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야?” 한달에 한번 찾아오는 불청객···참는 게 능사 아니다

안경진 기자 2023. 9. 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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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 전 찾아오는 불청객 'PMS' 가임기 여성 80~90%가 경험
지난해 진료인원 1만5300명···병원 방문 안하는 경우도 많아
우울증 등 다른 질환 탓일수도···원인 찾으려면 전문의 찾아야
가임기 여성의 80~90% 가량이 월경전증후군을 경험한다. 이미지투데이
[서울경제]

#다섯 살 된 자녀를 키우는 워킹맘 정모(37) 씨는 한 달에 한번씩 찾아오는 생리기간이 두렵다. 생리기간이 다가올수록 신경이 곤두서고, 가슴에 극심한 통증과 함께 두통, 변비 등의 신체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회사 업무량이 늘어나는 월말과 겹칠 때면 더욱 예민해져 남편도 ‘혹시 그날이야?’라고 물어볼 정도다. 며칠 전에는 골반 통증이 유독 심해 퇴근 후 녹초가 되어 귀가했는데, 밥을 먹지 않으며 떼를 쓰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다 버럭 화를 내고 말았다. 생리통도 남들보다 심한 편이라 생리 전후 1~2주 가량을 괴롭게 보내는 셈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니 “비슷한 증상을 겪었던 직장 동료가 있었는데 피임약을 복용하며 한결 편해졌다더라”고 귀띔했다. 정씨는 뜻밖의 조언에 솔깃하면서도 ‘피임약을 복용하면 부작용이 생기진 않을까’ 고민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 한달에 한번 걸리는 ‘마법’이 불청객으로···생리주기 따라 신체·정신·행동 증상도

가임기 여성들은 대부분 매달 생리(월경)를 한다.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고학년 연령대인 10대 초반에 초경을 시작해 50대 초반에 완경에 이르는데, 그 사이 400~500회 가량의 생리주기를 거친다. 개인차는 있으나 정상적인 생리주기가 약 21~35일, 생리 출혈이 약 4~8일간 지속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평생동안 7년 가량을 생리를 하며 보낸다는 얘기다.

여성의 생리주기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라는 성호르몬에 의해 조절된다.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황체형성호르몬(LH)과 여포자극호르몬(FSH)은 배란을 촉진하고 난소를 자극해 2가지 성호르몬의 분비를 유도한다. 에스트로겐이 생리주기의 전반부에 증가해 자궁내막을 두텁게 한다면 생리주기의 후반부에 증가해 자궁내막을 유지, 발달시키고 수정란의 착상이 잘 이뤄지도록 준비시키는 게 프로게스테론의 역할이다.

가임기 여성은 이처럼 생리주기에 따라 자연스럽게 신체적, 정서적 변화를 겪게 된다. 월경전증후군(PMS·Premenstrual Syndrome)은 생리 전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정서적, 행동적, 신체적 증상들을 통칭하는 용어다. 대개 생리가 시작되기 4~10일 전에 시작해 생리 직전 최고조에 달한다. 심한 피로·요통·유방통·몸이 붓는 느낌(부종)·두통·근육통 등이 흔한 신체적 증상이다. 예민함·불안·긴장·초조·기분의 변동·우울감·이유없는 적개심 등의 정신적 증상이 동반되기도 하는데 알려진 증상만 150여 개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다. 심한 경우 자제력을 잃고 소리를 지르거나 도벽·자살충동으로 타인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일상생활 지장 큰데 무작정 견디는 韓 여성들···자칫 病 키울수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월경전긴장증후군 환자는 1만 5296명으로 10년새 두배 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원발성 월경통으로 병원을 찾은 인원은 3만 3999명으로 집계됐다. 가임기 여성의 80~90%가 PMS를 경험하고 그 중 30~40%는 치료가 필요하다는 보고도 있다. 문제는 생리 전에 누구나 겪는 과정이라고 여겨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PMS 증상이 심한 데도 내원하지 않은 인원까지 고려한다면 가임기 여성들이 생리 전후 겪는 고충은 훨씬 클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홍혜리 헤스티아여성의원 대표원장(산부인과 전문의)은 “국내 여성 대상의 연구에 따르면 32%의 빈도로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데도 불구하고 병원에 내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매 생리주기 전 증상이 반복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단순 PMS 아닌 우울증일 수도···부인과질환과 감별하려면 전문의 찾아야

PMS의 원인은 아직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생리 전 여성호르몬 변화와 뇌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 사이의 상호작용 때문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흔히 ‘행복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 결핍이 원인이라는 가설도 존재한다. 미국산부인과학회(ACOG)는 위에서 언급한 신체, 정신적 증상이 1가지 이상 나타나고 생리 시작 전에 나타나 생리가 시작되면 사라지는 패턴이 최소 3회 이상의 생리주기에 반복될 경우를 PMS의 진단기준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반드시 이러한 기준에 꼭 맞지 않더라도 일상을 방해할 정도라면 산부인과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

홍 원장은 “생리주기와 관계없이 우울감이 지속된다면 PMS가 아닌 우울증일 가능성이 높다”며 “생리 전이나 생리기간 복통이 심하다면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등에 의한 이차 월경통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병원에 내원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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