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가 꿈꾸는 중국 인민앱…싸이월드·카톡 베껴 성공했다고? [추동훈의 흥부전]

[흥부전-22] [브랜드로 남은 창업자들-17] 마화텅

일론 머스크는 7월 25일 기존 트위터를 X로 바꿔버리며 슈퍼앱을 만들겠다고 선언합니다.에브리띵앱 또는 슈퍼앱 X의 실체가 몇 달 안에 드러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는 가운데 도대체 슈퍼앱이 무엇이냐는 대중의 궁금증을 유발했죠. 그런데 머스크는 공공연히 중국의 위챗을 향후 X가 나아가야 할 지향점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중국의 슈퍼앱 위챗이 그렇게 전 세계의 주목을 다시 받게됐습니다. 위챗은 다름 아닌 중국의 빅테크 공룡 ‘텐센트’의 알파이자 오메가인데요.

바로 오늘의 주인공이 텐센트입니다.

텐센트는 중국의 카카오톡이라 불리는 위챗과 글로벌 게임 리그오브레전드를 개발한 라이엇 게임즈를 보유하며 전 세계 IT산업 곳곳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텐센트는 10전(10센트)를 뜻하는 영어단어입니다. 하지만 중국기업인 텐센트에도 창업자의 이름이 숨겨져 있습니다.

사실 텐센트의 진짜 이름, 즉 중국명은 텅쉰(騰訊)입니다. 메시지나 커뮤니케이션을 뜻하는 쉰(訊)은 QQ와 위챗을 보유한 텐센트의 DNA와 같기 때문에 반드시 포함하기로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와 결합할 다른 글자가 필요했는데요. 다름 아닌 창업자 마화텅의 텅(騰)을 가져오기로 합니다.

텅은 도약하다라는 뜻을 품고 있어 사명으로도 적절했다고 하구요. 뿐만 아니라 다른 공동설립자들과 고심하며 더 나은 아이디어를 내보았지만 나머지 후보들은 모두 상표등록이 돼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탄생한 텅쉰, 과연 마화텅 회장은 어떻게 지금의 텐센트를 만들었을까요.

마화텅은 1971년 하이난성 둥팡시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를 따라 학창 시절에 선전으로 이사하는데요. 천문학에 관심이 많아 천문학과 진학을 꿈꿨던 그는 베이징 유수의 대학으로 진학할 성적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천문학과가 있는 선전대학으로 진학을 택합니다. 다만 고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의 만류로 결국 천문학은 취미로 즐기기로 하고 컴퓨터공학을 전공으로 택합니다. 청소년기부터 컴퓨터를 접했고 천문학 못지않게 그에 대한 관심도 컸는데요. 그의 청년시절 별명이 ‘천재 해커’였을 정도로 컴퓨터를 다루는데 능했습니다. 프로그래밍을 곧잘 했고 게임, 컴퓨터 조립도 능숙하게 해냈죠.

그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친구들과 함께 증권 분석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벌써 떡잎부터 다른 면모를 보인 셈인데요. 이를 통해 번 돈을 주식에 투자해 제법 불려 이를 텐센트 창업 자금으로 활용했습니다. 그는 졸업후 한 통신서비스 제공업체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직장생활을 시작합니다. 전형적인 개발자들과 비슷하게 그는 조용하고 차분한 사람이었습니다.

이러한 그의 면모를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있는데요. 그는 2002년 태어나 처음으로 차를 삽니다. 바로 볼보의 S80 모델인데, 어떤 경쟁차량보다도 튼튼하고 안전한 차로 유명합니다. 이러한 그의 선택은 그가 누구보다 신중하며 안정성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그의 면모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마찬가지로 프로그래밍에 능하다는 공통점을 빼면 일론 머스크는 마화텅과는 완전히 대조되는 성격으로 보이는데요. 대중에 나서길 좋아하고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트위터를 통해 공유하는 머스크와 달리 마화텅은 은둔의 경영자로 불릴 정도로 공개석상에 나서는걸 꺼려하고 사생활 역시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그는 스스로 회사 대표보단 엔지니어로 불리는 걸 선호하는‘ 뼈엔지니어’인 셈이죠.

머스크가 베끼려는 위챗, 사실 카피캣 전략의 성공?!

마화텅은 1998년 11월 26세의 나이에 엔지니어 4명과 함께 텐센트를 창업합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에도 IT붐이 불었고 그 기회를 포착한 것이죠. 재미있는 것은 머스크가 미국판 위챗을 목표로 삼은 것과 비슷하게 당시 마화텅도 이러한 ‘카피캣 전략’으로 사업을 성공시켰다는 점입니다.

그 시작은 인터넷 메신저 ICQ를 베낀 ‘QQ’입니다. ICQ는 1996년 이스라엘 회사 미라빌리스(Mirabilis)가 개발한 1세대 인터넷 메신저로 I SEEK YOU를 소리나는대로 줄여 만들어진 ICQ는 당시엔 존재하지 않던 온라인 1대1 대화 기능을 선보이며 시장의 눈길을 끌죠. 한국으로 따지면 네이트온과 비슷한 서비스가 세상에 출연한 것입니다.

마화텅은 이 서비스를 그대로 모방한 ‘ OICQ(Open ICQ)’라는 서비스를 1999년 중국에 출시합니다. 누가 봐도 ICQ를 베낀 듯한 기능과 서비스명까지 거의 유사해 출시 초기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마화텅 뿐 아니라 여러 회사에서 ICQ와 비슷한 서비스를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만들었기에 그런 서비스 중 하나로 취급받았죠.

여기서 마화텅의 사업가적 수완이 발휘됩니다. 기본적인 컨셉은 그대로 가져왔지만 바로 기존 서비스에 없던 기능을 추가하고 중국인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현지화에 공을 들인 것인데요. ICQ가 오프라인 친구에겐 대화를 걸 수 없다는 단점과 더불어 사용하는 컴퓨터가 바뀌면 친구 목록 등이 초기화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용자와 친구 정보가 PC에 직접 저장되다 보니 컴퓨터가 바뀌면 해당 정보가 모두 사라지기 때문인데요.

마화텅은 OICQ에다 오프라인 친구에게도 메시지를 보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사용자 정보를 텐센트 서버에 저장시켜 사용자들의 번거로움을 해소했습니다. 매달 사용자들이 필요한 기능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해주자 사용자들의 만족도는 계속 올라갔고 입소문을 타고 OICQ는 3년만에 1억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가입하며 압도적인 경쟁력을 선보입니다.

원조보다 더 인기 있는 메신저가 된 OICQ를 ICQ가 지켜보지만은 않았죠. 지적재산권 소송이 발생했고 당연히 텐센트는 패소했습니다. 하지만 OICQ는 QQ로 사명을 변경하며 위기를 빠져나갔고 이후 꾸준히 사용자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다행인 것은 OICQ가 이미 중국인들 사이에선 QQ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었으며 사명 변경의 영향이 미미한 바람에 패소의 타격 없이 지속해서 사업을 영위해나갈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사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면서 마화텅의 고민이 깊어졌는데요. 서비스 제공을 위한 비용은 나날이 늘어나는데 뾰족한 수익화 모델을 못찾았기 때문이다. 메신저 서비스의 한계에 부딪힙니다. 사실 소비자의 지갑을 열고 돈을 쓰게 하는 것은 사업가로선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숙제죠.

텐센트의 돌파구 마련해준 것은 다름 아닌 싸이월드?

여기서 다시 한번 마화텅의 카피캣 전략이 기지를 발휘합니다. 이번엔 한국의 싸이월드에서 착안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을 전후해 대한민국에서는 싸이월드 열풍이 불었죠. 싸이월드에 접속하면 화면에는 내가 만든 나만의 방이 생기고 사용자는 이 공간의 배경 화면을 바꾸거나 배경음악을 까는 식으로 공간을 꾸미고, 이 공간에다가 자신의 일상 사진이나 평소의 생각을 공유합니다.

또,댓글이나 인스턴트 메시지를 보내 친구나 가족들과 안부를 주고 받죠. 사이버 공간에선 ‘미니미’라고 불리는 캐릭터가 나를 대신한다. 사용자는 싸이월드의 화폐격인 도토리를 실제 돈을 주고 구입할 수 있는데요. 나만의 개성이 담긴 미니미를 만드는데 사람들이 기꺼이 돈을 쓰는 것을 포착한 것입니다.

마화텅은 이러한 싸이월드의 성공을 직접 살펴봤고 이를 발전시켜 자신의 서비스에 접목시켜 2003년 ‘QQ쇼’를 출시합니다. 캐릭터가 입는 가상의 옷이나 아이템으로 미니미를 꾸미는 싸이월드와 달리 QQ쇼는 실제 출시된 의류 브랜드의 제품을 가상공간에 맞게 옮겨와 자신의 아바타에 입힐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대박이 났는데요.

특히 사용자들이 자신들의 캐릭터를 꾸미기 위해 돈을 쓸 뿐 아니라 수억명의 사용자에 브랜드 노출을 원하는 의류회사들이 줄을 선 것입니다. 싸이월드의 전략을 발전시켜 접목한 카피캣의 귀재의 전략이 완전히 들어맞은 것이죠.

그렇게 성공 가도를 걸으며 QQ는 중국인들의 필수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중국인이라면 대부분 사람들이 QQ 아이디를 핸드폰 번호처럼 갖고 있었고요. 수억개의 QQ 아이디는 텐센트가 슈퍼앱을 꿈꾸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무기가 됐습니다. 2009년 QQ는 10억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는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그는 그곳에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을 지나 2010년대에 진입하며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폼팩터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PC 시장의 강자들의 어려움이 시작됩니다. PC시장의 최강자 MS는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지 못했고 PC 시장을 장악해온 MS의 인스턴트 메신저도 인기를 잃었습니다. 모바일 시장에선 2009년 출시된 왓츠앱이 모바일 메신저의 대장으로 등극하며 완전히 새판을 주도했죠.

한국에서도 PC시장의 메신저 최강자인 네이트온이 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고 모바일 메신저 시장의 전국시대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마화텅 앞에 또다른 ‘창조적 모방’의 대상이 나타납니다. 대한민국의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입니다.

카카오톡은 2010년 3월 국내에 처음 출시됐습니다. 핸드폰으로 메시지를 보낼 때마다 과금되는 문자메시지와 달리, 인터넷만 연결되면 무료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모바일 메신저의 등장은 통신업계의 수익구조를 완전히 뒤바꿀 게임체인저로 주목받았죠. 카카오톡은 1대1 채팅에서 시작해 그룹채팅, 사진, 동영상 전송 등 기능 등이 추가되며 스마트폰이 PC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란 가능성을 점진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했고 마화텅은 과감한 결정을 내립니다.

카카오톡이 막 출시된 2010년, 720억원을 들여 지분 13.3%를 확보하며 카카오톡의 2대 주주가 된 것이죠. 그만큼 카카오톡의 성장 가능성에 확신을 가졌고 카카오톡의 성장 모델을 예의주시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1년 1월 중국의 카카오톡, 위챗이 세상에 탄생합니다. 위챗은 인스턴트 메신저로서의 기능에 충실하면서 QQ 때와 마찬가지로 사용자들의 니즈에 맞게 업데이트를 해주며 국민 모바일 메신저로 등극하죠.

출시 3년만인 2014년 5억명의 사용자를 돌파한 위챗은 2018년 10억 사용자를 넘겨 현재 13억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과 대만 등 대부분 중화권에서 사용이 이뤄지고 있지만 내수시장만으로도 사업을 펼쳐나가는데는 전혀 부족함이 없습니다.

위챗의 성공은 중국의 특수한 사정에서 기인했습니다. 제한된 시장경제 상황에서 압축적 성장을 이뤄냈죠. 카카오를 비롯해 구글 등 외국계 기업들이 진입이 사실상 차단된 상황에서 위챗은 무럭무럭 성장하며 90%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데 성공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압도적 경쟁력을 X가 갖출 수 있을 것이냐는 점입니다. 당장 금융 기능을 추가한다고 해도 시장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면 슈퍼앱의로의 첫발도 떼기 전에 문턱에서 좌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위챗과 카카오의 슈퍼앱으로서의 성공 공통점은 바로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의 압도적 1위 자리를 확보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누군가와 소통하고 대화를 나누는 커뮤니케이션 앱은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가장 자주, 그리고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이며 이 서비스를 장악한 기업이 결국 플랫폼 기업으로서, 여러 사업을 전개하는데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평가받는 이유죠.

물론 검색 엔진에서 시작한 네이버나 구글,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시작한 마이크로소프트, 전자상거래 기업에서 확장해나가고 있는 아마존과 같이 각 분야의 최강자들이 점점 보폭을 늘리고 사업 분야를 넘나들며 슈퍼앱으로서의 가능성을 점쳐보고 있지만 커뮤니케이션 중심 기업보다 뒤쳐질 수 밖에 없는 분위기입니다.

어쨌든 머스크는 역시 머스크라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사람들의 우려를 보란 듯이 비웃으며 성과를 거두는 괴짜 경영자 일론 머스크. 과연 그의 슈퍼앱 프로젝트는 어떻게 귀결될까요. 벌써 그 결과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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