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가득' 귀촌 31가구 중 8가구가 떠났다…땅끝마을에 무슨 일?

최성국 기자 이승현 기자 2023. 9. 7.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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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학교 살리기 사업 동참 귀촌…3~4가구 추가 이주 계획
빈집수리 사업 횡령 의혹… "불만 이야기하면 안된다고 해"
해남군 북일면에 붙은 현수막. /뉴스1 DB

(해남=뉴스1) 최성국 이승현 기자 = 전남 해남으로 귀촌했던 31가구 중 8가구가 마을을 떠났고, 3~4가구도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귀촌을 장려했던 땅끝마을로 이주한 외지인들이 '꿈을 포기하고' 무더기로 다시 떠나고 있는 것이다.

7일 해남군 등에 따르면 북일면의 '작은학교 살리기 사업'에 동참했다가 귀촌의 꿈을 접은 이주민은 8가구 38명이다.

일부 이주민들은 해남군과 북일면 주민자치위원회가 지원한 '빈집 리모델링 사업'의 문제점을 제기했고, 부적절한 예산집행 의혹 등도 일어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북일면 작은학교 살리기 사업'이 시작된 지난 2021년 말부터 올해 6월까지 해당 사업에 참여해 땅끝 해남 북일면으로 전입온 가구는 31가구, 125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22가구 90명이 1차로 전입했고, 2차로 9가구 35명이 지방소멸 대응 정책에 참여해 삶의 터전을 옮겼다.

하지만 귀촌 가구의 25% 수준인 8가구 38명이 짧게는 3개월에서 2년 사이에 다시 터전을 옮겼다. 3~4가구도 추가로 올해 안에 이사를 계획하고 있다.

해남군과 북일면 주민자치위원회가 추진한 '작은학교 살리기 사업'은 인구절벽과 지방소멸이라는 커다란 사회적 문제를 맞닥뜨린 해남군 등이 귀촌자들에게 각종 혜택을 약속하며 '폐교 직전인 작은학교를 살려보자'고 호소하는 캠페인이었다.

농촌에 남아 있는 빈집들을 이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적게는 수백에서 최대 2000만원의 빈집 리모델링 비용 지원, 일자리 연계 사업, 청년 창업 지원 등이 주요 골자다.

경북에서 11남매를 키우던 40대 A씨 부부도 이 사업에 참여, 지난해 2월 경북에서 450여㎞ 떨어진 '땅끝마을' 해남군 북일면으로 이주했다.

하지만 이들이 삶의 터전을 옮긴 해남 북일면의 현실은 전혀 달랐다.

이주민들에게 주어진 '무료 주택'은 노후된 채 방치된 빈집이었다. 해남군은 빈집을 고쳐쓰라며 가구당 수백만원에서 최대 2000만원의 리모델링 비용을 줬다. 20가구를 상대로 진행된 리모델링 1차 지원엔 군비 3억원이 투입됐다.

사업을 총괄하는 주민자치회장은 A씨에게 가구당 사업비로 1000만원을 이야기하며 리모델링 일을 맡겼다.

A씨는 "이 돈으로는 날림공사밖에 할 수 없다고 반발했지만 통하지 않았다"며 "북일면 측에선 겉만 보기 좋게, 사람이 들어가서 살 수 있는 정도로만 꾸며달라고 했다. 아이들이 살아야 할 집이니 단열 등이 들어가고 추가 공사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소 귀에 경읽기'였다. 군청이 준 예산 중 남은 돈의 행방은 어디로 간지 모르겠다"면서 횡령의혹을 제기했다.

결국 A씨는 집 3채의 수리를 마친 뒤 일에서 손을 뗐다. 그렇게 11남매 가족은 다시 이사를 떠났다. 귀촌한 지 고작 4개월 만의 일이었다.

해남군 북일초등학교의 모습. /뉴스1 DB

이는 비단 11남매 가족만의 일이 아니었다.

지난 2021년말 언론에서 '작은학교 살리기' 사업을 본 B씨 가족도 이사를 결심했다. 상담 당시 눈으로 본 집은 낡았지만, 중학생과 고등학생 등 3명의 가족이 살기에는 적당했다.

그러나 이들이 지난해 2월 실제 입주한 집은 비바람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열악했고, 수리도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이들은 마을 협조로 공사가 끝날 때까지 마을회관에서 임시로 생활하게 됐다. 당시는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로 종종 마을회관에서 지원금 신청 등 크고 작은 행사가 진행됐다. 이를 이유로 행사 때마다 B씨 가족은 한편에 격리됐다.

화장실 문제 등 생활에 불편함을 겪던 B씨 가족은 행사가 끝나면 통보해달라고 주민자치회 측에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가족 모두 나가라'는 축객령이었다.

B씨는 "작은 요청 이후부터 마을 측의 태도가 달라졌다"며 "겨우 입주한 집을 찾아와 짐을 빼버리거나 물건을 망가뜨리는 일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B씨 가족은 이런 일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자 이사 3개월 만에 거주지를 옮겼다. 현재는 자치회장과 각종 고소·고발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월 북일면에 자리를 잡은 C씨 가족들도 1년6개월 만에 이사 채비에 들어갔다. 경기도 인근 작은 학교에서 아들과 딸을 교육시킨 경험이 있던 C씨는 손자를 위해 '북일면 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에 참가했다.

빈집은 수리도 제대로 되지 않아 곰팡이가 쌓여 있었다. 빈집 리모델링으로 바뀐 건 도배와 장판, 화장실 타일뿐이었다. 석면으로 된 창고 지붕은 기존 그대로였다. 11남매 아버지가 제기했던 값싼 가격의 날림공사와도 일치한다.

C씨는 사비를 들여 싱크대를 비롯해 누수, 보일러, 에어컨 등 집 이곳저곳을 고쳤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본인의 수리비 일부를 북일면 측이 군청 등에 이중 견적으로 올린 정황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C씨의 노력에도 손자는 열악한 환경에 각종 알레르기 수치가 높아졌고, 생전 안 겪었던 아토피 증세를 보였다. C씨 가족은 올해 안에 이사갈 계획이다.

이들은 "추진위 측에서는 학생이 오는 조건으로 집을 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수리를 하던, 집 부분에 대해서는 하자 등 불만을 이야기 하면 안된다는 취지로 이야기한다"며 "자신들의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지원금을 받아 진행하는 사업인데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해남군의 '농촌마을 빈집 재생' 사업은 지난해 9월 농림축산식품부의 제9회 행복농촌 만들기 콘테스트에서 '선진 사례'로 인정받아 은상을 수상했다.

전남 해남경찰서의 모습.(전남지방경찰청 제공)/뉴스1 DB

일부 주민들은 사업을 총괄하는 D씨의 관련 사업비 횡령 의혹을 제기, 경찰에 고발장을 낸 상태다.

해남군청 관계자는 "2000만원 이하의 수의계약으로 면에서 추천하는 업체 또는 해남군 내에서 건설업을 하는 업체로 선정하고 있다. 추가 보수 시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이유에서다"며 "빈집 선정도 현지 상황을 알기 어려워 추진위원회에서 발굴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D씨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전출자 대부분 남편분들의 일자리 문제로 빠져나갔다"며 "수리 문제 등은 일부 주민들이 과도한 수리를 요구해 불거졌다. 주거 안정대책을 위해 총회를 진행한 뒤 11남매 등 2가구를 퇴출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 2년간 주민자치회는 매주 2회 이상 회의를 100번 넘게 진행했다. 회의를 통해 사안을 결정해 특정 인물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빈집 수리 비용은 업체에게 돈이 지급된다. 돈을 만져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반론보도문]2023년 9월6일자 및 9월7일자 해남군 '작은학교 살리기' 추진위원장이자 북일면주민자치회장의 사업비 횡령 의혹 보도에 대해 해당 자치회장은 일자리로 제공된 빈집 개보수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수리비 차액을 횡령하거나 농사 지을 1000평 땅 제공을 약속한 사실이 없고, 그외 '11남매'를 포함한 귀촌 가족들에게 주기로 한 이주시 혜택과 이주민들의 전출 사유에 대해서는 잘못 알려진 사실이 많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pep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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