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새’를 걸고 넘어진 이 자들...이젠 원숭이로만 설명되지 않아요 [교과서로 과학뉴스 읽기]

원호섭 기자(wonc@mk.co.kr) 2023. 9. 1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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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에서 진화한 새

중국에서 새로운 공룡 화석이 발견됐습니다. 공룡 화석은 많이 발견됐지만 이번 것은 조금 특이했습니다. 시조새, 즉 ‘최초의 새’와 같은 시기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모습이 아주 달랐습니다. 다리가 가늘고 하늘을 날 수 있는 능력은 부족했을 것으로 보이는 이 화석. 이를 발견한 연구진은 “초기 조류의 진화는 복잡하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중국 연구진이 발견한 화석의 복원도 <사진=네이처,Chuang Zhao>
이제 많이 아실 테지만 우리가 보고 있는 새는 공룡에서 진화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공룡의 모습도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요.

문득 ‘진화론 교과서 삭제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지금보다 10년도 더 전인 2012년, 사회가 시끄러웠던 적이 있습니다. ‘창조론’을 주장하는 한 단체가 정부에 “교과서의 진화론이 잘못됐다”라고 지적하는 일이 있었고, 이에 정부가 교과서의 진화론 부문을 수정하기로 한 게 발단이었습니다. 시조새가 원인이었습니다. 당시 과학자들이 나서서 “진화론을 교과서에서 삭제하면 안 된다”며 항의하는 일도 있었는데요, 당시 교과서의 진화론, 그리고 지금 교과서의 진화론,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창조론을 믿는 한 단체는 2011년 12월,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에 실린 진화론의 내용 중 시조새 부분이 사실과 다르다며 개정 청원서를 보냅니다. 삭제 이유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화석에는 중간 종이 발견되지 않는다, 시조새와 현대 조류의 화석은 같은 지층에서 발굴된다, 시조새는 멸종된 조류나 깃털 달린 공룡이다, 수많은 시조새 화석이 조작된 것으로 판명 났다. 이에 따라 출판사 7개 중 5곳이 시조새 부분을 수정하거나 ‘삭제’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힘을 얻은 이들은 ‘말의 진화 계열은 상상의 산물’이라며 또다시 청원서를 냈고 3개 출판사가 관련 내용을 삭제합니다.

시조새 화석
부실했던 과학 교과서
전 11년 전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통화했던 한 고고학자의 말이 아직도 떠오릅니다. “말도 안 되는 주장에 우리가 반응하도록 해 사회적 이슈를 만들고 창조론과 진화론을 동등선에서 바라보게 하려는 게 이들의 의도”라고 말입니다. 대응하지 않는 것은 좋았는데 너무 가만히 있었습니다. 이러한 일이 잇달아 발생하니 당연히 기사화가 됐고,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과학자들이 나서서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교과서에 있는 진화론 부문이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한 과학자는 “시조새, 말과 관련된 부분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많은 연구가 이어졌는데, 단순한 설명만이 교과서에 담겨 있었다”며 “또한 조작으로 발견된 부분이 교과서에 수록되는 등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럼 지금 교과서는 어떤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저는 ‘금성출판사’ 고등학교 통합과학 교과서를 갖고 있는데요, ‘진화와 생물 다양성’ 이라는 단원이 진화론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교과서에는 명확하게 쓰여 있습니다. “새는 깃털 공룡 무리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 깃털 공룡 중 일부가 오늘날의 새로 진화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그림은 새의 조상인 시조새의 상상도다.” 이어서 “공룡의 무리 중 일부가 깃털을 갖게 되었고 깃털을 가진 공룡 중 일부는 날 수 있는 새로 진화됐다는 가설이 제기되고 있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진화는 복잡해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며 제가 옛날에 진화론을 배웠을 때와 많이 달라졌음을 느꼈습니다. 옛날 진화론은 ‘한 줄기’로 배웠습니다. 즉 “원숭이가 나무에서 내려와 점점 허리를 세우기 시작하더니 두 발을 걷기 시작했고 사람이 되었다”와 같은 글이 있고 그림은 직선 위에 원숭이, 어중간한 사람, 현재의 사람 모습이 나열된 식이었습니다. 이러한 문장이 진화론을 제대로 설명한다고 보기는 힘듭니다(저 역시 진화론 전문가가 아니기에 틀리지 않을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습니다).

진화는 ‘한 방향’으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즉 A라는 생물이 B로 진화하고, C로 진화한 뒤 D가 되었다 라는 설명은 진화론을 너무 단편적으로 설명한 글입니다. 이러다 보니 공룡이 시조새가 되었고, 그 시조새가 오늘날의 ‘새’가 되었다, 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화는 다양한 갈래에서 벌어집니다. 인간을 예로 들면 원숭이, 고릴라, 인간의 공통 조상이 언젠가 있었고, 그 공통 조상이 A, B, C, D, E… 다양한 생물로 진화합니다. 이 중 일부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사라졌을 수 있고, 번성했을 수 있습니다. 지금 교과서는 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옛날 교과서보다 한 단계 ‘진화’한 것입니다.

진화론을 설명하는 잘못된 예시라고 생각합니다. 진화는 이렇게 단순하게 진행되지 않습니다. 원숭이가 진화해 사람이 됐다는 표현도 잘못된 것이고요.
진화의 핵심은 ‘자연선택설’입니다. 교과서에서는 “어떤 생물 집단 내에 다양한 유전적 변이가 존재한다면 환경이 변해도 변화된 환경에서 살아남기에 적당한 형질을 가진 개체들이 집단 내에 존재한다. 이런 개체들이 살아남아 자손을 퍼트리면 유리한 형질을 가진 개체 수가 증가하고 이러한 변화가 오랜 세월 축적되어 진화가 일어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과거 수많은 공룡이 지구에 살고 있었습니다. 이는 화석이 말해줍니다. 이중 어떤 공룡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멸종했고, 일부는 살아남았습니다. 많은 공룡이 멸종했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 공룡이 깃털, 날개를 갖게 되었고 또 이들 중 일부가 환경에 적응하면서 지금의 조류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따지면, 지금 우리는 공룡과 함께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아 참, 맨 앞부분에서 언급한, 중국에서 발견된 연구 성과에 관해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새롭게 발견된 쥐라기 시대의 화석을 살펴본 과학자들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시조새 시대에는 많은 공룡이 이미 ‘새’와 같은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초기 조류의 진화는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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