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똑닮은 ‘S맵’ 도시문제 해결사 역할 ‘톡톡’

송은아 2023. 9. 7.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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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트윈 기술 기반 3D 입체지도
2020년 첫 버전… 꾸준히 업그레이드
빌딩·소하천·뒷골목까지 생생 구현
가상공간서 도시개발 심의 시험가능
바람길 구축·범죄취약지도 등 활용
‘극한 호우’ 등 침수 예측 작업도 추진

서울 용산구에서 일하는 A씨의 사무실 앞에는 38층 높이 빌딩 공사가 한창이다. 빌딩이 다 올라가면 시원한 한강 풍경이 막히는 건 아닌지, 빌딩풍이 더 세져 비오는 날 우산 뒤집힘을 각오해야 할지 생각하다 보니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A씨의 궁금증은 서울시가 만든 디지털트윈 기반의 ‘S맵’을 이용하면 바로 풀린다. S맵에서 용산구를 찾아 38층 빌딩을 올리면 실제 그림자가 얼마나 드리울지, 바람길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바로 눈앞에 펼쳐 보인다.
서울시가 가상공간에 만든 ‘쌍둥이 서울’인 S맵이 도시문제 해결사로 제몫을 하고 있다. 시는 새 건물이 들어설 때 주변 영향 예측은 물론 범죄 예방, 소방안전, 기후변화 대응에 S맵을 활용해 행정 효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신림동 반지하 침수사고부터 이태원 압사 참사, 올해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살해 사건 등에서 보듯 예측이 힘든 새로운 도시 문제가 계속 불거지고 있다. S맵의 중요성이 더 커지는 이유다.

◆‘쌍둥이 서울’ S맵 더 고도화

S맵은 디지털트윈 기술 기반의 3차원(3D) 입체지도다. 디지털트윈은 현실을 거울처럼 가상세계로 옮겨 놓은 후, 현실에서 생길 상황을 가상세계에서 시험해 미리 결과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서울 지도를 만든다면 실제 서울의 빌딩, 소하천, 뒷골목까지 거울로 보듯 가상세계로 옮겨놓는 식이다. ‘쌍둥이 서울’인 S맵은 2020년 첫 버전이 시민에 공개됐다. 이후 독일기상청의 바람길모델을 도입해 서울의 바람길을 구축하고 범죄지도를 만드는 등 점점 ‘똑똑한 지도’로 발전하고 있다. S맵에는 서울 605㎢ 전역의 지형과 건물, 교량, 육교, 터널 등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상·하수도, 가스 등 5만4322㎞에 달하는 6대 지하시설물도 담았다.

S맵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분야는 도시개발 심의다. 2021년부터 도시계획위원회, 도시건축공동위원회 등 6개 심의위원회가 건축·개발 계획을 심의할 때 가상공간에서 시험해 본다. 조망권, 일조량, 스카이라인이 어떻게 바뀌는지 S맵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과학 심의’가 가능해졌다.

내년부터는 ‘순살아파트’ 예방에 S맵을 동원한다. 드론과 센서를 활용해 건물 신축 과정을 디지털트윈으로 구축한 후 설계도면과 차이가 없는지 분석하는 서비스를 구현할 예정이다.

화재 예방에도 S맵이 쓰인다. S맵과 소방관리시스템을 연계했다. 서울소방재난본부에서는 건물에 사물인터넷(IoT) 소방센서를 부착한 후 입체지도로 보면서 각 층별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그만큼 긴급상황 발생 때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범죄지도 고도화… 시간별 위험 파악

S맵은 지금도 진화 중이다. 범죄취약지도가 그중 하나다. 범죄취약지도는 2021년 구축됐다. 20개 평가지표를 적용해 서울 각 지역의 범죄 위험을 지도에 담았다. 성범죄자 거주 비율, 유흥업소 운영비율, 노후주택, 세대당 인구, 유동인구, 청소년·여성 인구, 가로등 설치 비율, 편의점 운영 비율, 경찰서 5분 이내 지역 등의 지표로 각 지역이 얼마나 안전한지 들여다봤다.

실제 서울 관악구 등산로 살해 사건 현장을 범죄취약지도로 분석해 보면 범죄억제요소가 부족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지역은 유동인구 대비 가로등, 폐쇄회로(CC)TV 비율, 편의점·지킴이집 위치, 주차장 운영비율 등 6개 범죄억제요소가 최하등급이다. 인근 지구대에서 사건 발생 현장까지 약 1.2㎞ 거리로 ‘경찰서 접근성’만 양호했다. 범죄취약지도는 이 외에도 각 자치구에서 CCTV나 보안등을 새로 설치할 때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다만 시간 변화를 담지 못한 점이 한계다. 같은 동네도 낮과 밤, 계절에 따라 범죄 위험이 달라진다. 서울 서남권의 일부 업무 지역은 낮에 활기가 넘치지만 밤이 되면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인파가 빠진다.

이 때문에 시는 범죄취약지도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시간 흐름에 따른 범죄위험도 변화를 넣고 지형 높낮이에 따른 사각지대 등을 반영해 지도 입체화를 추진 중이다. 서울시 디지털정책관 관계자는 “시간에 따른 범죄위험을 파악하면 방범 예산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극한 호우’ 등 기후변화의 위협이 커지면서 S맵으로 도심 침수 위험을 예측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한국수자원공사,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등 전문기관에서 개발한 도심침수 예측·분석 모델을 S맵에 적용하기 위해 협업하고 있다. 밤 사이 80㎜의 강우가 예보됐다면 S맵에서 100㎜, 105㎜까지 선제적으로 비를 뿌려본 후 실제 하천범람 위험이 있는지, 어느 지역이 물에 잠길 위험이 있는지 예측하는 방식이다.

시는 도림천을 중심으로 외부 전문기관에서 개발한 예측모델을 시범적용하고, 이어 안양천 등 4대 지천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내에 1차 구축을 마치고 정확도 검증을 한 후 내년에 완전 가동하는 것이 목표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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