지 않고 한우물 파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온다는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런 말을 하면 자칫 꼰대처럼 보일까봐 염려스럽지만 진심으로 저를 보면서 힘을 냈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웃었다.

샌즈랩은 2025년 매출 309억원, 영업이익 139억400만원, 영업이익률 45%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지난해 매출은 91억7000만원, 영업이익은 19억900만원이었다. 김 대표는 "상장 당시 가이드대로 충실히 잘 따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희망은 보안업계의 넷플릭스가 되는 것이다. 그는 "넷플릭스가 고객들이 계속해서 흥미를 느낄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샌즈랩도 고객들이 실제 필요로 하고, 만족할 수 있는 데이터와 인텔리전스를 적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물음표와 빈칸으로 남아있던 보안이란 영역을 느낌표로 바꿔주는 회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김기홍 샌즈랩 대표가 서울 강남구 샌즈랩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09.11. xconfind@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chew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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