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차' 표절설 중드 문제 없다? 서울드라마어워즈 수상 가능했던 이유 (종합) [단독]

연휘선 2023. 9. 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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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연휘선 기자] 한국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중국 드라마 '거유풍적지방:바람이 머무는 곳'은 어떻게 문제 없이 '서울 드라마 어워즈' 수상작이 됐을까. 유사성과 표절에 관대한 촬영 현장의 분위기, 중국 시장의 폐쇄성, 이에 대한 제도적 미비가 맞물려 한국 대중의 반발심을 자극하는 난국이 펼쳐졌다. 

지난 6일 진행된 '제18회 서울 드라마 어워즈 2023'에서 국제경쟁부문 작품상 장편 부문 수상작으로 중국 드라마 '거유풍적지방: 바람이 머무는 곳(약칭 거유풍적지방)'이 선정됐다. 이는 곧바로 국내 드라마 팬들의 반발을 야기했다. 해당 작품이 한국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거유풍적지방'은 중국 배우 유역비와 리시엔이 주연을 맡아 도시에 살던 여성이 시골에 정착해 시골 출신 남자와의 로맨스를 그리는 드라마다. 도시 여성자와 시골 남자의 로맨스, 여자 주인공이 신발을 잃어버리자 남자 주인공이 슬리퍼를 구해주는 설정, 남자 주인공이 도시에서 투자 전문가로 성공한 과거, 마을의 '반장'처럼 무슨 일이 생기며 앞장 서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이 같은 설정이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와 유사성을 띄며 표절이라는 질타를 받아왔다. 

'거유풍적지방'이 '서울 드라마 어워즈' 수상작으로 선정되기 이전부터 후보로 알려졌을 때부터 국내 네티즌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한국에서 치르는 '서울 드라마 어워즈'가 한국 작품을 표절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거유풍적지방'에 수상 가능성을 준다는 게 표절 부문에서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논란을 '서울 드라마 어워즈' 조직위원회도 모르지 않았다. '서울 드라마 어워즈'를 공동으로 주관하는 한국방송협회 관계자는 8일 OSEN에 "'거유풍적지방'과 관련해 한국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의 표절 의혹이 있다는 것을 수상 후보 발표가 됐을 때부터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작품을 둘러싼 의혹 만으로 이를 번복할 수는 없었고, 나름의 검증이 필요했다. 또하 표절 의혹을 저희가 임의로 결론을 내서는 안 된다고 봤다. 내부 방침상 국가나 인종, 민족간 갈등을 조장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국 방송협회 관계자는 "표절은 당사자간 법적 분쟁 이슈가 발생하는 사안"이라며 "또한 저희는 법적인 분쟁이 있을 경우에 바로 조치를 취하도록 돼있기 때문에 작품 당사자들간 이야기를 확인하고자 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내부적으로 공식적인 표절 의혹이나 분쟁이 있었는지 확인 작업을 거쳤으나, '거유풍적지방'의 표절 의혹과 관련한 별도의 법적 대응이 없었다는 것을 확인했다"라고. 

실제 '표절'은 법적인 분쟁을 통해 시비를 가릴 수 있는 부분인 것은 맞다. 단지 일부 설정, 장면 등의 유사성 만으로는 그 진위를 판단하기 어렵고 그 때문에 의혹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을 악용해 한국의 콘텐츠를 무분별하게 베끼는 중국의 콘텐츠가 비일비재 했고, 그에 대한 피해를 구제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며 국내 시청자들 사이에 한국 작품과 유사성 짙은 중국 작품들에 대한 반발심이 겉잡을 수 없이 비대해졌다는 것. 영국 공영방송 BBC에서도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중국에서 '오징어의 승리'로 표절된 것에 대해 비판하는가 하면, 중국 현지에서도 한국 콘텐츠 베끼기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나왔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작진이 중국의 표절 의혹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속사정도 있었다. 국내 대형 제작사 관계자는 "'표절' 문제에 대한 제작진의 견해 차이가 상당하다. 장르적 유사성과 표절의 경계가 모호한 부분도 있어서 '오징어의 승리'와 같이 누가 봐도 명확하게 베낀 작품이 아니고서는 일부 장면이나 설정, 대사 만으로는 '이건 표절이다'라고 단정짓기 힘든 부분이 있다"라며 난색을 표했다. 

또한 "한한령으로 인해 현재로서는 막혀있지만 중국은 그 규모 면에서 언제나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다. 더욱이 자국 콘텐츠 보호 기조가 심한 곳인데, 확실하게 현지에 진입한 국내 기업이 없는 상황에서 어느 국내 제작사라도 나서서 표절로 인해 문제를 제기하며 분쟁을 일으키는 데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출연료와 인건비 등 다양한 이유로 제작 규모가 커지며 더 이상 한국의 내수 시장 만으로는 어떤 작품도 그 성공을 담보할 수 만은 없는 상황. 다수의 제작사들이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놓지 못하는 한, 이후에 발생하는 중국발 표절 의혹에는 미온적인 대응에 그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물론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지라도 전 세계 많은 콘텐츠들을 뒤로 하고 적어도 국내에서 잡음이 있던 '거유풍적지방'이 수상 후보에 오르고 수상작으로 선정되기까지 한 데에는 의문을 남긴다. 실제 '서울 드라마 어워즈'는 다양한 국가의 후보작들로 정평이 난 만큼 논란 없는 문제작이 아닌 후보들의 선정도 충분히 가능했을 거라는 기대감이 남아있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 규모라고는 하나 자국 표절 의혹 작품에 상을 줘야 하는 촌극은 이미 벌어졌다. 한국 콘텐츠 보호 실상의 현주소다. / monamie@osen.co.kr

[사진] tvN, 넷플릭스, 서울드라마어워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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