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화-정명훈 남매 뭉클한 무대 위 재회…정트리오 관록의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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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클래식 음악 역사를 이끌어온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75)와 '한국이 낳은 세계적 지휘자' 정명훈 남매(70)의 무대 위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뭉클함을 안겼다.
정경화-정명훈 남매는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정트리오 콘서트' 무대에 오랜 지인인 중국 첼리스트 지안 왕(55)과 함께 올랐다.
1부 두 번째 곡인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을 연주하기 위해 정경화와 정명훈이 무대에 들어서자 객석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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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한국 클래식 음악 역사를 이끌어온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75)와 '한국이 낳은 세계적 지휘자' 정명훈 남매(70)의 무대 위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뭉클함을 안겼다.
정경화-정명훈 남매는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정트리오 콘서트' 무대에 오랜 지인인 중국 첼리스트 지안 왕(55)과 함께 올랐다. 이날 정명훈은 지휘봉을 내려놓고 피아노 앞에 앉았다.
1부 두 번째 곡인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을 연주하기 위해 정경화와 정명훈이 무대에 들어서자 객석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공연장은 이미 두 사람의 바이올린 피아노 듀오 연주에 대한 반가움과 향수가 가득 차 있었다.
정경화-정명훈 남매가 듀오 연주를 하는 것은 2011년 12월 어머니 이원숙 여사를 기리는 추모 음악회 이후 처음이다. 공식 공연으로는 1993년 듀오 콘서트 이후 30년 만이다. 2012년 1월 서울시향 공연에 함께 선 적은 있지만, 이때는 협연자와 지휘자로 만났다.
나지막하게 시작한 연주는 곧 힘있게 뻗어나갔다. 정경화의 연주는 유려했다. 현과 현 사이를 오가는 활이 빠르게 오르락내리락하며 마치 파도를 타는 것 같았다.
3악장에서 쉼 없이 바로 넘어간 격정적인 4악장에선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들쭉날쭉하게 주고받는 듯한 호흡이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졌다. 두 사람은 박자를 맞춰야 하는 순간 서로에게 고개를 돌려 신호를 주고받았다.
연주를 마친 두 사람은 환한 웃음으로 만족감을 드러냈다. 정경화는 팔로 정명훈의 목을 끌어안았다. 서로에 대한 무한 신뢰를 가진 파트너의 포옹이었다.
정경화는 1967년 레번트리트 콩쿠르에서 우승한 후 열린 카네기홀 자선콘서트에 어머니의 권유로 정명훈을 반주자로 앉히며 구박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50년이 훌쩍 지난 이날,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믿음과 격려를 바탕으로 한 듀오 무대를 보여줬다.
원래 '정트리오'는 첼리스트 정명화(79)와 정경화, 정명훈 세 남매로 결성됐지만, 이날 공연은 지안 왕이 정명화의 자리를 대신했다.
지안 왕은 정명훈과 연주한 12분 남짓의 드뷔시 첼로 소나타에서 첼로의 다채로운 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첼로 특유의 구슬픈 저음부터 클래식 기타를 연주하듯 현을 튕기며 내는 경쾌한 음까지 인상적인 연주를 들려줬다.
공연의 클라이맥스는 세 사람이 함께하는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삼중주였다. 열두 개의 변주곡이 펼쳐지는 2악장에서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는 각기 개성을 드러내며 어우러졌다. 각 악기 고유의 음색이 도드라지면서도 튀지 않는 거장들의 관록이 느껴지는 연주였다.
완성도 높은 연주만큼 이날 공연에서 회자한 건 관객들에 대한 정경화의 열정적인 화답이었다.
정경화는 객석의 기립 박수에 두 팔을 들어 하트를 만들어 보였다. 2·3층 관객들을 향한 손가락 하트, 손 키스도 잊지 않았다. 무대에서 떠나려는 정명훈의 팔을 잡아끌고 인사를 시키는가 하면, 정명훈 볼에 뽀뽀한 뒤 손으로 쓱쓱 닦아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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