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벼’ 알곡 튼실해 풍년 기대 크지만…쌀값 걱정에 ‘노심초사’

김윤호 2023. 9. 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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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벼 수확현장 가보니
일조량 풍부, 기상 여건도 좋아
생산 평년대비 15% 이상 늘듯
매년 소비 감소…가격도 떨어져
작황 좋아도 마냥 웃을 수 없어
농협 RPC 매입값 두고 ‘촉각’
“공공비축 늘려 힘 보태줬으면”
본격적인 벼 수확철을 맞아 강원 철원군 철원읍 사요리 일대에서 한 농민이 콤바인으로 벼를 수확하고 있다.

4일 오전 강원 철원군 철원읍 일대에 들어서자 한창 수확철에 접어든 ‘오대벼’의 황금물결이 사방에서 출렁이고 있었다. 평야 곳곳에선 벼를 수확하는 콤바인이 굉음을 냈다. 철원은 전국에서 가장 먼저 벼 매입을 시작해 다른 지역 매입값의 바로미터(잣대)가 되는 도내 대표적인 곡창지대다. 군내 벼 재배면적은 9450㏊로 이곳에서 매년 6만5000여t의 벼가 생산된다.

35년째 벼농사를 짓는 김진수씨(60·대마리)는 “13.2㏊(4만평) 규모로 ‘오대벼’를 재배하는데 올해 특히 일조량이 풍부하고 기상 여건이 전반적으로 좋았다”며 “덕분에 농가마다 알곡이 튼실하게 여물어 제현율(벼의 껍질을 벗겨 현미가 나오는 비율)과 도정수율(투입된 벼 대비 생산되는 백미의 비율)이 예년보다 5∼10%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의 얼굴에선 풍년 농사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근심도 엿보였다. 김씨는 “쌀농가 입장에서 보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매년 감소세를 보이는 게 답답하기만 하다”며 “다른 물가나 농자재값은 계속 오르는데 쌀값은 그대로거나 오히려 뒷걸음질 치니 가을이 다가올수록 속이 바짝바짝 탄다”고 하소연했다.

철원농협(조합장 최진열)은 8월22일께 조생종 벼 ‘철기50호’ 매입을 시작으로 30일 본격적으로 산물벼 매입에 들어갔다. ‘철기50호’는 출수가 이른 덕에 추석 전 조기출하를 할 수 있어 ‘오대벼’ 대체종으로 주목받는 신품종으로 올해 수확량은 400여t이다. 산물벼 매입은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10월 중순까지 이어지며 한해 벼 매입량은 1만3000t가량 된다.

인근 갈말읍 일대에도 대풍의 기운이 감지됐다. 콤바인으로 벼를 수확하던 이해찬씨(69·문혜리)는 “벼 11.5㏊(3만5000평)를 재배하는데 태풍과 같은 큰 이변 없이 현재 날씨대로 간다면 쌀 생산량이 평년 대비 15% 이상 증가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농협 RPC에 65t을 냈는데 올해는 80t가량 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공비축 매입량을 늘리든지 해서 정부가 올해 쌀값 안정에 힘을 보태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장명 동철원농협 조합장은 “전반적으로 벼 등숙이 잘된 덕분에 논마다 알곡이 꽉 차 있는 게 느껴질 정도”라며 “생산량이 늘어 지난해 RPC에서 8700여t을 매입했는데 올해는 1만t을 웃돌 것 같다”고 말했다.

동송농협(조합장 임채영) RPC엔 수확한 벼를 내놓으려는 차량으로 장사진을 이뤘다. 나락을 내려놓은 농가는 삼삼오오 모여 매입값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동송읍 오덕리에서 만난 한 농민은 “정부가 시장격리를 얼마만큼 적극적으로 해주느냐가 여러모로 중요해졌다”며 “소비자들이 밥맛 좋은 우리쌀을 많이 애용해 농민들이 풍년에도 판로 걱정 없이 벼농사를 지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화농협(조합장 장춘집)은 8월28일 산물벼 매입을 시작했다. 6일까지 매입량은 300t으로 모두 추석용 쌀이다. 박영철 RPC 차장은 “작황 호조로 제현율과 도정수율 모두 지난해보다 2% 이상 높아졌다”며 “농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쌀 생산량이 평년 대비 15% 이상 늘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근북면에서 19.8㏊(6만평)가량 벼농사를 짓는 안승원씨(54·유곡리)는 “중남부 지방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쌀 작황이 좋다더라”면서도 “풍년이 들면 기뻐야 하는데 쌀값이 어떻게 형성될지 몰라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지역농협 4곳은 벼 매입값 결정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신중한 모습이다. 지난해 이맘때 동송농협과 철원농협은 이사회를 열고 벼 1㎏ 기준 2040원(40㎏들이 8만1600원), 동철원농협은 2030원, 김화농협은 1920원으로 각각 결정한 바 있다.

최진열 조합장은 “우리 지역 벼 매입값에 전국적인 관심이 집중되는 만큼 고민이 깊다”며 “농가와 농민단체를 비롯해 각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올해 생산량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가격 결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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